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사가 일으킨 "교육 혁명"_ 엄기호_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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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9-18 15:00 조회 17,648회 댓글 0건본문
<시사IN> 엄기호의 문서 탐독
두 교사가 일으킨 ‘교육 혁명’
▪ 엄기호(문화 연구자)
"교육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교사가 한 일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두 교사가 홍천여고에서 ‘독서’를 통해 시도하고 꽃 피운 일은 ‘수업’에 관한 것만도 아니고, 독서토론회라는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것만도 아니고, 저자 특강과 같은 특별한 활동이나 수행평가와 관련된 것만도 아니다. 이 책에서 ‘독서’는 학교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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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학교는 학생들의 '활동적 삶'의 공간이다. 학생들이 활발하게 말문을 열고 다른 학생들과 활동에 참여한다는 점에 나는 감탄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학생의 말문을 여는 데 가장 고생한다. 어떤 일에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다른 의견과 토론을 벌이며 세계를 만들어가는, 그런 말문을 여는 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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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말문을 열었다는 것은 그저 말을 수행했다는 게 아니다. 자기를 드러내고 세계를 짓는 그런 행위로서 말문을 열었다는 의미다. 시작은 책 선정이다. 학생들이 읽기에 적당한 책을 고른다. 수준에 맞춰 책을 읽는다. 그 책을 가지고 '비경쟁 토론'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학생들은 주제 통합 독서토론을 한다. 한 주제에 관련된 영화와 문학, 비문학 세 가지를 묶어서 같이 토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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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사의 독서토론 교육에서 특히 감탄했던 점이 이 부분이다. 한 주제에 관해 다른 방식의 문해력을 키우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 보인다. 언어학자 김성우는 흔히 문해력에는 과학적 문해력과 이야기에 대한 문해력이 있다고 말한다. 비유라든가 은유 그리고 과장과 해학이 있는 이야기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 추상적이고 기호학적인 언어를 이해하고 다루는 과학적 문해력이 모두 필요하다. 여기에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함께 겹쳐놓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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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뉴얼’ 성격의 ‘기록’이다. 그렇기에 당장 학교에서 독서 교육을 이끄는 이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리 눈이 가는 책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많은 ‘연구자’들이 이 책을 읽고 다채롭게 분석했으면 좋겠다. 서현숙과 허보영 두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한 3년간의 활동적 삶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활동의 행위자들이다. 아렌트가 말하는 것처럼 “행위 중에 있거나 행위의 결과에 몰두하는 한” 행위자이지 이야기꾼이 아니며 “이야기를 인지하고 만드는 자는 행위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활동적 삶에 어떤 이야기꾼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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