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내실 다지기
물품 구매부터 설비 제작까지
유순봉 서울 당곡고 사서교사
지난 호에서 설계 과정과 설계에 반영해야 할 요소를 이야기했다. 이번 호에서는 도서관에 필요한 물품과 비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과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여러 단계의 설계 과정을 거치며 도서관이 갖추어야 할 공간은 만들어졌으니 그 공간에 맞게 물품을 선정하고 구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기존에 있던 물품 중 그대로 이용할 것은 없는지 도서관에 있는 물품을 조사하는 일이다. 물품과 설비를 종류별로 분류하여 설명해 보겠다.
목적에 알맞는 서가를 만들려면
원목 서가, 철제 서가로 교체하기
학교도서관의 역사와 함께한 원목 서가는 너무 어두운 나무색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분위기의 도서관인데, 더 우중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필자가 추구하는 도서관의 밝은 분위기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아 서가를 교체했다. 당시 약 2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었고, 서가는 포화상태였기에 서가를 더 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목 서가를 대체할 서가들에 대해 알아보았고, 도서관을 밝게 만들어 주고 반영구적으로 써도 튼튼하게 받쳐 줄 철제 서가를 선택했다. 철제 서가를 알아보던 중 공공도서관에서 우연히 보았던 흰색의 서가를 떠올렸고, 그 서가를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다. 그 당시만 해도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는 다양한 형태의 서가가 있었지만 고등학교 도서관에는 회색 철제 서가 아니면 원목 서가가 대부분이었다. 원목의 분위기를 내면서 튼튼하게 도서를 지탱해 줄 서가를 찾는 중에 업체를 통해 아모스의 철제 서가를 소개받았다. 아모스의서가는 옆면은 나무면서 서가는 철제라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었다. 행정실과 마찰 없이 예산도 잘 집행되어서 구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다.
철제 서가(위), 원목으로 만든 벽면 서가(아래)
제작 서가 만들기
부족한 서가를 채우기 위해 벽면 서가를 들여놓기로 하고, 서가를 흰색으로 결정하였기에 벽면 서가는 원목으로 구성하기로 하였다. 나무를 서가로 제작한다고 해서 전부 원목인 것은 아니다. MDF(톱밥과 접착제를 배합하여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든 합판)나 plywood(원목을 얇게 오려 섬유의 방향이 직교하도록 붙인 합판)에 시트지를 붙여 원목의 느낌을 낸 서가도 제작할 수 있다. 이 경우 원목에 비해 원가가 많이 절감된다. 설계도에 제작 서가를 놓도록 했다면 제작에 쓰일 나무의 종류가 무엇이고, 나무의 특성은 어떤지, 내구성은 좋은지 등 서가의 재료로 사용해도 괜찮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해당 원목이 학교도서관에 어울리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시공업체에 제작 서가를 맡겨 놓고 어떤 서가가 들어오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시공업체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겉보기에만 좋은 제품을 제작할 수도 있다. 미리 원목의 종류를 알아보고 설계사와 상의해 볼 필요가 있으며 리모델링을 마친 학교들의 제작 서가 샘플을 보고 결정해도 좋다.
원목의 단단함은 1등급에서 6등급까지 나뉜다고 한다. 원목의 등급은 강도에 따라 하드우드와 소프트우드로 나누어지고, 높은 등급으로 갈수록 강도가 강해져 하드우드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1등급이 고가이긴 하지만 등급과 가격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목의 특성과 무늬 등에 따라 원하는 종류를 고르면 된다. 시중의 나무로 만든 제품들은 대개 고무나무(rubber)로 만들어지는데, 고무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매우 단단한 하드우드다. 가구 제조에 사용되는 튼튼한 목재고, 친환경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여의도여고의 벽면 서가는 고무나무로 제작했다. 가구의 통일성을 위해 설계도에 원목이 쓰이는 가구는 모두 고무나무를 사용했다.
도서관 물품별 구매 꿀팁
책상과 의자
책상은 도서관활용수업이나 협력수업 시 활용할 수 있고, 이론·토론·발표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고자 조합형 책상으로 결정하였다. 수업 공간의 모양에 따라 다각형, 사각형 등 모양을 결정하면 된다. 1인∼6인용까지 여러 모양으로 붙여서 쓸 수 있는 다각형 책상을 선택했다.
대출 반납대
대출 반납대는 학생들이 대출과 반납을 하러 왔을 때 소통할 수 있는 눈높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던 반납대가 너무 높아서 학생들과 대화하기가 불편했고, 책을 주고받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팔을 높이 뻗어야만 학생에게 책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대의 높이는 책상과 같은 높이로 하였다. 대출·반납에 이용하는 컴퓨터를 가리기 위해 대리석으로 책장을 만들어 책상 위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하였다.
대출 반납대와 스피커
스피커
종일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을 구현하고 싶었다. 도서관과 역사를 함께할, 도서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스피커를 구입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여 선택한 것이 ‘제네바 스피커’다. 예쁜 색감의 수작업 원목을 사용해서 그런지 도서관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가구 같았다. 음향과 출력이 좋아서 도서관 어디에서 들어도 좋은 소리로 귀를 호강시켜 줄 수 있다.
도서 검색대
기존 도서 검색대는 학교에서 연한을 넘겨 폐기·처분하기 직전의 컴퓨터를 책상에 올려놓고 사용했다. 쉬는 시간에 도서를 검색하고 책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이 오면 컴퓨터의 상태에 따라 검색이 될 때도 있긴 했지만 10분 동안 모래시계만 보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래서 도서 검색대의 컴퓨터는 가장 최신 모델로 빠른 검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도서 검색 기능을 완벽하게 하면서 도서검색 코너임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터치스크린 전용의 도서 검색대를 알아보았고, 키오스크 제품을 선택했다.
도서관의 꽃, 열람실 꾸리는 법
열람 테이블은 하부구조에 배관·배선 덕트를 적용한 테이블을 선택했다. 학생들이 책을 볼 때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조명도 설치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도움이 되도록 랜선과 배선이 설치된 테이블이어야 했다. 도서관이 돋보일 수 있는 개성 있는 모습의 테이블을 찾았고, ‘큰산인디컴’이라는 회사의 소개자료에서 테이블을 찾을 수 있었다. 옆면이 격자 무늬인 이 테이블은 외관도 고급스러워서 학생들이 제일 먼저 달려와서 차지하는 인기 있는 공간이 되었다. 학생들의 앞에 설치된 조명은 눈을 보호해 주기도 하지만 앞자리에 앉은 학생을 가리는 효과가 있어,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데 집중이 잘 된다고 좋아한다.
1인용, 2인용 의자나 카페 공간처럼 창문을 바라보는 공간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파나 가죽 의자를 두지 않고, 고무나무를 사용해 제작하였다. 비슷한 분위기의 의자를 구입하기 위해 예쁜 카페를 방문해 참고했고, 어울릴 만한 의자를 보면 사진을 찍어 가구를 납품하는 분께 문의를 보냈다.
의자 제작 항목을 시공비에 포함했기에 시공업체에서 목공 전문가를 불렀다. 사서교사가 제시한 대로 제작했기에 목공 전문가와 소통이 되어야 했다. 제품을 들여와야 하는 경우 ‘조달(나라 장터)’을 통해 물건을 사야 한다. 도서관의 콘셉트에 맞는 개성 있는 제품, 즉 사서교사의 맘에 드는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가구업체에서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 이럴 때는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데 수의계약은 2천만 원까지만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도서관에 어울릴 만한 의자와 열람 테이블을 사기 위해 예산을 짜 보니 5천만 원 가까이 되었다. 그래서 행정실에서 사기 어렵다며 조달에 있는 물건을 구입하길 권장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들여오면 오랫동안 쓸 물건이라 반드시 원하는 가구를 구입하고 싶었다. 가구 업체에 해결방법을 요청했다. 그 당시 여의도여고는 예산이 충분했고, 도서관에 한번 물건이 들어오면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바꿀 수가 없기에 처음부터 잘 사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결국 가구업체에서 목적에 맞게끔 서류를 만들어 준다고 하여 잘 해결되었다(업체가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거나 부녀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와 거래하면 5천만 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한 것을 그때 알았다).
비싼 물품은 물품선정위원회의 회의를 통과해야 구매할 수 있기에 물품선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목록을 만들어야 했다. 물품선정위원회의 목적은 구입 물품(교구, 기자재 등)의 규격 선정, 경쟁업체 선정, 제품과 업체 선정에 투명성 제고 및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따라서 목록을 만들 때 이 물품이 왜 필요한지, 다른 제품과 비교할 때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적을 필요가 있다. 물품선정위원들은 도서관에 어떤 물품이 필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불시에 질문을 할 수 있다. 사전에 준비를 잘해 놓으면 누가 어떤 질문을 하여도 당당히 답할 수 있고, 위원들도 꼭 필요한 물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설계가 끝나고 물품과 비품을 어떻게 구매했는지 과정을 설명해 보았다. 이미 리모델링에 숙달된 선생님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처음 도서관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호에는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를 위한 도서관 이사와 공사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것들, 그리고 리모델링이 끝난 도서관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