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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인권 감수성 어떻게 기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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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9-15 16:22 조회 23,78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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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그림책을 읽는 시간
마음의 편견을 깨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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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나를 열어 환대하라 : 만남과 환대


‘인권’을 불편하고 어렵게 여기며 고민하고 있을 때 한 편의 시를 만났다. 바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다.(정현종, 『섬』, 2009) 내가 만나는 모든 이를 이 시의 마음으로 대한다면 인권의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시인은 방문객이 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한다. 방문객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도, 나와 인연을 맺는 사람도 모두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마음을 울렸다. 사람을 ‘실체’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도 헤아린다는 의미였다. 기쁨과 환희는 물론 슬픔과 두려움, 절망과 불안 등도 그대로 받아준다는 거다. 상대가 누구인지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 마음의 갈피를 더듬던 바람의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바로 ‘환대’라고. 매일매일 마주치는 그 모든 사람을 바람의 마음으로 환대하라고 주문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나는 쉼 없이 질문했다. 상대의 처지나 살아온 삶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는 있으나 나를 열어 그를 환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실은 문학 작품 속 이야기와 다르지 않은가.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강력한 범죄가 많은 시대인데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환대한단 말인가.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했다. 생면부지 이방인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없이 부딪치고 있는 나의 지인들. 나는 그들에게 바람의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그들은 내게 낯선 이방인도 아니고 내게 칼날을 휘두를 사람이 아닌데도 환대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견줘 보고 따져 보며 저울질하고 있었다.


결국 ‘환대’의 마음을 지닌 사람은 큰 그릇의 사람이었나 보다. 자존감이 높고, 연민의 마음이 크며, 진심으로 경청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 환대는 사회적인 언어가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언어였다.


1장에서는 ‘나와 내 주변의 타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보다 ‘열린 나’로 가야 한다. 구분 짓고, 벽을 쌓고, 차별하는 ‘나’가 아니라 이해하고, 감싸 안고, 보듬을 줄 아는 ‘나’로. 그러자면 ‘나’는 따뜻한 품성과 높은 자존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주변의 타자’를 가족에서 친구로 확장하며, 두리번두리번 고개 돌려 우리 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타자들을 차례로 떠올리며 정리했다.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_『아나톨의 작은 냄비』
만날 수 없어도 잊지 않을 거야 _『아모스와 보리스』
절대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_『코끼리는 절대 안 돼!』
나는 어떤 엄마? _『너 왜 울어?』
도움이 필요해요! _『앵그리맨』
내일 또 놀러 오렴 _『나의 다정한 돼지엄마』
왕자를 구하는 공주라고? _『봉지공주와 봉투왕자』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_『도둑맞은 이름』
네 잘못이 아니야! _『비밀』
이제 안녕을 고할 때다, 톡 톡 톡 _『매미』
내 동생은 시각장애아입니다 _『동생을 데리고 미술관에 갔어요』
나와 상관없잖아! _『아저씨, 왜 집에서 안 자요?』
마음의 소리를 들어! _『나, 화가가 되고 싶어!』
누구나 늙어가는 중 _『할머니의 정원』
방을 하나 더 만들자! _『벌집이 너무 좁아!』
길 잃은 이들에게 빈 의자를 _『모든 것이 사라진 그날』



2장
아픔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 역사와 인권


인권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 과거의 인권 문제에서 풀어 나가는 것이 쉬울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한 사회와 역사에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전쟁은 아직도 콕콕 아픔을 전달하는 현재의 이야기고, 인종 차별 또한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의 이야기다.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 중 다문화가정의 고부 갈등을 다룬 것이 있다.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20여 년 살다가 아는 사람 없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며느리와 60~70년 이상 한국 사회에 살면서 전통적 며느리 역할을 해 온 전통적 며느리관을 가지고 있는 시어머니의 갈등을 다룬다. 여기에서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은 며느리가 친정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떠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살아온 환경을 낱낱이 보게 된다. 신기한 것은 그 과정을 거치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이해하게 된다는 거다. 살아온 환경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방송을 보면서 자주 경험한다.


과거의 인권을 다룬 그림책도 역사의 장면에, 그 현장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읽어 나가야 한다. 다양한 관점의 책을 읽어 역사를 치우쳐 보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또한, 날것 그대로 보여 주는 책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읽어야 한다. 현대로 올수록 날것 그대로 서술할 때가 많다. 그건 아직 치유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픔과 상처를 다른 것에 비유하며 여유있게 서술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걸러진), 전쟁의 참상이나 아픔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 있다. 아이에게는 날것이 드러내는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실제 사건이어도 걸러서 표현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좀 길게 다루었다. 아이들에게 문학 작품을 읽어 줄 때 중심 사건의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하고 읽으면 훨씬 이해가 빠르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림책이 갖는 인문학적 배경을 알고 읽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역사적 배경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독일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시인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자신이 전쟁에서, 혹독한 시련에서 살아남은 것은 ‘운이 좋은 덕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꿈속에서 친구들이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라는 말을 들으니 살아남은 자신이 미워지고 슬퍼진다고 했다. 살아남은 것이 죄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장벽을 넘어가면 _『The Wall(장벽)』
뿌리내리고 뻗어 나가는 자유 _『울지 마, 레몬트리』, 『파란 나무』
나도 너랑 똑같이 하고 싶었어 _『1964년 여름』
소리 없이, 빠르게, 점점 커지는 괴물 _『전쟁(A GUERRA)』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_『장군님과 농부』
열네살 소녀는 무엇을 꿈꾸었나 _『나무들도 웁니다』
서로를 보듬다 _『나무 도장』
할아버지는 아직도 열다섯 살 소년병 _『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
누나는 왜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_『오늘은 5월 18일』
기억의 소환, 되풀이하지 말자 _『천의 바람이 되어』



3장
내어 주는 삶을 실천하다 : 인권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


인권 그림책에서 이야기 나누기 좋은 분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다. 생애를 돌아보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노력하는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는 지면의 한계로 에피소드 하나 정도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이때 그림책이 있다면 한 권의 책으로 깊은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


봉사와 희생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찾아보니 아주 많았다. 하지만 내용의 분량이 알맞으면서 수준 높은 그림책을 찾기는 어려웠다. 위인전도 주로 시리즈로 출간되어, 낱권의 문학성 높은 작품을 만나기 어려웠다. 끝까지 구하지 못한 인물은 결국 그림이 많고 잘 편집된 위인전으로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참고하기 위해 읽은 책들로 삶을 배우며 행복했다. 그림책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지만 위인의 삶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림책만 한 권 달랑 읽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림책은 물론 위인전, 소설, 평전,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하게 삶을 조명한 책을 읽었다. 그 과정에서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 목표를 정하면 어떻게 자기를 절제하며 달려가는지, 다른 사람에게 나를 내어 주는 삶이 얼마나 숭고한지 깨닫고 감동했다. 한 권 한 권 다 읽을 때마다 표지를 쓰다듬으며 ‘감사의 의식’을 했다. 또 한 가지,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림책은 주관적 해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행간의 의미는 실제 사건과 연결해 읽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배경이나 사건의 이야기가 많아졌다.


한 분 한 분 공부하면서 가슴 짜릿한 경험을 했는데 이분들은 하나같이 ‘소명의식’이 강했다. ‘이 일이 내 일’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일이 성사되도록 온 생애를 바쳤다. 평범한 나는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의 반복인데, 이분들은 뜻을 세우면 마음의 불씨를 피우고 점점 크게 불꽃을 키웠다. 또 하나의 특징은 어려서 한 경험이 뜻을 세우는 데 중요한 씨앗이 되었다. 어려서 별 의미 없는 일이라 여겼던 경험이 정말 중요한 씨앗이 되고 소명으로 발전한 것이다. 아이들도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열어 놓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나를 내어 주는 삶’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고, 참으로 숭고한 일이었다. 각박한 현대사회에 이런 분들이 자취를 남김으로 지구의 역사는 빛나고, 그 행적은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남았다. 나는 감히 그분들의 행적을 손톱의 때만큼도 따라 하지 못하지만 내가 이기적이고 욕심으로 타오를 때면 분명 이분들의 삶이 나를 비추는 거울로 작용할 거라 확신한다.


이 장의 흐름은 어린이 인권, 장애인 인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인권, 흑인 인권 등으로 잡았다. 비슷한 비중으로 하고 싶었으나 균형을 맞추기는 어려웠다.


유대인 어린이 2,500명을 살리다 _『희망이 담긴 작은 병』
굶주리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 _『야누슈 코르착』
아이들만이 희망이다 _『방정환』
평화와 인권 보호에 앞장선 영부인 _『엘리너 루스벨트』
총 대신 악기를 들어라 _『못된 녀석』
세상으로 나가는 계단 _『여섯 개의 점』
장애를 넘어 인권 운동으로 _『손으로 말하는 헬렌 켈러』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 _『가진 것이 많을수록 나눌 것은 적습니다』
생명외경 사상을 실천하다 _『슈바이처』
낮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 _『선생님, 바보 의사 선생님』
모든 걸 받아 주는 낙서장 같은 어른 _『아프리카 톤즈 마을을 울린 신부님 : 이태석』
평화로 가는 길 _『간디의 소금행진』
불씨가 된 위대한 용기 _『일어나요, 로자』
공존과 평화, 함께 사는 법 _『마틴 루터 킹』
인종 차별을 화합으로 _『넬슨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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