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극, 쉽고 즐겁고 깊게 만나기

▪ 『학교에서 낭독극하기』 엮은이 이인호

10여 년 전에 처음 낭독극을 했다. 전국교사연극모임 선생님들 열댓 명이 모여 간단한 이론 공부를 하고 네 모둠으로 나눠 각자 준비한 시와 소설을 낭독극으로 발표했다. 우리 모둠에서는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와 임철우의 소설 「사평역」을 올렸는데 관객들도 좋아하고 작품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이 활동은 연극동아리 학생들과 단편 소설을 10편쯤 낭독극으로 각색하고 학교에서 공연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후 3년간 문학 시간에 천안청수고, 천안여고 학생들과 72편의 낭독극을 만들고 발표했다. 배역을 맡지 않은 학생들은 스태프로 기발한 역할을 했다. 약 3주 동안 문학 시간은 학생들이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었다.

많은 선생님이 교실에서, 학교에서, 극장에서, 학생연극축제에서 낭독극을 공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어려움 속에서도 충남학생연극제에는 낭독극이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모두 여덟 편이었다. 연극보다 상대적으로 거리 유지가 가능한 낭독극에 주목하고 지도교사들과 순회연수를 네 차례나 하며 준비한 결과였다.

이제는 초중등 국어 교과서에도 낭독극이 소개되고 있다. 학생들이 문학 작품을 각색해 공연하면서 원작의 깊은 울림을 짧은 시간에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을 놀라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이런 활동을 정리하고 더 많이 알리고자 출판을 기획하게 되었다. 내용 ‘들려주기’와 절제되고 창의적인 ‘보여주기’를 결합한, 대본 낭독과 연극적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만나는 학교 공연에 적합한 낭독극을 모색한 것이다.

낭독극은 대본을 외우지 않아도 되고 무대도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어 일반적인 연극 공연에서 느끼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연극과 비교해 예술성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원작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고 극적 효과를 통해 관객의 호응도 끌어 낼 수 있어 연극과 또 다른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문학 작품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다양한 인물을 온전하게 표현함으로써 깊은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 모두 간단한 연수나 수업만으로도 직접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낭독극을 하면 눈으로 읽던 작품들이 소리와 몸짓을 통해 생명력을 더하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과 내용은 실제 공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학생들과 공동 작업을 거친 것이다. 동아리 공연뿐 아니라 수업에도 직접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장 ‘교실 속으로 찾아온 낭독극’에는 낭독극의 개념, 형태, 구성, 제작 과정, 공연 등을 소개한 총론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이어서 중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낭독극 수업을 안내했다. 중고등은 소설을 각색해 낭독극을 만드는 성취 기준에, 초등은 일상생활의 경험으로 낭독극을 만드는 방향에 맞췄다.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낭독극 공연을 할 때 바로 활용해 볼 수 있는 내용이 알차게 담겨 있다.

아울러 블렌디드 수업으로 어떻게 낭독극을 할 것인지 ‘온라인 수업으로 낭독극 만들기’에 담았다. 온라인 맞춤 연극놀이와 즉흥, 낭독극 연습에 쓰이는 에듀테크 기능, 장편 동화를 바탕으로 낭독극 만드는 블렌디드 수업 디자인은 낭독극 관련 수업뿐 아니라 여러 수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2장 ‘문학 작품으로 낭독극 만들기’는 1장을 바탕으로 한 ‘실전편’ 같은 성격이다. 소설, 동화, 청소년 소설, 시, 영화 등으로 낭독극 대본을 만드는 방법과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을 각색한 대본 3편, 동화 각색 대본 4편, 청소년 소설 각색 1편, 시를 활용한 대본 2편, 영화 각색 1편, 총 11편의 대본을 모두 전면 수록했다. 공연에 도움이 되도록 대본마다 작품의 특징, 등장인물 소개, 연출 노트, 무대 구성법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소설이나 동화 장르에서는 국내작뿐만 아니라 번역작도 실었고, 어린이 문학은 옛이야기도 함께 다루어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요즘 학생들에게 친숙한 영화 <겨울왕국>을 낭독극으로 만든 대본도 있다.

초중등 수업뿐 아니라 학교 공연, 학생연극제 공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연계해 읽은 작품을 낭독극으로 공연까지 한다면 어떤 독서토론 못지않게 폭넓은 문학 읽기 활동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문학 작품을 깊이 감상하고 극으로 표현함으로써 작가들이 전하고자 한 주제와 정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전국에서 열네 개 지역연극모임을 통해 자유롭고 즐거운 교육연극을 펼치는 전국교사연극모임 선생님들의 실천을 『학교야 학교야 뭐 하니? 연극한다!』에 이어 이렇게 묶어 낼 수 있어 기쁘다. 여러 차례 연수와 공연을 통해 학교에서의 낭독극을 같이 정립해 간 서호필, 백인식 선생님의 실천과 모색이 이 책의 근간이 되었다. 충남학생교육연극협의회 선생님들의 집중적인 연수와 공동 실천도 빼놓을 수 없는 토대이다.

필자로 참여한 분들 외에 연구와 실천으로 많은 가르침을 준 연극인들께 감사드린다. 낭독극 대본에 원작 수록을 허락해 주시고 격려까지 아끼지 않으신 시인, 소설가, 동화 작가, 출판사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여러 필자가 쓴 글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통일성 있게 꿰어 주신 학교도서관저널 편집부에도 감사를 보내고 싶다.

낭독극을 통해 깊은 예술적 감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것도 좋지만, 즐거운 읽기와 자유로운 몸짓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책이 뿌듯한 교학상장의 여정에 좋은 벗이 될 것이다.
 
2021년 봄, 활짝 웃는 무대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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