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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을 잇는 작은도서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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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5-17 17:02 조회 17,70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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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jpg
 


여는 글



나무가 나이테를 만들어가듯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보낸 시간을 떠올려보았다. 시간은 참으로 빨리 흘러갔다. 하루 두 차례 이상 회의를 하거나 두 개 이상의 책모임을 하고 나면,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간 도서관에서 깊은 밤 불을 끄고 나와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되었다.


20년 동안 작은도서관이라는 한 가지만을 생각하면서 보낼 수 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한 것이 없다는 거듭된 투덜거림 속에서도 늘 주변에 웃음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서툴지만 머리 맞대고 의논하여 뚝딱 무엇인가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과 책 이야기 그리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참으로 많았다.


신나게 작은도서관 운영 경험을 나눌 자리가 마련되면 전국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그 또한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도시건 농촌이건 섬이건 전국 곳곳 동네마다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졌다. 하루에 전주에서 부산까지 간 적도 있으니 아무래도 구름을 타고 다니는 게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이라는 인연으로 서로 손 잡을 수 있으니 늘 반가웠다. 먼 길도 어렵다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에 절로 신이 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길 때마다 없던 기운도 생겼다. 이것이 작은도서관을 하는 이유였다.


작은도서관을 만난 덕에 많은 경험치를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다. 작은도서관 조성도 해보고, 교육도, 정책을 만드는 과정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늘 총총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한 후회가 든다.


변화가 없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많이 변했다. 물이 끓어 수증기로 변화하듯 양질전화의 그 순간을 작은도서관이 맞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 데에는 여러 변화의 지점들을 체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수가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운영 철학도 새로이 정립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인터넷의 빠른 속도는 우리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그 속도에 맞추어 사람들 또한 변화하고 있다. 빠른 변화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며 작은도서관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무모하게도 작은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써야겠다고 용기를 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원래의 계획과는 달리 책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내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을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흔적 하나를 남기며,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결심처럼 작은도서관에 대한 단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작은도서관으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 지금도 열심히 작은도서관을 통해 새로운 ‘나’와 ‘벗’을 만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기록들의 한 조각을 남긴다.


1부는 작은도서관의 꿈을 담았다. 전국의 작은도서관 운영자들과 만나 보고 느끼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것들을 담았다.
2부는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정리한 글을 현재에 맞추어 수정한 글이다.
3부는 작은도서관을 좀더 잘 운영해보고자 찾아갔던 해외 도서관 탐방의 기록을 정리한 글들을 실었다.


어느 날, 작은도서관 서가에서 나의 책을 만날 것 같아 수줍고 부끄럽다. 다만 작은도서관이라는 길을 걸어온 20년 동안 선배가 되어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다. 또한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작은도서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작은도서관은 참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돌봐야 할 때와 내버려 둬야 할 때를 조금은 알게 될 거야.” 전소영 작가의 「적·당·한·거·리」 그림책이 오늘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참 적절한 책이 오늘도 나에게 말을 붙여준다. 적당한 거리에서 작은도서관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했다. 일단 나의 속도를 찾기 위해 잠시 ‘멈춤’의 시간도 꼭 가져보려고 다짐한다.


2019년 5월 새로운 봄날에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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