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을 품은 온라인 수업

2020년 4월 6일, 사상 최초로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그날 학교에 흘렀던 긴장과 혼란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설마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학교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렸습니다. 선생님 대부분이 온라인 수업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전환하기 쉽지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 단기간 내에 온라인 수업이 정착되었습니다. 이제 학교에 가지 않고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놀라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온라인 수업은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하지만 교육 효과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력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여러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 체감하는 부분입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당분간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은 병행될 것이며 코로나19가 지나가도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같이 하는 블렌디드blended 수업의 흐름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온라인 수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재정비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온라인 수업이 던진 질문

매일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서로 얼굴 보고 수업하는 것이 당연했던 예전에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학생들이 수업의 선택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거리가 생겨납니다. 수업을 듣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 다시 말해, 언제 수업을 들을지, 어떻게 수업을 들을지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생에게 어서 수업 들으라고 전화하고 문자하고 재촉하는 일은 교사에게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수업 들을 때 제대로 책상에 앉아서 듣는지 누워서 듣는지, 어떤 상태로 듣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학생들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기껏 SNS나 문자, 전화로 국한되고 그마저도 학생들이 연락을 받지 않을 경우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수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을 제공하는 교사와 수업을 듣는 학생의 ‘상호작용’입니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교과 내용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서로 성장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수업 속에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대화거리를 던져줘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줘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대화가 계속 이루어지도록 교사가 집요하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수업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합니다. 우리의 수업 속에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잘 설계되어 담겨 있는지 봐야 합니다. 이야기는 꼭 말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의 손글씨, 학생들의 음성, 문제 풀이, 글, 생각, 표정이나 모습 등 여러 방법으로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통해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대화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학교마다 교사마다 다른 여건과 역량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한 요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 상황이나 여건으로 인해 한 해 동안 많은 수업이 과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방치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실시간 수업은 잘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굉장히 좋습니다. 수업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해서 같이 얼굴 보며 공부하는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비록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어도 함께 공부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학교에서 실시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에 실시간 수업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아직 많은 선생님들이 사이버 공간에 본인의 흔적이 남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학생들도 자기 얼굴과 사적인 공간을 공개하면서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꼭 얼굴 보고 수업하는 것이 실시간 수업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SNS에 동시에 접속해서 실시간으로 채팅하고 토의하면서 수업을 진행한다면 그 또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온라인 수업 기간을 거쳐오면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 여러 수업 방법들을 발견했습니다. 프로그램 및 기기 활용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수업에서 선생님과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 상호작용이 풍성해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온라인 수업은 우리에게 학생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수업을 구상해야 하는지, 수업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속에서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는 활동을 찾아 정리했습니다.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교사가 진짜 궁금해하는 온라인 수업 2 : 실천 사례편』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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