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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이야기 ‘인권’을 꺼내며

::: 작가의 말



불편한 이야기 ‘인권’을 꺼내며






인권 관련 책을 써야 할 것 같은 예감은 첫 책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을 쓰면서 시작되었다. ‘인권’을 하나의 장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인권 관련 그림책(이하 ‘인권 그림책’)을 엮어 밥벌이를 가능케 한 교직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교직을 떠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나를 압박하며 계속 공부하고 그림책을 수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육과정에 들어온 ‘인권교육’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고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혐오의 정서가 확장되는 요즘 인권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편성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의 지침으로 가르쳤을 때 인권교육의 목표가 달성될지 의문이다. 교과수업을 받음으로 인권이 무엇인지 알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길러진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지식 전달의 인권교육으로는 마음속 편견을 깰 수 없다. 인권교육은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하고, 몸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동안 한 달 정도 읽어 주던 인권 그림책 읽기를 한번 ‘가는 데까지 가 보자’ 하는 심정으로 2학기 시작과 함께 아침 그림책 읽어주기의 주제로 잡았다. 책을 읽어 주면서 ‘내게 이렇게 많은 인권 그림책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들 정도로 끊임없이 나왔다. ‘환대’와 ‘차별’을 말하는 책이 많다는 것은 더불어 살면서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상황을 조금 짚어 보면 분단국가로 북한 이탈주민이 늘어나고 ‘통일’에 대하여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세대간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빈부격차는 양극화로 치닫고,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또 ‘여성 혐오’라는 성차별이 점점 표면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의 면밀한 진단은 아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인데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인권’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았을 때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나는 많이 불편하다. 사선을 넘어온 북한 이탈주민인 아이가 보육시설에 살면서 학교 다니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학급에서 낙오되는 모습,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마음 아파 주눅 들어 사는 모습,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됐다. 연일 서로 다른 주장으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광화문은 또 어떤가? 고개 들어 바라보면 우리 사회는 참으로 닫혀 있고, 무관심이 일상이 된 사회 같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보편적 권리가 인권이다. 사회에서 누구나 이 보편적 권리를 누리며 살면 된다. 하지만 인권은 나 혼자 소중히 여긴다고 보장되는 게 아니다. 보편적 권리를 상대가 억압하거나 무시할 때 문제가 되는데 이를 알면서 하는 경우가 있고, 모르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육은 어려서부터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나’의 소중함을 알고, ‘너’의 소중함을 인정하며, ‘우리’로 함께 해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겨울방학 하는 날, 아이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2학기 내내 수업 시작하기 전 20분 동안 100여 권 정도의 인권 그림책을 읽었는데 이 책들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마음의 변화가 있나요?”


아이들은 처음에 ‘인권’이 뭔지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읽어 나갈 때마다 이렇게 많은 차별이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존중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한 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깨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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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희망이 생겼다. 인권교육은 교육과정 속 몇 시간으로 해결되는 것이 절대 아니며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 인지적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마음에 다가가 정서적으로 울리는 교육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움직였으면 몸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혹은 그 반대이거나).


그림책으로 하는 인권교육은 이 모든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인권 그림책은 꾸준히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편견을 깨는 데 훌륭한 도끼의 역할을 했다. 장기적 계획 아래에 다양한 인권 그림책을 읽고 머리와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면서 인권 감수성을 키워 나가면 인권교육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인권 그림책으로 책을 엮어야겠다는 생각이 싹을 틔우자 나는 몹시 바빠졌다. 그림책을 찾아보고 모으는 일도 중요했지만 먼저 나의 철학과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견은 없는가?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불편한 생각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환대에 대한 현대철학과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서적을 찾아 읽어 가며 나름의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는 완전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았으며 끝이 없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집필을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일은 저학년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단편적이고 예화 중심의 내용이라 밀도 있는 교재가 절실했다.


‘그림책을 이용하면 좋은데…….’
언제까지나 이 생각을 품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부족하지만 우선 정리해 놓으면 미흡한 부분은 누군가 나서서 또 정리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고 서두르게 되었다.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은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먼저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주변 이야기에서 시선을 확장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각하도록 구성했다. 2장은 역사에 등장한 차별을 이야기했다. 우리와 거리상으로, 역사적으로 좀 먼 유대인 학살의 이야기나 흑인차별 등과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 역사로 다가갔다. 3장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몸으로 하는 독후활동을 반드시 병행하라는 것이다. 인권은 머리로 이해한 대로 길러지는 심성이 아니다. 머리로 이해한 것이 가슴으로 와야 하고, 정서적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읽어 주기만 한 책과 활동한 책을 나중에 비교해 보면 아이들의 마음에 새겨진 것은 당연히 활동한 책이다.


인권 그림책 읽기는 연간 계획으로 추진하길 부탁드린다. 일시적으로 한두 권 읽었다고 마음속에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저절로 길러지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두 권은 인권 그림책을 읽어 늘 더불어 살아가기를 강조했으면 좋겠다. 인권 그림책 읽는 요일을 정하고 시작하면 학기말에 놀라운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아이들의 인권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이 책을 이용할 때 차례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경험상 가까운 곳, 우리 사회와 밀접한 이야기를 하면 불편한 감정이 올라와 거부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우리 사회와 좀 먼 이야기를 하면서 보편적 인권을 충분히 경험한 뒤에 우리의 이야기로 가는 것이 무리 없었다. 또 ‘나’와 ‘너’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학년 수준에 따라 흐름을 잡아가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러니 이 책을 자료로 활용하며 장의 분류와 관계없이 수시로 넘나들기를 바란다. 순서나 횟수, 시간은 활용하기 나름이다. 이 책의 저자로서 노력한 점은 되도록 관련 목록을 많이 넣어 책을 선택하기 쉽게 했다는 거다.


책을 쓰며 참스승 여러분을 만났다. 그 길은 시간이 걸리고, 머리 아프고, 눈이 빙빙 도는 경험을 동반했지만, 내 마음가짐은 하루가 다르게 경건해졌다. 위인들을 소개하는 글을 쓸 때, 이 글이 생명력을 잃으면 어쩌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 쓰면 어쩌나, 성인께 누가 되면 어쩌나 걱정되어 한 자 한 자 쓰는 일이 조심스러웠으며, 정직하게 글을 쓸 수 있기를 아침마다 간절히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다. 각각의 위인마다 평전을 읽으며 삶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은 감동의 시간이었으며, 기도의 시간이었다. 내가 부서지고, 또 다른 내가 깨어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또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그림책 공부방 선생님들, 응원과 격려로 지치지 않게 힘을 실어 준 친구들, 늘 재치 있는 이야기로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5학년 4반, 5학년 3반 친구들, 끝까지 지지해 준 지훈, 수현에게도 감사드린다. 또 생각만 듣고 책을 만들자고 용기를 주신 학교도서관저널에 감사드리고, 이렇게 예쁜 책으로 마무리해 준 오선이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이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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