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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통통한 도서관이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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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4 22:03 조회 7,35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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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으로 통하다더디 온 가을은 파란 하늘과 빨갛고 노란 잎을 놓고 왔다. 온전한 가을다움을 만나러 마중 나가듯, 성
큼성큼 철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드라진 가을빛에 물든 색색 풀결 사이에, 한낮의 교정은 책에 취
한 듯 잠잠. 그렇게 조금 앞서서 가을을 맞이하고 있던 철원여중.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도서관, 사서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슬며시 둘러본다. ‘차가 좋을까?’, ‘아니
커피가 어울릴 거야.’ 건네받은 커피 한 잔. 문득 볕이 잘 드는 창가의 다리가 긴 의자에 앉아, 창밖의
푸른 낯빛과 마주하며 주위에 가득한 책들 중 한 권을 골라 읽는 상상. 멋들어진 북카페를 옮겨 놓은
듯, 도서관은 여유로운 풍경을 그려 놓고 있었다.

“제가 이곳에 왔을 때 리모델링은 되어있었지만 문은 굳게 잠겨있었어요. 처음에 도서관은 한마
디로 사막 같았어요. 더운 사막이 아니라 추운 사막. 눈앞이 캄캄하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날 집
으로 돌아와 잠을 못 이룰 만큼. 첫 한 달은 그렇게 도서관 정리만 했어요.”라는 백경화 사서 선생님
의 말을 통해 도서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 혹시 보여주기 위한 꾸밈은 아닐까 의심할 여지도 없이,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찾아와
그 자리를 가득 메우면서, 편하게 쉬고, 책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서관이 교실이 모여
있는 건물과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백경화
선생님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웃고 떠드는 것에 관여하지 않는단다. 도서관은 카페의 외양만 닮
은 것이 아니라, 그 여유와 활기까지 품고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찾는 선생님들의 발길도 꾸준했
다. 또한 병설 학교라 옆에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곳 도서관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 고등
학생들도 이곳 도서관을 이용한단다. 역시 학교도서관에는 사서선생님이 꼭 있어야 한다.

점심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도서관 수업이든 도서관에 머물면서 단 한순간도 학생들의 말소리
숨소리가 잦아든 적이 없을 정도로, 도서관은 알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도서관이 깨어있는
시간은 학생들에게 쉼이 됐다. 또한 도서관은 1년 내내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
련해 책에 관심 갖고,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대출자 전원에게 사탕을 증정하는 ‘책 빌
리고, 사탕도 받고’, 대출자 선착순 100명에게 책갈피 증정하는 ‘세계 책의 날 행사’, 책의 한 면을 보
여주고 서명 찾는 ‘책 속 보물찾기’, ‘행복한 책읽기 디카 사진전’, ‘도전! 골든 징을 울려라’, 책갈피
・옛날 책을 만드는 ‘책아, 사랑한 Day’, 독서신문 ‘즐거운 편지’ 발간 등등. 특히 “저도 독서캠프에
참가하게 해주세요.”라고 강조하던 1학년 배다운 학생의 바람에서도 알 수 있듯, 학기마다 한 번씩
1박 2일로 실시되는 달빛독서캠프 ‘별이 빛나는 밤에’는 많은 학생들이 아끼는 추억거리다. 운영비
가 도서 및 자료를 구입하기에도 빠듯한데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려면 부담될 수도 있지만, 백경
화 선생님은 여러 공모전에 참가해 지원비를 받아서 부족함 없이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도서부동아리 ‘책이랑’은 도서 대출・반납을 비롯
해, 장서인 찍기, 책 길들이기, 파손 도서 보수, 서가 정리, 신문, 잡지 정리 등 자료 정리와 도서관 홍보
를 함께 도우면서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이끌고, 독서토론동아리 ‘자아의 신화’는 독서에 관심이 높
은 여러 명의 학생이 같은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한다. 3학년 최민정 학생은 “독서에 흥미
를 갖게 되고, 책의 내용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여교사독서모임인
‘새미기픈물’도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오후 5시가 넘어 모든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 이용 시간도 지났는데, 사서선생님은 도서관을 나서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 찾아온 학생들이 수업이 다 끝난 후에 독서상담을 받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
음날 해도 될 것을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독서상담은 교과교사나 담임교사가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학생들이 읽은 책을 일일이 파악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백경화 선생님은 독서상담의 본래 취
지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사서교사는 전교생을 다 알아요. 학생들이 어떤 책
을 읽는 지도 잘 알기 때문에 독서상담이 수월하죠. 독서상담은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서 이야기를
나누고, 솔직하게 적어주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학생들도 관심을 갖고 더 제대로 책을 읽게 되죠.”

독서상담을 받으러 온 학생은 꽤 많았다. 강제가 아니라 할 의지가 있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것이
긴 하지만, 백경화 선생님의 노력에 힘입어서 그런지 학생들도 열의를 보였다. 2학년 남초록 학생
은 “독서상담이 책 읽는 동기가 되고, 선생님과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재밌어요.”라고
했다. 3학년 김수지 학생은 “책을 읽고 나면 쉽게 잊힐 수 있는데, 독서상담을 통해 읽은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보니까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영역을 균형 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나의 성장록’이라는 독서누가기록도 꾸준히 쓰고 있었다. 그저 형식적인
빈칸 채우기가 아닌 자신의 독서 역사를 써나가듯 또박또박. 그 기록의 중간 중간에 한 줄 두 줄 백
경화 선생님의 꼼꼼한 배려가 학생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삶의 어느 한 지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이 오래도록 두고두고 꺼내어 추억할
수 있는 기쁨의 바탕이 될 수도 있다. 먼 훗날 학생들에게 도서관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그때의 학생
들 말이 “좋았노라.”



Q. 학교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A. 저는 학교도서관을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
함’입니다. 학교도서관은 바로 책을 통하여 또는 사서교사를 통하여 마음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
게 하는 것.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학교도서관이 아닐까요? 학교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는 본질적으로 다
르다고 생각합니다. 소규모이고 이용자가 학생으로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학교도서관의 장점이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수의 이용자들과 보다 넓게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사서교사는?
A. 사서교사는 참 실속 없어요.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처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안나요. 근
데요. 아무리 물을 주어도 밑으로 다 빠져나가는 것 같더라도 콩나물이 어느새 자라는 것처럼 이
실속 없어 보이는 일이 아이들이 자라는데 좋은 자양분이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실속 없이 혼자 지치고, 상
처받기 일쑤더라도 그런 제가 좋아요. 아이들에게 무언가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은 제 마음을 아이들도 언
젠가는 알아주는 날이 오겠죠? 아니, 알아주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Q. 사서교사로서 느꼈던 즐거움 혹은 보람?
A. 이곳에 4년을 근무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보람이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사서선생님
이 계셔서 책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죠. 그리고 제가 추천해준 책을 읽고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다른 책들도 추천해달라고 오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면 가끔 바빠서 못 챙겨줄 때가
있는데 그때 많이 미안해요. 무엇보다 사서선생님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상담하러 오면 참 고맙고 보람을
느낀답니다.

Q. 도서관 관련 앞으로 계획
A. 내년부터 독서상담을 더욱 활성화시켜 보려고 합니다. 독서상담을 3~4개월 정도 해보니 너무 좋
더라고요.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확연히 보여요. 조금 힘들지만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보이
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니까 힘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대학원도 학교상담으로 진학 할 예정이고요. 내년
에는 여러 선생님들과 분야별로 나누어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독서상담플랜을 실천하는 것이 저의 바
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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