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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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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3-18 14:02 조회 15,31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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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경향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성신: 내가 대학에서 수업하고 있는 강좌명이 뭔지 알려줄까?
선애: 출판 전문가시니 출판학? 근데 그렇게 뻔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성신: ‘4차산업혁명과 고전 읽기’ ㅋㅋㅋ
선애: 오! 최신의 것과 최고의 것을 융합한 거네요. 수업 준비하시기 엄청 어렵겠어요.
성신: 내가 수업 첫 시간에 이렇게 말해. “나는 여러분이 존경스럽다. 이런 재미없는 제목의 강좌를 수강 신청하다니! 나 같으면 절대 신청 안 한다!”
선애: ㅎㅎㅎㅎㅎ 그래도 선생님이시니 재미있게 수업하실 듯.


성신: 우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 우리는 고전의 ‘목록’에 대해, 말하자면 Gate Keeping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선애: 아!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고전’이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책일 뿐이지. 영구불변으로 확정돼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 우리가 목록에서 빼버리면 더 이상은 고전으로서의 자격을 유지할 수 없겠네요. 고정 관념을 흔드는 아주 좋은 지적이네요.
성신: 선애에게 칭찬받으니 좋군! ㅎ 아무튼 그러하니 우리에겐 고전을 재검토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말하지.


김성신.jpg
 

선애: ‘4차산업혁명’과 ‘고전 읽기’는 어떻게 연결하세요?
성신: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에 쫄지 말자고 이야기해.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엄청나게 많이 변해서, 우리의 삶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아도 된다고 말이야.
선애: ‘4차산업혁명’ 그 이후의 삶은 신만이 아시겠죠.
성신: 사물 인터넷+소셜네트워크+AI+빅데이터 기타 등등이 다 합쳐져서 만드는 변화라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어? 인터넷이 대중화된 것이 30년이지만, 대체 그 이후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르거든.


선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인데도 모른다고요?
성신: 응. 난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가령 이런 예를 들어보지. 지금 난리가 난 정준영 사태만 해도 그 근원을 찾다 보면, ‘성적 대상화’ 같은 키워드를 뽑을 수 있는데, 이런 저급한 ‘젠더 인식’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겠어? 이건 어릴 때부터 ‘포르노로만 성을 배운 탓’이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지. 그럼 포르노가 우리의 일상 속에 이렇게 깊이 파고들어 올 수 있었던 배경이 뭘까? 바로 인터넷이잖아.
선애: 그러니까 말씀하시고 싶은 논점은, 인터넷으로 인해 오늘날 젠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졌는데, 이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는 뜻이죠? 인터넷이 등장하던 시대는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성신: 그렇지. 그렇다고 이미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된 인터넷을 못 하게 할 수도 없으니, 문제가 심각한 거지. 아무튼 인터넷이라는 기술 하나만 놓고도 이런데, ‘4차산업혁명’ 이후에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짐작이나 하겠어. 그러니 맨날 로봇에게 일자리 다 뺏길 거란 소리나 무한반복하고 있는 거지. 두려움에 떨면서.
선애: 안 보이는 게 제일 무섭잖아요. 그나저나 그래서요? 이런 상황에서도 고전을 읽으면 뭔가 보이나요?
성신: 변하는 것은 안 보여! 이럴 때는 변하지 않는 것을 봐야지.
선애: 변하지 않는 것? 아! ‘고전’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다 기록돼 있군요.
성신:ㅎㅎㅎㅎ 이제 알겠지? 수백 년, 때론 수천 년 동안 온 세상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책들이 ‘고전’이라는 지위를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 고전에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가 기록돼 있는 거지.


선애: 쉽게 말해서, 인간의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았던 것들을 확인하고, 그것을 알고 있으면, 변하는 세상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성신: 홍수가 나서 강물에 모든 것이 다 떠내려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고. 그 격류에 나도 떠내려가고 있고 말이야. 그런데 살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선애: 움직이지 않는 것을 찾아 붙들어야겠네요. 고전은 강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바위와 같은 거군요.
성신: 이해가 되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 바로 그게 지금 같은 혁명의 시대에 유일한 살 길이라는 거야.
선애: 완전 이해돼요! 끝내주는 비유와 설명이네요.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를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납득시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역시 선생님 최고!


다시읽은고전.jpg
 

성신: 아니야! 내 위에 진짜 고수가 있어!
선애: 누구요?
성신: 김경집 교수! 최신작 <다시 읽은 고전>을 한번 읽어봐! ^^
선애: 아! 김경집 교수님! 전작인 <고전, 어떻게 읽을까?>에서 ‘도발적인 나만의 고전 해석을 시도해 보라’고 하셨었죠. 정말 제 머리통을 확 잡아 돌려놓는 것 같은 책이었는데. ㅎㅎ <다시 읽은 고전>도 엄청 기대돼요.
성신: 완전 강추! 고전의 존재 이유와 고전의 독법을 이만큼 잘 설명하는 책이 또 있을까 싶어. 이번 책에서는 고전을 ‘나의 시간’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읽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선애: 고전 독법 실전편이군요.


성신: 나는 <삼국지>를 20대부터 시작해서 10년 정도의 주기로 반복해서 읽었거든. 읽을 때마다 완전히 다른 책이더군. 진짜 신기했지.
선애: 어떻게 다르던가요?
성신: 나이든 유비가 제갈공명에게 자신의 왕위를 물려주려는 장면 있잖아. 내가 어릴 땐 그 장면을 유비의 엄청나게 훌륭한 인간성으로만 읽었거든. 근데 40대에 다시 읽으니 완전히 반대로 해석되더라고.
선애: 반대로요? 유비가 안 훌륭하게?
성신: 응! ‘왕위를 신하인 너에게 넘기겠다’는 유비의 그 발언은 아들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꼼수일 수도 있겠더라고…. 세상 물정 대충 알게 된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더라는 거지.


선애: 오호! 왜요?
성신: 생각해 봐. <삼국지>에 그 이야기가 다 실려서, 지금 우리까지 알고 있는 이야기라면 그 발언을 몰래 한 것이 아니잖아? 다른 신하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그 소리를 한 거지. 그럼 똘아이가 아니고서야 그 앞에서 어떻게 승낙을 해? ‘오우! 생큐 유비! 대신 맛있는 거 사줄게’ 그러나? ‘아이쿠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드님은 제가 지켜줄게요’라고 할 수밖에 없지.
선애: 아! 유비의 입장에서는 사후의 쿠데타를 미연에 방지하는 전략일 수도 있겠어요.
성신: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쓴 거지. 삼국통일의 대업을 포기하는 대신에 말이야.
선애: 결국 위나라에서 사마 집안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운 진나라가 훗날 그 대업을 이루는 것도 의미심장하네요. 선생님의 해석이 훨씬 현실적이에요.


성신: 40대가 되니 똑같은 <삼국지>가 ‘동화’에서 ‘자기계발서’로 저절로 변하더라고. ㅋㅋ
선애: 저는 <아기공룡 둘리>를 어른이 돼서 다시 읽어보니, 고길동 아저씨가 변하셨더라고요. 어릴 때 나쁜 아저씨이기만 했는데, 제가 커서 보니 고길동은 엄청난 피해자이자 짠한 가장이더라고요. ㅋㅋㅋ
성신: 맞아, 맞아! 둘리는 어이없는 개매너 공룡!
선애: ㅋㅋㅋㅋㅋㅋ
성신: 그러니까 고전이란 박물관의 공룡화석이 아니라 살아 있는 티라노사우르스인 거야.
선애: 죽은 화석을 만드느냐, 살아 있는 티라노를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고전을 읽고 있는 지금의 우리의 선택인 것이고요.


성신: 무엇보다 고전을 다시 읽으면,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가늠할 수 있어.
선애: 아! 그렇네요. 내가 성장했기 때문에 같은 책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니까요. 그것을 확인해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겠어요.
성신: 때로는 남들이 고전이라고는 별로 인정하지 않는 책을 내가 다시 읽고는, 그 가치를 발견해서 세상에 떠드는 거야! 그래서 새로운 고전의 반열에 올려 놓는 이런 장난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선애: 만일 그런 것을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인류사적인 업적인 거네요. 후손들은 그 책을 고전으로서 열심히 읽어갈 테니까 말이죠. 범인류사적 장난이라니,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요.ㅋ



스포츠경향 원문읽기 http://sports.khan.co.kr/bizlife/sk_index.html?art_id=201903171411003&sec_id=56310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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