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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교사의 한마디… “괜찮아, 나도 그래”

울보 교사의 한마디… “괜찮아, 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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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독서부 아이들과 ‘감정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 뒤 책으로 엮어냈다.

 



저는 울보 교사입니다.


저는 잘 웁니다. 어릴 적에는 제 아픔 때문에 울었고, 지금은 타인의 아픔 때문에 웁니다. 수업 중에 저도 모르게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울보 교사’라는 별명을 얻은 적도 있지요. 다 큰 어른이 되어서 감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참 딱하기도 합니다.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김혜원 작가의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를 읽었습니다. 홀몸 노인 12명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우리는 주변에 홀몸 노인을 찾아뵙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몇달 뒤 한 친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할머니가 며칠째 집에 안 계셔요.” 제가 못 알아듣는 표정을 보이니 자초지종을 설명하더군요. 케이크를 만들어서 우리가 뵈었던 할머니를 찾아갔는데 며칠째 안 계신다는 것입니다.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지만 역시 며칠 동안 안 받으시더군요. 우리는 그때 함께 울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지 못한 채.


몇 년 전, 학생들과 부모님과 함께 독서캠프를 하던 때였지요. 참가 학생의 모든 부모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자식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은 분은 저의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문자였습니다. 캠프가 무르익어갈 밤에 편지를 대독해드린다고 했지요. 한 아버지의 편지가 저를 울렸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 끝에 퇴원하게 되었다는 내용, 알코올 중독으로 다시는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내용,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것을 용서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학생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내용은 뺐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대독할 내용인데 민감한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대독하고 본인의 편지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학생을 무대 위로 올라오게 했지요. 아버지나 어머니와의 만남에 성공하는 친구들에게는 외식 상품권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편지를 미리 읽기를 참 잘했습니다. 편지 낭독 시간에는 울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그것도 잠시뿐이긴 했지만요.


이어진 세족식에서 중학생들이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며 저의 눈물샘이 또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저는 학부모님들에게도 울보 교사로 소문이 났습니다. 소문이 나니 울기도 더 편해지더군요. 그 후로는 제가 슬플 때 울었습니다. 울기만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기쁠 때 크게 웃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으로 시작했어요. 책이 울고 있으니 나도 운다고! 책이 웃고 있으니 나도 웃는다고! 어느 순간 책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감정이 이어졌습니다. 감추고 싶던 이야기들을 마구 꺼내니 학생들도 감추던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중학교 1학년 때 가끔 아버지가 학교까지 차를 태워주셨다. 아버지의 차는 낡은 2인승 트럭.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내 모습을 숨기고 싶었다. 몸을 반으로 접어 신발 끝을 묶는 척했다. 아버지에게 부끄러운 내 마음이 들통날까 봐 차에 타기 전에 항상 신발 끈을 풀어놓았다. 아버지를 감추고 싶었다. 아버지의 화물차와 함께. 그러던 어느 날 내 소원이 이루어져 버렸어. 1년 뒤 아버지는 정말로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3년이 지나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셨어. 이제는 그 시절 나의 부끄러운 기억을 감추지 않을게. 감추고 싶은 일들이 나중에서야 별일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야.” (<괜찮아, 나도 그래> 76~77쪽)


아이들은 교사인 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감추고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냈습니다. 교실에서 감정을 솔직히 꺼내놓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끄럽고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번 꺼내고 나니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며 이해해줄 수 있더군요. 친구들이 “괜찮아, 나도 그래”라며 위로해주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황왕용 광양백운고등학교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중·고등> 공저자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011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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