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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도서관의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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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6-08 11:43 조회 14,67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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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도서관의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 집단지성의 산물이자 풀뿌리 활동가의 참여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도서관 생태 마을에 삽니다 - 표지.jpg
 

『도서관 생태마을에 삽니다』 양시모·김용안 지음, 김세진 그림, 학교도서관저널, 2020



『도서관 생태마을에 삽니다』 는 도서관에 대한 책입니다. 그런데 도서관과 관련된 여느 책과는 다른 면모를 띠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주요 저자인 양시모 씨가 노원휴먼라이브러리 관장이 된 2012년 이후, 노원구 구립도서관의 총괄관장이 된 지금까지 8년 여에 걸친 활동이 책의 기본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뜻 이 책은 ‘활동 보고서’와 같은 겉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도서관 관련 책들이 주로 학계의 연구서나 외국 저자의 번역서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점은 매우 특이하며 또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그냥 ‘활동 보고서’인 듯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비록 ‘양시모·김용안’, 두 사람으로 되어 있지만, 이 책은 결코 두 사람의 ‘창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펴낸 ‘학교도서관저널’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중심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끊이지 않는 곳, 600여 명의 주민활동가, 800여 명의 휴먼북, 1000여 명의 독서동아리 회원들, 100여 명의 도서관 종사자가 함께 건강한 독서문화생태계를 이루어가는 곳, 노원도서관공동체의 활동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 드러난 숫자만으로도 약 2500여 명인데, 어쩌면 이분들 모두가 함께 이 책을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책에는 숱한 실명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마들역 앞에서 제과점을 경영하고 있는 최형일 씨, 컴퓨터 수리공인 안병길 씨, 주부 박순성 씨, 주부 9단으로 통하는 임정애 씨, 휴먼북 등산모임을 이끄는 신효영 씨, 다큐멘터리 감독 임진평 씨,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김미정 씨 등등. 이런 이름들이 이 책의 1장 ‘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 등장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어서 책 읽는 어머니 학교(2장), 노원독서문화생태계 - 북스타트와 독서동아리(3장), 지식문화마을공동체(4장)로 이어지는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활동가의 이름이 계속 등장합니다. 이 책은 대중지성 혹은 집단지성의 산물이며, 지역 풀뿌리 활동가의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이 책이 하나의 ‘활동 보고서’와 같은 듯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인류 문명사에 등장한 이후, ‘도서관’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숱한 논의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 책의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일찍이 랑가나단은 『도서관학의 5법칙』(1931)에서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고 하였습니다. 도서관이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것은 도서관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으로 대표되는 매체, 도서관 서비스, 도서관이라는 공간, 장소, 건물, 도서관과 관련된 법과 정책 등, 어느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특히 디지털 문명의 급속한 전개에 따라 새로운 도서관 시스템 구축과 공간 구성, 건축 모형이 제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논의의 한 극단에는 아예 물리적 공간이 없는 도서관, 디지털 가상공간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도서관을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도서관계에서 ‘장소로서의 도서관(library as place)’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는데, 그 이유는 물리적 공간 및 장소의 부재 가능성에 반하여 도서관의 본질과 기능을 새롭게 옹호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 속에 이 책을 놓아보면, 이 책은 단지 노원구 구립도서관의 경험과 실천을 정리한 ‘활동 보고서’가 아니라, 거의 10년에 가까운 활동을 통해 증명하고 증언하고자 했던 주장을 개진하고자 하는 책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주장은 이제 도서관이 책 중심 서비스에서 사람 중심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공공도서관은 사람 중심 도서관 경영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149쪽)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노원구 구립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7쪽)고 말합니다. 저자들은 “앞으로 대중지성 시대, 주민주권 시대의 거점 공공도서관과 마을공공도서관의 운영 방향은 지역주민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하면서 “문헌정보학과가 개설된 대학들은 공공도서관에서 실제 필요한 대민 서비스 과목을 개설하면 어떨까? 커뮤니케이션 과목과 마을조사정보수집, 주민조직론, 지식문화공동체론, 작은도서관 경영론, 마을민주주의론 등의 과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150쪽)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과 제언을 과연 다른 공공도서관, 그리고 도서관 서비스를 감당하고 있는 다른 사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 책은 우리 도서관 현장에서 새로운 토론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도발적인 문제의식’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른바 ‘K-방역’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진단과 조사, 추적, 치료,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유, 시민사회의 참여 등 K-방역은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우리 사회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K-방역만큼 ‘K-도서관’도 세계적인 모범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아마도 저자들은 ‘K-도서관’의 한 가지 사례가 여기 노원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우리 도서관 문화의 발전을 위해 더 뜨거운 논의와 실천이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안찬수 『아름다운 지옥』 『한 그루 나무의 시』 등의 시집을 냈으며 『물고기는 역시 물고기야!』 외 몇 권의 어린이책과 『힌두 스와라지』 『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등을 번역했다.


::: <기획회의> 513호(202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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