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문해력의 바탕, 어휘력 키우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문해력의 바탕, 어휘력 키우기
정은경 전주풍남중 사서교사
필자는 학교에서 어느덧 중견 교사의 위치에 있습니다. 이만큼 했으면 어떤 수업에 들어가도 척척 해낼 수 있는 유연한 전문가가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제 수업에 자신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문해력이 화두로 떠오른 해에 저 역시 문해력을 위한 수업을 체계적으로 해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아이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다루는 기사, 영상이 가득했으나 문해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이 없어 더욱 우왕좌왕했던 것 같습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수업 재료를 찾아 헤매던 중 문해력 수업 자료를 촘촘하고 다정하게 정리해 놓은 글을 발견했는데, 그분은 현재 제가 몸담은 ‘문해력 연구회’의 대표 교사이십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지역의 선생님들과 함께 2년째 ‘기초문해력 향상 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근황 토크로 시작해 수업에 대한 이야기로 갈무리를 짓는 알찬 모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세 가지 힘
수업 전, 학생들의 독서 상황을 파악하고 학생들과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당연히 스마트폰이 책의 대항마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영상뿐 아니라 텍스트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학생들과 스마트폰과 책이 가진 물성, 특징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며 차이점을 인식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사실은 모두 문해력이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우리가 교육해 오던 과정들입니다. 좀더 체계적으로 그 과정을 정리하는 차원으로 문해력 향상의 바탕인 어휘력 활동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1)『 어른의 문해력』, 김선영 지음, 블랙피쉬, 2022.
첫째, 정확하게 파악하기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단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활동입니다. 이를 위해서 사전의 정의를 찾아 뜻을 정리하고 그 단어를 활용하여 짧은 글짓기 활동을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간혹 짧은 글짓기를 할 때 단어 그 자체를 설명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교사가 사전에 짧은 글짓기의 예시를 보여 주면 유연하게 글짓기 활동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짧은 글짓기나 여타 다른 기록들에 교사가 확인했다는 흔적을 반드시 남겨줍니다. 짧은 글이지만 학생들도 독자가 없는 본인의 글에는 흥미를 갖지 못합니다. 필자도 처음엔 활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마무리했는데, 후속 활동에서 학생들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필자가 더욱 아쉬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학생의 소감을 자세히 되묻거나, 동감하거나 칭찬합니다. 바쁘면 도장이라도 꾹, 밑줄이라도 쫙, 작은 하트라도 흔적을 반드시 남겨줍니다. 혹은 학생들의 글을 캡처하여 전체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도 합니다. 교사의 작은 수고로 스스로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유의어·반의어 찾기
학생들에게 자신의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때는 언제인지 물어보니 “글을 읽고도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혹은 “낯선 단어가 나오면 글을 읽는 데 방해가 된다고 느낄 때”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럴 때는 전문용어나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교과 용어를 붙잡고 공부하기보다 ‘유의어’ ‘반의어’부터 공부를 시작해 보면 좋습니다.
언급한 소설 속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 ‘좋아한다’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떤 상황에서든 똑같이 ‘좋아한다’라는 단어만 쓰기보다 상황에 따라 유사한 의미의 단어를 사용한다면 훨씬 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단어 스무고개
수업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단어를 활용해 스무고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출제자가 마음속으로 어떤 단어를 떠올리면 나머지 사람들은 정답을 맞히는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총 20번까지 힌트를 물어볼 수 있고, 출제자는 ‘예’ ‘아니오’로 답합니다.
예시 속 정답은 무엇일까요? 바로 도마뱀입니다. 학생들은 스무고개를 하면 재미나게 게임에 참여합니다. 단어 스무고개를 할 때는 주관적인 질문이 아닌 객관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단어 스무고개를 하고 나면 다른 규칙을 적용하여 출제자가 단어를 설명하고 묘사합니다. 이 활동명은 스스로 스무고개로, 문제 출제자가 정답게 가까워지게끔 문제를 출제하는 것입니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단어를 다양한 방면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단어의 쓰임새를 고민하고 정의하는 훈련을 통해 어휘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이런 맛을 냈는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단어의 다양한 면면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면 풍부한 어휘의 맛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어휘력 향상 훈련을 통해 상황에 어울리는 어휘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읽기, 쓰기의 구성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맛깔난 표현 따라 삶이 더 다채로워지도록
지금까지 학생들과 함께하는 어휘력 향상 훈련 활동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재미있고 맛깔난 표현들에 마음이 사로잡힐 때가 많습니다. 그냥 지나치던 어휘들도 이런 활동을 하고 나면 허투루 보이지 않습니다. 어휘에 따라 상황이나 감정을 더욱 명확하게 표현하는 재미도 느끼고 어휘력도 향상되는 수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문해력 수업을 준비하며 수업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던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어른의 문해력』(김선영)은 ‘문해력 PT 선생님’처럼 독서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훈련시켜 줍니다. 또 다른 책은 『사춘기를 위한 문해력 수업』(권희린)으로, 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했던 책입니다. 실질적인 자료들이 많아 문해력 수업을 계획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