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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그림책 읽기는 어른과 다르다!

YES24 ‘채널예스’ 예스 인터뷰
『낯선 그림책 읽기의 세계』 유영호 저자


아이의 그림책 읽기는 어른과 다르다!


낯선 그림책 읽기는 어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어쩌면 잘못된 독해라고 여길 만한 아이들의 반응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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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그림책 읽기의 세계』는 국내외의 유명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낯선 방식으로 그림책을 해석한 책이다. 아이들의 솔직한 그림책 감상을 비롯해 상상력이 갇혀 있지는 않은지, 작가가 모르는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은지, 어른들의 가치와 판단이 들어 있지 않은지 색다른 시각으로 그림책을 읽고 있다. 수상작이나 현실 반영 그림책, 은유와 상징이 높은 그림책 등 다양한 관점으로 그림책을 깊이 읽으며 다채롭고 놀라운 그림책 읽기를 제안한다.


낯선 그림책 읽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어른들은 책을 읽고 저자의 의도나 이야기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학교에서 공부하고 시험 대비할 때처럼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돌이켜보면 주제보다는 자신의 관심에 따라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더 그렇지요. 아이들은 자기 경험 속에서 그림책에 나오는 적절한 맥락을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또 남의 글을 독해하기 이전에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낯선 그림책 읽기는 어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어쩌면 잘못된 독해라고 여길 만한 아이들의 반응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그림책 읽기의 목적에 따라 그림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달라진다고요?

흔히 읽기의 목적은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가치에 따라, 아이의 수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납니다. 출판사에서도 감성이나 지식을 위한 기획 그림책과 일반 창작 그림책을 구별하고 있지요. 부모들은 그림책을 읽힐 때 한두 가지의 목적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책에 흥미를 붙이는,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부터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감성·인성을 키우는 수단으로 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거나 독서 능력을 높이기 위해 등. 그래서 그림책을 선정할 때는 목적에 맞는 책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와 그림책을 같이 볼 때 어른의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유념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가요?

어른들은 그림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으므로 자신의 독해가 맞다고 확신합니다. 특히 특정한 아이가 어른의 독해에 강하게 동감하면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게 해석한다고 간주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경험을 겪은 아이는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른이 자신의 해석을 강조하면 이 아이는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겠지요. 아이의 의견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아이가 쓴 글에 밑줄을 그으며 지적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아이는 어른의 선입견을 눈치채고 있을 것입니다. 생명의 순환이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아이가 다른 생각을 말하기 어렵겠지요. 이러한 모범 독해 앞에서는 어른들도 다른 주장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른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그림책도 불편할 수 있다고요?

어른들이 추천하는 책, 상을 받거나 비평에 많이 거론되는 책은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그런 책이나 모범 독해는 대체로 다수 또는 ‘정상’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른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거나 왕따를 당해 보았다거나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소수 또는 약자의 위치에 있다면 유명한 그림책은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에 관한 그림책에서 주변에 알리라는 내용은 제3자의 입장입니다. 용기를 내야 한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그런 용기를 갖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른들도 그러한데 아이들은 더 그러겠지요. 용기가 없다고 자책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중에 아이들만의 새로운 해석이 인상적인 작품이 있나요?

『지각 대장 존』은 그림책 평론 책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한테 읽고 한마디씩 쓰라고 했더니 조금도 짐작하지 못한 내용을 썼습니다. 
“선생님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자며 악어며 그런 이상한 사건들을 핑계로 몇 번을 연속으로 지각했으면 화를 낼 만하다.”, “왜 선생님을 안 구해 줬을까? 선생님을 구해 주고 선생님에게 억울했던 점을 말하면 미안했다는 사과를 받을 수 있는데.”, “선생님을 구해 주지 않는 게 적당한 행동이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존을 괴롭히는 사자나 악어나 파도 같은 것을 보지 않아서 믿어 주지 않았지만 존은 고릴라를 보고도 모른 척했기 때문이다.” “왜 다음 날 존이 학교에 갔는지 모르겠다. 교실에 가면 자기 말을 들어 주지 않는 선생님이 있을 텐데 말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 이렇게 표현했을까요? 저학년은 비슷하게 생각해도 표현하기 힘들 것입니다. 아이들의 실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들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책을 해석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림책을 함께 읽어도 괜찮을까요?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이해할 수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해서 뭔가를 계속 설명하고(실은 그 설명이 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상하다고, 아니 문해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 문제지요. 아이들이 볼 때 주변 세상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사실 어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꽤나 많지요. 어른은 단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무시하는 사고틀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것에 비하면 그림책 세계는 단순한 편입니다.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책에 나오는 내용을 단서로 자기 경험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지요. 그리고 이런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폭력, 전쟁, 죽음, 학대 등 불편한 현실을 다룬 그림책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민감한 주제를 그림책으로 읽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불편한 현실도 아이들이 직간접으로 접하는 현실이니까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직접 겪는 고민부터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표현하고, 이 점에 대해 남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희한하게도 아이 앞에만 서면 ‘교사’ 나아가 ‘군자’ 같은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죽음이 생명의 순환이라는 걸 가르치고 싶어 하지요. 실제로 죽음의 연구를 보면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을 때 처음 느끼는 감정이 ‘나보다 나쁜 놈들이 많은데 왜’ 하면서 분노를 느끼는데도 말이죠.
아이들은 그림책 속 어른의 폭력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른이 기대하는 독해이자 학습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현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더 많은 다양한 책들이 나온다면, 그리고 그 속에 아이들의 시선이 담길 수 있다면 아이들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독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그림책을 추천하신다면요?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 『율리와 괴물』, 『난 커다란 털북숭이 곰이다』를 추천합니다. 영화에서 성감수성을 평가하는 벡델 테스트처럼 그림책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 아이의 이름이 둘 이상 나온다. 둘째,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한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면 이렇게 아이가 둘 이상 나오는 그림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이로서는 덜 불편할 것입니다. 추천한 세 권의 책은 그런 점에서 이야기 나누기 좋을 것입니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그림책도 어른 시각이 숨어 있으면 어른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테면 한 어른이 한 아이를 보살필 때 자기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보살핀다는 입장에 서지요. 그런데 한 아이가 한 어른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을 때는 자기 주변 아이들을 살펴봅니다. 세 그림책 중에는 어른들도 독해하기 힘든 것이 있으니까 아이들의 해석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낯설게 그림책 읽기를 시작할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다면요?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자기 주변에 있는 개인 문제나 사회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할 것인지 상상으로 연습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이 편하게, 즐겁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내면으로는 무척 힘들게 주변 세계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아이가 하는 말들이 그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사고실험 중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얘기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함께 책을 읽을 때 제대로 독해하지 못한다고 간주하고 화를 내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재미있다고, 독특하다고 들어주세요. 아니면 어른이 그림책을 읽어 주세요. 특별한 부분을 강조하지 말고. 오히려 아이가 어떤 부분을 강조하도록 말입니다.
 

*유영호

2000년 스키마언어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독서 능력 향상을 위한 독서교육 강의를 오랫동안 해왔다. 또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여유 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학습 능력의 중요성을 강연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어른들의 책읽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사)슬로독서문화를 설립, 취약계층뿐 아니라 여러 단체·지역·직장에서 다양한 독서모임을 지도하고 있다. 속도와 경쟁으로 지쳐버린 우리 삶에 ‘슬로독서’가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사회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상지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구로시민센터, 구로도서관, 전주 완산시립도서관, 수원교육청, 충남 교원연수원, 동화읽는어른 강남지부, 수원 경기시민사회포럼, 제주 기적의도서관 등을 비롯해 각급 학교 및 도서관에서 수많은 강연을 해왔다. 

현재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도봉여성센터, 생글도서관, 서초네이처힐2단지 SH도서관, 길음 푸르지오도서관 등에서 독서교육이나 학습 능력에 관한 강좌를 열고 있으며, 강좌를 들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후속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살림서울 남부지부, 구로시민센터, 중랑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비전트레이닝센터(노숙자쉼터) 등에서 다양한 독서모임을 지원·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논술 잡는 스키마》가 있으며, 《플러스맘》 《위즈키즈》 《공동선》 등에 독서지도, 동화·그림책 비평 글을 다수 연재했다.

YES24 기사보기 http://ch.yes24.com/Article/View/4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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