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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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1-04-28 13:43 조회 14,218회 댓글 0건본문
::: 지은이가 독자에게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해 보세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육, 아이, 놀이 관련 책을 찾아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아이를 먼저 키워 본 친구들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책이었습니다. 아이가 산후조리원에서 집에 도착한 날부터 그림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아이 옆에 함께 누워 책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고개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에게 읽어 준 책에는 글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과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옹알이하는 시기, 아이는 아빠가 말하는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빠가 들려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에게 가닿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림책을 읽어 주면 아이는 손과 발을 유난히 더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책의 장면, 장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까르르 웃기도 했지요.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어 텍스트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작품의 메시지를 포착해 낼 수 있는 매체입니다. 그림책에서 그림은 동화나 아동교양서의 삽화와 달리 내용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예술 영역으로 존재하지요. 그래서인지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읽다 보면 어른이 읽는 속도에 맞춰 책장을 넘길 때도 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장면에 한참을 머물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는 인물의 표정을 따라 하기도 하고, 텍스트에는 없는 요소를 발견하기도 하며 이야기와 감응합니다. 그렇게 쌓인 풍부한 독서 경험은 일상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재료가 되어 주었습니다. 새 신발이 생기면 그림책에서 본 신발 이야기를 꺼내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에는 그림책에서 만난 아이스크림의 모험을 조잘조잘 말합니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서 그림책과 연관된 여러 활동을 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함께 놀되 조금 더 의미 있게 놀자.’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어릴수록 복잡한 체계가 있는 활동보다 단순하면서 재미있게 즐기는 활동을 좋아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놀이나 글자를 써 보고 알아맞히는 놀이를 했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오리고 붙이는 만들기 놀이, 그림 그리기 놀이를 했지요. 그림책과 관련된 놀이를 준비하니 아이도 쉽게 흥미를 붙였고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재도 더 풍부해졌습니다.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활용품, 택배 상자, 부엌 서랍에 잠들어 있는 일회용 식기 등이 좋은 재료가 되어 주었습니다. 야외 활동이 쉽지 않은 시기, 한창 활달하게 움직이고 싶어 할 아이를 위해 실내에서 단순하게 할 수 있는 놀이를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아이가 다섯 살이던 2017년부터 그림책을 읽고 함께 한 책놀이 경험을 모은 것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로서, 동시에 평범한 아빠로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데에서 끝나는 독서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경험을 하길 바랐습니다. 놀거리를 스스로 만들고 함께 놀고, 그 과정에서 책의 주제에 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 말이지요.
특히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 또한 컸습니다. 아빠는 양육과 가사를 ‘돕는’ 사람이 아니라 ‘동등하게 참여하는 존재’라는 담론은 이제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의무를 함께 하는 모습은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자연스럽게 성평등 감수성을 기를 수 있고 서로 다른 존재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책에 담긴 글은 프렌디(Friend+Daddy, 친구 같은 아빠), 플레디(Play+Daddy, 함께 노는 아빠), 홈대디(Home+Daddy,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가 되고자 노력한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교사로서의 관점도 반영했습니다. 책놀이 이야기를 교육 과정에서 제시하는 여섯 가지 핵심 역량별로 엮었지요. 1장은 자기 관리 역량, 2장은 지식 정보 처리 역량, 3장은 창의적 사고 역량, 4장은 심미적 감성 역량, 5장은 의사 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과 연관되는 이야기입니다. 놀이의 특색에 따라 어떤 활동은 창의적 사고와 심미적 감성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어떤 활동은 지식 정보 처리 역량과 자기 관리 역량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요. 이 책에서는 그림책 내용, 활동 과정, 활동의 의미 등을 큰 틀에서 각 역량으로 분류해 담았고 의사 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은 다른 역량들보다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고 보고 함께 묶었습니다.
각 활동마다 놀이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안내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혹은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적당한 활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놀이 소요 시간은 아이의 연령에 따라, 집중도와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참고로 봐 주면 좋겠습니다.
각 활동의 종류와 난이도도 함께 표기했습니다. 언어 활동, 그리기 활동, 만들기 활동 등으로 성격을 분류했으므로 아이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놀이는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연령별로 난이도에 따라 적당한 놀이를 선택하면 좋습니다. 아이와 그림책 놀이를 하게 되는 환경, 어른이 느끼는 시간과 체력의 한계가 다른 상황에서 이 가이드를 작은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빠뿐만 아니라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등 아이와 함께하는 어른들 모두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에는 놀이를 하며 직접 아이와 주고받은 대화들도 담았습니다.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일이 조금 어색하다면 책에 나온 대화를 바탕으로 질문을 해 보세요. 그림책과 놀이에 관심 많은 부모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저의 경험이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눈빛과 목소리에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이 점점 많아진다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하루 30분 그림책 놀이』 지은이 전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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