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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문해력 수업 연구회로 교육의 방법 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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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3-04 13:11 조회 16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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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수업 연구회로

교육의 방법 논하기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올해는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는 ‘푸른 용의 해’라고 합니다. ‘청룡’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저는 영화 <노량>을 보며 이순신 장군이 마치 바다의 깊이와 하늘의 넓이를 헤아리는 청룡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군의 헤아림은 아마 글을 쓰는 습관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에도 꾸준히 글을 썼었는데, 전투 과정과 더불어 당시 조선 백성의 삶 등 다양한 삶의 국면을 폭넓게 다뤘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난중일기』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일기가 영화 제작에 근간이 되고 이천만 명이 넘는 관객에게 사랑받을 줄 알았을까요. 노량해전이 발발한 지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장군을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건 『난중일기』 덕분입니다. 『난중일기』를 이루는 담백하고 절제된 문장은 장군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줘 우리로 하여금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장군을 잘 아는 사람처럼 느끼도록 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옆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힘은 글에 있습니다.

올해도 제 글을 통해 학교도서관 옆에 선 독자 곁에 존재하게 되어 기쁩니다. 작년에는 학생 유형별 사서교사의 수업 처방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올해는 제가 소속된 문해력 연구회에서 다룬 ‘문해력 수업을 위한 여러 교육 방법과 그 적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열 편의 이야기가 문해력 수업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본격적인 교육 방법에 앞서, 이번 호에서는 ‘문해력 연구회’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문해력 수업력'을 키우는 방책: 모임 결성


문해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 3년이 지났지만, 문해력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문해력’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올해 출간되었거나 출간 예정인 책이 한 페이지를 거뜬하게 넘깁니다. 청소년 문해력 향상에 집중하는 교육 현장에서는 문해력 수업을 꾸준히 연구하는 저의 배움에 주목했고, 그 덕분에 전국 팔도를 다니며 청소년 읽기 능력 향상이라는 과제와해결 방법을 나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선생님과 마음을 나누는 기쁨은 물론이거니와 과거의 고민이 비단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로받았습니다. 하지만 강연은 저에게 다른 층위의 고민을 안겨 주었습니다. 경험하거나 고민하지 않은 영역의 질문 앞에서 무기력했고 그때마다 마이크를 잡고 있단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학생의 교과 학습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교과서 본문으로 문해력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뻔하고 성의 없는 답변인가요. 강연자가 모든 질문에 유연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입시가 급한 고등학교 교사의 입장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문해력 수업에서 교과서를 읽기 자료로 사용한 적 없기에 교과서를 읽으면 어떤 결과를 마주할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경험하지 않은 건 답을 할 수 없는 것인가.’ 탄식하는 저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건 답을 찾을 방도를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연을 통해 쌓인 부끄러움은 저에게 두 가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혼자라는 한계’와 ‘함께라는 대책’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저는 멀리 가기 위해 함께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혼자의 경험으로는 안정적으로 꾸려 왔다고 믿어 온 수업에서도 한계를 마주할 것이며, 역동적인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에게 지혜로운 길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에서 문해력 수업을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중고등학교 선생님 네 분을 모아 문해력 수업 연구회를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모이니 서둘러 떨치고 싶은 고민이 성장을 위한 계단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격언을 체감했습니다. 문해력 연구회 활동은 모범적인 학습공동체라는 입소문을 탔고, 연구회 운영 비결을 묻는 질문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타자를 읽으려는 노력’을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공동체가 흐지부지 해체되는 경우를 봤습니다. 타자가 연결되는 공간에서는 스치는 눈빛 하나도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해체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서로를 읽으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노력 부재는 연구회의 매력을 서서히 떨어뜨립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매력이 없는 연구회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새장에 갇힌 새가 아니기 때문에 자리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연구회는 해체되는 것입니다. 



문해력 수업 연구회 운영 방법


타자를 읽으려는 노력이 건물이 지어지는 전제라면, 중심 활동은 건물의 매력을 더하는 인테리어입니다. 저는 크게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회를 운영했습니다. 첫 번째, 문해력을 주제로 쓰인 책을 읽은 후 소감을 나눴습니다. 책은 연구회 만남 전에 읽어야 했는데 준비에 부담을 덜고자 두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학교 현장에서 문해력 수업을 하며 쌓인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세 번째, 공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공개수업 역시 부담을 덜고자 한 학기에 한 학교씩 일 년에 총 두 번 열기를 계획했습니다. 상세한 연구회 운영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상황에서는 유연하게 말하거나 자연스럽게 웃는 사람도 속으로는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책은 어색한 사이를 넘어서는 발판으로 탁월합니다. 책을 읽고 나누는 행위는 심리적 관계가 형성되기 전 단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합니다. 인상 깊은 대목과 그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심리적 거리에 따라 자기 경험을 연결한다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활동마다 읽어야 할 책을 선정하는 방식은 연구회 계획에 수월성을 더해 줍니다. 만나서 무엇을 할지에 관한 고민이 책 한 권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완독을 권장하지만 그러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책을 정하는 과정에서 연구회를 위한 마음가짐을 정비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연구 분야의 기초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책을 읽어야 합니다. 지식과 정보가 없다면 지혜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문해력을 키워드로 한 많은 책 중 연구회에서 읽고 좋았던 책(오른쪽 페이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둘째, 공개수업 하기

‘공개수업’ 하면 좌불안석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릅니다. 수업을 지켜보는 이들의 사소한 표정 변화 하나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도 공개 수업은 문해력 연구회의 핵심 활동입니다. 수업은 교사의 교수와 학생의 학습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로 부족한 수업 능력은 문해력 향상이라는 수업 목표 도달을 저해합니다.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교수로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배우는 일이라며 정확히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직업의 본령은 차라리 배움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공개 수업은 교사의 배움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활동입니다. 공개수업 방법은 간단합니다. 수업 전 협의회를 통해 수업 내용을 공유합니다. 이때 활동지를 살피며 수업 장면을 미리 그려 봅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협의는 필수입니다. 수업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공유합니다. 좋았거나 아쉬운 부분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간 열띤 토론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같은 교수에도 교사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나누는 건 수업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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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문해력 수업 사례 공유

성장하는 교사가 수업이 끝난 후 느낄 수 있는 비가시적 가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성취와 고민입니다. 오로지 성취만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여러 방면의 고민이 치고 들어와 썩 유쾌하지 않는 순간도 생기곤 합니다. ‘혼자 떠드는 이 기분은 뭘까?’, ‘모둠 구성을 바꿔야 할까?’, ‘정확히 가르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떠오르는 모든 고민을 해결하고 싶으나 무엇이 문제인지 답을 찾기 힘들 때도 많습니다. 이런 고민을 문해력 연구회에서 나눈다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여러 전문가의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로운 방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방도를 얻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동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동료의 다정한 위로는 교사로서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실제로 저는 문해력 수업마다 쌓이는 고민을 두 달에 한 번씩 연구회 선생님과 나누며 해결 방법을 모색합니다.



동료를 모아서 멀리, 함께 가기


올해 겨울, 이십 년이 넘게 교육현장에 몸담은 선생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십 년이라는 연차에 위엄과 권위를 느끼는 저에게는 반가운 기회였습니다. 교육의 길을 걷게 된 이유에서 시작한 대화는 대단한 교사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사뭇 진지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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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어떤 교사든 몇 해는 폭발적으로 일할 수 있어요.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양의 일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거예요.” 


그 당시 저는 올해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독기 어린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런 다짐을 들킨 것 같아 말을 머뭇거리던 찰나 선생님은 이어서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이왕 일하는 거 재미있으면 좋잖아요. 재미있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을 알 것 같은 저는 “함께”라고 말했고 선생님은 긍정의 웃음을 지었습니다.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문해력? 협력수업? 공간혁신? 그린스마트? 그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함께 고민하는 동료를 모아 보는 건 어떨까요? 1997년부터 연재한 만화 <원피스>가 아직도 완결이 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동료를 모았기 때문입니다. 문해력 수업을 연구해 오던 저는 <학교도서관저널>의 지면을 통해 실리는 저의 글을 동료로 삼겠습니다. 올해 주제는 문해력 수업을 빛낼 ‘교육 방법’입니다. 문해력 연구회에서 다루어진 교육 방법 중 요긴한 것을 선별해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겠습니다. 다듬어진 메시지는 저 혼자의 경험이 아닌 연구회 소속 선생님들의 경험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역동적인 교육 현장 속 문해력 수업에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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