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IB교육을 시작합니다] IB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IB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모두들 궁금해하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그리고 ‘엄청 어려운 무언가를 해야 하는가?’이다. 외국에서 온이 생소한 교육과정은 접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막연한 어려움과 두려움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것 어디든 다 비슷하지 않은가? IB교육이라고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생소함을 걷어내면 그 이면에 담긴 목적과 방향은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과 완벽히 같다. 그렇다면 이런 IB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박혜림 대구국제고 사서교사
첫 번째는 배움의 가능성을 넓혀 주는 일
“사서선생님, 이 논문은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인가요?”
“TOK(지식이론) 에세이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EE(Extended Essay)의 주제를 정했는데, 관련 자료를 어디서 찾을 수 있죠?”
IB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곳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며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는 공간이다. 사서교사는 그 여정에서 조용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신뢰할 만한 자료를 선별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한 권의 책을 추천하며 학생들의 사고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탐구(Inquiry)를 중심으로 하는 IB교육의 수업과 학습을 지원하는 학교도서관의 하루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 학생들이 TOK(지식이론) 수업 후 도서관을 방문하여 “어떤 책을 읽으면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며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EE(소논문)를 작성하는 학생들이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서교사는 이 학생들에게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 방법을 안내하고 비판적 사고를 키우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도서관 책장 사이를 오가며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배움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일. 그것이 IB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역할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IB DP 학교도서관 운영하기
IB DP(Diploma Programme, 고등학교 과정)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IB월드스쿨의 운영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IB월드스쿨1)은 일반교육과정과 IB 교육과정을 동시에 운영한다. IB프로그램의 고등학교 과정인 DP는 희망자에 한해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DP는 고등학교 마지막 2년(2∼3학년) 동안 이수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이수하더라도 1학년에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그래서 IB DP 학교도서관은 두 가지 교육과정을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 자원을 구축해야 한다.
IB 교육과정은 탐구 중심 학습, 비판적 사고, 자기주도적 연구를 강조하며, 올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등학교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일반 교육과정 또한 이에 적합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학교도서관은 두 교육과정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며, 학생과 교사를 위한 교수-학습 지원의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학교도서관이 단순한 자료 제공을 넘어 학습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을 때, IB 교육과정과 일반 교육과정 모두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IB월드스쿨에서 여러 교사와 학생들을 만나며 이용자의 요구와 합리적인 도서관 운영 사이에서의 고민을 바탕으로, IB DP 학교도서관 운영의 핵심을 4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다음 내용을 통해 IB교육에서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역할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자.
POINT 1 연구·탐구 기반 학습 지원
IB DP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EE(소논문), TOK(지식이론), IA(내부평가)와 같은 과제를 수행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탐색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기른다. 이때 학교도서관은 학술 데이터베이스 이용법, 효과적인 정보 검색 전략, 학술정보 인용과 출처 작성법, 학문적 정직성(Academic integrity) 등을 교육함으로써 학생들의 연구 및 학습 과정을 지원한다. 이는 일반 교육과정 학생들에게도 확장되어 교과연계수업2)의 형태로 올바른 자료 활용법을 교육하여, 전반적인 학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1) IB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IB본부의 공식 인증 단계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IB관심학교-IB후보학교-IB월드스쿨 단계로 인증이 이뤄진다(2025 3월호 참고).2) 진로, 국어, 역사 등 자료 탐색 및 보고서 작성이 이루어지는 교과와의 협력수업.
POINT 2 차별화된 학습 자료 제공
IB DP 교육과정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균형 잡힌 교육과 다각적인 시각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학교도서관은 세계 여러 언어의 서적, 국제적 관점을 반영한 학술 자료, IB필수 과목 관련 전문 서적 등을 구비해야 한다. 동시에, 일반 교육과정 학생들을 위한 고교학점제 등 다양한 교과를 지원할 수 있는 자료도 적절히 갖춰야 하며, 두 과정 간 학습 자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POINT 3 교과교사 협력·교수 지원
학교도서관은 교사들과 협력하여 교과 내용과 연계된 자료를 제공하고,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수집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IB 교과의 경우 주로 학생들의 탐구와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 이루어지므로 교과교사에게 수업과 토론 주제에 맞는 자료를 추천하거나, EE(소논문) 지도교사에게 연구 방향 설정을 돕는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일반 교육과정 교과교사에게도 확장되어 교과서 외의 보충 자료 추천 및 제공, 학생들의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수업을 지원할 수 있다.
POINT 4 자기주도적 학습·독립 연구 공간 제공
IB교육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과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학습의 확장을 강조한다. 학교도서관은 조용한 연구 공간과 그룹 토론을 위한 협업 공간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스타일에 맞춰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반 교육과정 학생들에게도 방과후 학습이나 심화 연구를 위해 학교도서관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문적 정직성(Academic integrity)
IB교육의 초등학교(PYP), 중학교(MYP), 고등학교(DP) 과정은 프로그램 운영이나 수업과 평가 방법마다 각각 특징과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이뤄지는 교육이 있다. 바로 ‘학문적 정직성(Academic integrity)’ 교육이다. ‘학업적 정직성’ ‘학문적 진실성’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이 교육은 IB교육의 기본 원칙으로, 학생이 학업의 과정에서 정직하고 윤리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는 토대가 된다. 이를 통해 스스로 책임감과 배려심 있는 미래사회의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3) 단순히 규칙을 따르거나 부정행위를 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교육은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든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각 학교에서는 자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수업 또는 연수 등의 형태로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여 교육을 실시한다. 이때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교육을 받는데, IB프로그램에서 ‘학문적 정직성’은 학업 및 교육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책임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과 결과물에 대해 정직하고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교사와 학교는 학업적으로 정직한 문화를 조성하고 유지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구는 IB월드스쿨에 사서교사가 배치된 경우, 사서교사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는 다른 학교의 사서교사를 강사로 초빙하여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3) 국제 바칼로레아 디플로마 프로그램 수업·평가 프로파일, 대구광역시교육청(2023).
앎’ 이전에, 올바른‘ 삶’을 위한 가치관 형성하기
교육은 특강 형태의 일회성 교육으로 진행하거나 일정 기간 교육시간을 확보하여 워크숍으로 진행한다. 강의와 토의식 수업을 통해 학문적 정직성의 정의와 의의, 교사와 학생의 책임과 역할, 부정행위의 유형과 처벌 등 교내 규정 익히기, 참고문헌 인용 및 출처 표기법 등을 교육한다. 이때 중요한 부분은 학생들이 각종 규정과 규칙 등을 익히고 활용하기 이전에 무엇이 올바르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안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과 방안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 교사가 모든 사례를 제시하기보다는 모둠을 구성하여 진행하면 더욱 효과적인 수업이 이뤄진다. 모둠별로 서로 다른 사례를 찾아 의견을 나누고, 정리한 내용을 발표를 통해 공유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더욱 확장해 정립할 수 있다.
학문적 정직성을 익히는 과정은 IB교육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지만, 이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결코 아니다. 열심히 배우고 많은 지식을 쌓아도, 그것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배움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배움의 과정에 놓인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녹여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학문적 정직성’ 교육의 진정한 의의가 아닐까.
IB 학교에서 사서교사로 살아남기
학교도서관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이용자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고, 책을 포함한 여러 정보 매체를 통해 소통하며 학생들의 꿈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각 학교에 1인이 배치되는 사서교사는 이런 매력을 맛보기도 전에 어려움과 고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보기에는 마냥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평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독서와 도서관 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정보의 매개체가 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전쟁 같은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IB교육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학교도서관을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한다.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서교사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서교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학교도서관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매력적일까? 사실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관심을 가져 주는 반가움 이면에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함께 있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으면 작은 일도 허투루 못하지 않는가.
올해 새로운 학교로 이동했다. 전입한 학교 역시 IB DP 월드스쿨이다. 지난 5년간 IB에 대하여 많이 배우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새로운 곳으로 오니 처음 시작할 때처럼 막연함과 설렘이 함께한다. 올해 나의 목표는 이곳에서 만날 소중한 인연들이 학교도서관에 어떤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아가는 것이다. 이용자가 학교도서관에 가지는 관심이 마침내 사서교사를 사서교사답게 만드는 큰 원동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