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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평생독자 기르는 법] 쓰기의 기쁨 깨우는 ‘ 나만의 책’ 교내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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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0-02 13:49 조회 22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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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기쁨 깨우는

‘나만의 책’ 교내 공모전


만약 독서교육이 버스라면‘ 자발적으로 읽는 독자’들을 태우고‘ 쓰기’라는 종착지로 향하는 코스가 핵심 노선일 것이다. 쓰기야말로 독서 후 생각을 구체화하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자발적으로 책 읽는 독자를 만들어 내면서 이들에게 쓰기의 기쁨까지 누리게 해 주는 굵직한 핵심 노선‘, 나만의 책’ 만들기 교내 공모전을 소개한다.


김규미 진주 남강초 사서




핵심은 좋아하는 걸 맘껏 표현하는 즐거움 


‘나만의 책’ 만들기 교내 공모전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관심사를 고민해 보고, 관련 도서를 다양하게 읽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 시작했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쓰고 싶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나만의 생각을 종이와 색연필을 활용해 간단히 책으로 만들어 제출하는 식이다. 단편소설, 수필, 일기, 사전, 신문, 만화 등 어떤 방식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을지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책의 크기나 모양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자율성이 이 공모전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이다.

출품된 작품들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급식소 앞 중앙 현관에 일주일간 전시한 후, 학생이 원한다면 다음 해 공모전이 열릴 때까지 도서관 서가에 한 번 더 전시한다.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학생은 있어도, 한 번만 참여한 학생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꼬마 작가님들의 만족도가 높은 행사다. 아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가까운 친구들이 그것을 직접 읽은 후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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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만들기 교내 공모전 포스터


도서부원과 샘플북 만들며 준비 시작

매년 2학기가 시작되면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공모전을 준비한다. 한 해 가장 큰 도서관 행사다. 도서관 한쪽에 일 년째 전시 중인, 작년 출품작들을 낸 꼬마 작가님들을 부른 뒤, 작품을 돌려주며 올해도 꼭 다시 도전해 볼 것을 권하면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다. 졸업생들 작품은 샘플 삼아 두고두고 활용한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 도서부원들과 먼저 샘플북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실전에서 참여자들의 질문에 도서부원들이 능숙하게 대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부원들이 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잘 담당하게 된다.



공모전 시작! 글쓰기 특강부터 작품 접수까지


여름방학쯤 글쓰기 특강을 열어 도서부원을 중심으로 글쓰기에 관심을 끌어올리면서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글쓰기 방법을 익힐 시간을 제공한다. 이후 작품 접수 시작 전, 한 달 정도 기간을 넉넉히 두고 도서부원들과 함께 공모전 홍보 포스터와 샘플북을 만든다. 작년 출품작들과 공모전 혜택(상품) 정보를 복도에 전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도 함께한다. 집뿐만이 아닌, 도서관에서도 아이들이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서관 안에 창작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작 공간에는 책 만들기용 용지, 제본용 테이프, 색연필 등 필기도구, 풀, 가위, 연습용 이면지, 주의 사항 및 꿀팁을 담은 안내문을 비치한다. 공간을 만들어 두면 학생들이 틈틈이 모여 함께 작품을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도서부원들도 쉬는 시간마다 이 공간에서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작품 접수 기간은 4일∼7일 정도가 적당하다. 마감이 임박하면 출품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기에 접수 기간에 주말을 끼우면 좋다. 그 시간에 짬을 내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물 



 스티커와 포스트잇  전시 기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는 학생들에게 대출한 책 1권당 한 개의 스티커를 제공하면서 전시 작품을 읽어 보고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감상평을 적어 달라 요청한다. 작품을 출품한 학생들이 친구들의 도서 대출을 종용하고, 작품 감상을 재촉하는 과열 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학생들에게 공정한 후기를 당부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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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나만의 책에 담을 이야기를 구상 중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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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출품작을 감상 중인 학생들(좌), 전시 중인 공모전 출품작들(우)



 공모전 상품  도서부원들과 상의해 공모전 상품을 결정하면 학생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찾아내기 쉽다. 선물을 행사 포스터에 함께 실었더니 소문에 날개가 달리면서 홍보가 잘 되었다.


 책 만들기 재료  A4용지 3장∼4장 정도를 반으로 접어 스테이플러로 고정하고 A5 크기 마분지를 앞장에 붙이면 간단하게 책 모양이 완성된다. A4용지는 얇기 때문에 마분지를 표지 삼아 붙여야 책처럼 빳빳한 형태를 갖춘다. 이 외에도 여러 형태의 종이를 제공하면 좋다. 다양한 모양의 무지 스크랩북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는데, 스크랩북은 이미 만들어져 나온 책이다 보니 쪽수에 제약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창작 활동 공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도서관 한쪽에 책 만들기 재료와 샘플북을 구비해 둔다. 행사 개요와 만드는 방법 등을 설명한 안내문도 함께 비치한다.



참가자들을 위한 길잡이는 이렇게


 책 구성 요소 설명  참가자들이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관찰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표지에는 제목, 저자, 출판사, 바코드, 가격, 눈길을 끄는 삽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 본문에는 책에 따라 목차나 작가 소개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 문단 나누기와 페이지 넘김을 고려한 적절한 분량 조절과 여백도 고려할 수 있게 안내한다.


 팀 구성법 안내  웬만하면 1인 출품을 권하되,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해 책을 만들길 원한다면 최대 2인 1조 까지만 허락한다. 팀원이 많아지면 작품의 완성도가 낮아지며 개인의 기여도도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말 사용 격려  친구를 비방하거나 선정성, 폭력성이 담긴 내용은 심사 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음을 사전에 알린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이니만큼 비속어, 줄임말, 외래어 등은 피하고 순우리말을 적극 사용하도록 안내한다.


 물성 있는 책 만들기 권장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학생들의 경우 워드로 타이핑하거나,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지만 최종 작품은 출력 후 책의 형태로 제본해 제출하도록 안내한다. 사실 우수작을 정리해 책자 형식으로 인쇄하면 근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각 작품만의 고유한 물성을 그대로 옮기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갈수록 손으로 글씨를 쓸 기회가 귀한 세상이 되어가는 점을 감안해 가능하면 연필로 눌러 쓰고, 색연필로 색칠하고, 가위로 오려 붙이는 아날로그적인 책 창작 방법을 권장한다.


 창작이 어렵다면 패러디도 가능  창작의 과정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면 좋아하는 작품을 패러디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필사 행사가 아니므로 똑같이 베껴 쓰지 말고 좋아하는 작품에 나만의 시선을 보탤 수 있도록 독려해 주자.


접수 마감 후 모든 출품작은 미리 섭외해 둔 심사위원(학부모 봉사자나 졸업한 도서부원, 교사 등)의 검토를 거친다. 비속어 사용, 폭력적이거나 외설스러운 장면 묘사 등 초등학생 정서에 반하는 내용이 담긴 작품은 거른다. 단순히 출품만을 위해 낙서하듯 갈겨 쓴 성의 없는 작품도 걸러야 공모전의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검토 과정을 사전에 공지해 학생들이 양질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검토를 통과한 작품은 뒷면에 빈 용지를 한 장씩 붙여 독자들이 감상평을 적거나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한 후 전시 공간에 전시한다. 전시 기간이 끝나면 독자평이 적힌 용지는 뜯어서 참가 선물과 함께 어린이 작가님들에게 돌려준다. 작가님들의 선택에 따라 출품작은 개인 소장하거나, 다음 해 공모전이 열리기 전까지 도서관 안의 ‘꼬마 작가’ 코너에 전시한다.



구상은 자유롭게 글쓰기는 충실히 


학생들의 부담 없는 참여와 자유로운 창의력 발산을 위해 가능한 한 형식적 제약을 피하고,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를 위해 따로 출품작의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임을 강조한다. 작품 구상 단계부터 함께 의논하고, 책 쓰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등을 도서관에서 안내해 준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책의 외형적인 부분보다 글쓰기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포장에 신경 쓰다 보면 정작 글쓰기를 대충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면지나 연습장을 이용해 시놉시스를 만들거나, 초고를 먼저 써 볼 것을 권하자. 초고에서 본격 원고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퇴고의 과정을 거칠 수 있기에 작품의 수준이 올라간다.

제출된 작품을 살펴 보면 대부분 삐뚤빼뚤한 글씨와 틀린 맞춤법이 난무한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 언니, 오빠가 만든 작품들은 멋들어진 기존 출판물이 줄 수 없는 날것의 꿈과 희망을 학생들에게 심어 준다. “이 책 읽어 봐, 태권도장 같이 다니는 형아가 내 나이 때 쓴 거야!” “이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겠다.” “나도 이렇게 그림 그려서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 같이 써 볼래?” 학생들은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다음 공모전은 언제 열리는지 질문하곤 한다. 나는 일단 초고를 써 보라고 격려하며 아이들 손에 이면지를 쥐여 준다. 앞으로도 ‘나만의 책’ 만들기 공모전으로 모든 학생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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