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작은도서관’ 순례기_ 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_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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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6-13 11:01 조회 19,497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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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 전국 곳곳 ‘작은도서관’ 순례기
책과 사람 잇는 역할 하는 작은도서관 농촌지역에선 소통·협업·돌봄 공간
수많은 생활밀착형 도서관 조성 불구 척박한 예산 지원 탓 문 닫거나 방치
저자, 20년간 전국의 작은도서관서 경험한 일과 생각들 오롯이 담아내
벌써 8년이다. 태어나서 살던 도시를 떠나 농촌마을로 이주해온 것이. 꿈이 많았다. 도시와 달리 교육·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주변 여건들이 성숙되지 않은 곳. 아이가 자라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면 머물기보다는 떠나려고 하는 곳. 그런 농촌지역에 작은 희망의 꽃을 피워보고 싶었다. 스스로 꽃이 돼 향기를 피워 올리고 나무가 돼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는 노년의 삶을 만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터전으로 ‘작은도서관’을 꿈꿨다. 비록 꿈꾸던 도서관을 꾸리지는 못했지만 대신 동네 책방을 열어 지역에서 함께 책 읽는 삶을 살고 있다.
<여기는 작은도서관입니다>는 필자와 같은 꿈을 꿨던 사람들이 만들고 꾸려가는 책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마을도서관·작은도서관·어린이도서관 등 이름은 다양하게 불리지만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하나로 닿아 있다. ‘책과 사람을 잇는’ 것이다. 20년 동안 전국에 작은도서관을 조성하고, 운영하고, 교육하고, 정책제안을 해왔던 저자가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코 크지 않은 공간, 20~30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의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러나 결코 작지 않다. 이 작은 공간에서 일년이면 백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한살 영유아부터 노인까지를 상대하며, 일손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의 밥과 간식을 챙겨준다. 돈 한푼 받지 않고도 시간과 마음을 내어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 이 공간의 희망이고 등불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기적을 경험하고 함께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이 작은 공간은 집이자 놀이터이고 돌봄과 배움의 공간이자 모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작은도서관은 가난하고 힘들다.
“2017년 전국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작은도서관은 한곳당 평균 1199만원의 예산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개월을 기준으로 보면 100만원이 채 안된다.”
책에 따르면 이런 척박한 예산 때문에 무급 명예직 관장과 자원활동가가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회원 후원회비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는 처지다. 저자는 이런 점을 안타까워한다. 아무리 선의로 가득하다 하더라도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만으로 지속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비판한다. 생활밀착형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에 의해 전국에 수많은 도서관들을 조성만 해놓고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된 작은도서관이 문을 닫거나 방치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교육·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작은도서관은 소통·협업·돌봄의 공간으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는데 관심과 이해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필자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느껴진다.
저자는 20년 넘게 지역에서 작은도서관을 꾸리며 수많은 활동가들을 키워냈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역을 누비며 작은도서관의 소명과 역할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그 역시 무급의 자원활동가다. 이런 소중한 이들이 지역 곳곳에서 길어 올리는 희망의 우물가에 기쁜 소식이 당도하길 기다리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정책과 예산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이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 전국의 살아 있는 작은도서관들을 응원한다. 파이팅!
여기는 작은도서관입니다/박소희/학교도서관저널/1만4000원/02-322-9677
백창화 북칼럼니스트, ‘숲속작은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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