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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청소년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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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11 15:17 조회 8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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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를 읽고

   서현숙_ 삼척여고 국어교사



도서관, 청소년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



2015년 가을 ‘구산동도서관마을’에 간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강원진로교육원 도서관 공간 구상을 해야 했고, 뭐라도 보고 배워야 하는 급한 마음이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이 세 채의 빌라와 한 채의 단독집 구조를 살려 만들어서, 내부 공간 구획이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간’을 보러 갔다.


도서관을 둘러보다가 여러 번 슬며시 웃었다. 공간 때문이 아니었다. 도서관 로비 한 편 노트북 크기의 나무 서가에 아기 손바닥보다도 작은 책들이 옹기종기 꽂혀 있다.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만든 모형 책이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동네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만든 전시물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빈 벽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였다. 창틀에는 버려질 음료수 병에 풀과 꽃을 꽂은 병이, 자료실 문틀 위에는 손가락만한 조화 화분이 놓여 있다.


이 모두는 상점에서 돈을 주고 구입한 것들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아마추어의 작품이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었다. 이런 일에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아마 마음을 내어준다는 뜻일 거다. 도서관 공간을 둘러보면서 나의 마음에 천천히 스민 배움이 있었다. ‘아, 도서관은 이야기를 담는 곳이구나.’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손길로, 그들이 만든 이야기로 꽉 찬 도서관이었다. 작은 열람실에 들어설 때마다, 복도 모퉁이를 돌 때마다, 이야기가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되어 툭툭 튀어나오는 듯했다.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 역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청소년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아니, 알려준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보여주고 있다. 고정원, 이채연, 주정민, 최지희 사서가 ‘구산동도서관마을’과 ‘공릉청소년센터 안의 화랑도서관’에서 책으로 청소년을 만나왔던 이야기를, 도서관은 사람과 책이 만나 꽃 피운 이야기를 담는 공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도서관이든 학교도서관이든 또는 책모임 운영자든, 책으로 청소년과 연결되고자 하는 이들은 이 책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소년을 책의 세계로 끌어들이고자 할 때,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이런 것을 고민하게 했고 어느 정도 답을 알려주고 있다. 청소년과 책으로 만나는 일은 직장인의 업무 마인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업무 담당자가 혼자 유능하고 혼자 바쁘게 일하면 표면적인 성과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허나 이 일의 관건은 가시적인 실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래야 청소년의 일상에 ‘책’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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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 는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다양하게 담고 있지만 일관된 것이 있다. 저자들은 ‘청소년운영위원회(청운위)’를 만들어 청소년들이 도서관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바라는지 의견을 듣는다. ‘청운위’는 청소년 독서와 관련한 도서관 사업을 계획할 때 의견을 제안하는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친구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모으는 홍보 대사가 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삼일절을 기념하는 대개의 방법은 도서 전시다. 청소년들은 삼일절을 기념하는 행사를 제안하고 운영한다. 하얀색 상의와 까만 하의로 드레스코드를 맞춰 옷을 입고 태극기를 들고 도서관에서 요란하지 않은 행진을 한다. 또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삼일절 퀴즈 놀이를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은 청소년을 대상화하지 않고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행사에 동원되는 대상이 아니라, 계획하고 준비하고 참여하는 주체로 활동한다. 


저자들은 청소년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독서가 왜 필요하고 도서관에 오면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말하며 청소년을 설득하려 했다면, 저자들은 아마 실패하지 않았을까. 이들이 사용한 방법은 이성적 설득이 아닌 정서적 설득이다. 청소년과 거리를 좁히는 다섯 가지 노하우를 독자에게 전하는데, 점잖은(?) 노하우는 ‘책으로 소통하기’뿐이다. 나머지는 이런 것들이다. 무작정 “안녕?” 하고 인사하기, 청소년이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가 “이거 뭐야?” 하고 말 걸기, 사서데스크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청소년에게 정신없이 일을 시켜서 도서관의 일꾼으로 거듭나게 하기, 초콜릿으로 유혹하기.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정서적 설득이란 실상 유혹이라는 것, 청소년의 마음을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에 실린 공공도서관 청소년 자료실 운영 사례는 전문적이고도 구체적이다. 동시에 현장 경험이 없는 이는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것이, 이 책이 귀하게 여겨지는 지점이다. 사실 이들의 현장 경험보다 더 반짝이는 것을, 나는 책에서 발견했다. 그것은 저자들의 마음이었다. 이들은 ‘앞으로도 도서관에서 청소년과 더욱 열심히 놀아보겠다’고 다짐하고, ‘만남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그들과 친구, 동료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엄숙주의나 권위의식이 없는 마음이 책 곳곳에서 반짝였다. 저자들이 청소년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결정적인 비법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도서관도 책도 독서 프로그램도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것 아닐까.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책’을 통해 이어지고, 공동의 사연을 만드는 곳이다. “청소년은 책과도 비슷하다. 어떤 책이라도 표지를 넘겨 읽지 않으면 그 책을 제대로 만날 수가 없다. (76쪽)” 청소년이라는 책을 읽으려는 마음, 청소년들 사이에 책을 놓으려는 애씀. 이런 애쓰는 마음이, 이들이 일군 이야기의 시작점이었으리라. 그리고 이 책이 청소년 책읽기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 같다.



서현숙 삼척여고 국어교사

알고 보면 뼛속 깊이 재미주의자다. 공무원 사회에서 지루한 얼굴로 살 뻔했는데, 가슴 설레는 재미난 일을 만났다. “이 책, 같이 읽을래?”라는 말로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일이다. 덕분에 직업이 삶이고 삶이 직업인 즐거움을 알아버렸다. 지은 책으로 『소년을 읽다』(사계절),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공저, 학교도서관저널)가 있다.



<기획회의> 553호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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