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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책으로 여는 생태전환교육] 일리(1,2) 있는 달걀을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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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1-01 13:29 조회 5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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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1,2) 있는

달걀을 먹어요


이민지, 박경미, 박정윤, 신동영, 조미라, 김근영, 홍진희, 조소영, 남하나, 손희선

어린이책 큐레이터 책보샘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마시고 먹는다. 음식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란 재료인지 신경 쓰며 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 두부, 고기, 달걀, 콩나물 등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재료들. 값싸고 쉽게 살 수 있어서 냉장고에 저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달걀은 대중적으로 구비하는 음식이다. 라면에도 넣고 달걀찜, 달걀말이, 계란프라이로도 만들어 먹는 등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맛있는 식재료다. 

그 흔한 달걀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어 우리가 소비하는 걸까? 달걀을 살 때 달걀 껍데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초록색 숫자와 영어가 찍혀 있다. 그 초록색 도장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나열된 숫자 중 마지막 자리는 달걀의 사육환경을 의미한다(편집자 주: 숫자 1의 경우 방목장에서 자유로이 다닐 수 있도록 사육된 닭, 2의 경우 축사 내 평사 등에서 키워진 닭을 의미한다. 3의 경우 0.075제곱미터의 케이지에 사육된 닭을 일컫는데, 즉 숫자가 커질수록 닭이 살아가는 사육환경의 평수도 좁아진다). 평생 좁은 닭장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닭이 낳은 달걀이 우리 집 냉장고에 있다는 불편한 진실. 외면하지 말고 마주해야 한다. 아울러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호에서는 건강한 삶,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실천하기 위해 『4번 달걀의 비밀』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우리 식탁 위 달걀은 어떻게 왔을까?


『4번 달걀의 비밀』은 표지부터 흥미진진하다. 살벌한 닭의 표정과 극적인 상황, 비밀이라는 단어가 책을 궁금하게 만든다. ‘4번 달걀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다양한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서로 다른 세 마리 닭이 아주 좁은 집에서 함께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을 알기 전, 자신이 낳은 알의 이름이 왜 4번일까 궁금해하는 닭들의 대화가 재미있다. 갑자기 살려 달라며 나타난 검은 닭은 4번 달걀의 비밀을 봤다며 절규한다. ‘과연 세 마리의 닭은 비밀을 알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어질 이야기를 예상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펼치게 된다. “여러분은 몇 번 달걀을 먹고 있나요?”라고 묻는 장면을 보면 4번 달걀의 비밀이 풀린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며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닭, 즉 안전한 식재료를 알고 제대로 소비하는 마음을 다짐하는 수업을 계획했다. 책을 읽으며 4번 달걀이 어떻게 나의 식탁으로 오게 되는지 그 과정을 탐색하고자 했다. 닭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간접 체험하는 활동으로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의 삶을 느껴 보고, 마음을 전하고 싶은 대상을 정해 편지를 썼다. 서로의 편지를 읽으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고민해 보고 달걀판에 담는 활동을 추가했다. 환경을 생각하여 달걀판과 달걀이랑 모양이 비슷한 주황색 탁구공을 활용했다. 우리의 건강한 선택과 소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몸소 체험하고 느끼면서 자신의 다짐과 실천 의지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했다. 


수업하기 전, 미리 집에 있는 달걀을 관찰하는 과제를 주었다. 오감으로 관찰하고 특이한 점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와도 좋다고 안내했다. 짧은 글을 쓰는 아침 활동 시간에 자주 먹는 반찬과 좋아하는 반찬도 써 보았다. 김치, 달걀, 두부, 멸치, 시금치, 김, 콩나물 등이 많이 언급됐다. 아침에 썼던 반찬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했다. 매일 먹는 반찬이 어디서 어떻게 식탁으로 오는지 자유롭게 이야기 나눈 뒤 『○○ ○○ 비밀』을 꺼냈다. 제목의 일부를 가리고 보여 줬더니 어린이들은 표지를 유심히 살핀다. 한 어린이는 표지에 나오는 그림을 보고 미리 내 준 과제를 떠올려 달걀이 제목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때부터 학급 아이들은 황금 달걀, 번개 달걀, 놀란 달걀, 훔친 달걀 등 여러 가지 달걀 이름을 말했다. 뒤표지를 보여 주었다. 달걀에 쓰인 ‘4’를 보고 죽은 달걀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제목을 함께 확인한 후 4번 달걀이 무엇일지 상상하며 첫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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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진 지음, 북극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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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단계별 수업의 과정 



날개도 펼치지 못하는 사육 공간을 안다는 것


달걀 이름이 왜 4일지 추리하는 세 마리 닭 이야기를 모두 읽은 아이들이 자기 의견을 내었다. 4번 닭이 사는 케이지에 네 마리 병아리가 들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호응을 많이 받았다. 책에 갑자기 등장한 검은 닭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검은 닭이 살려 달라고 한 이유를 추리하고 이어질 장면도 상상해 보며 책을 읽었다. 4번 달걀이 어떤 달걀인지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렸다. “무섭다.”, “위태로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작정 도망치는 세 마리 닭이 맞닥뜨린 문틈에서 굴러온 달걀과 작은 빛! 만약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지 물어보았다. 잡혀서 치킨이 될까 두려워서 그냥 있겠다는 아이부터 4번 달걀을 낳으며 갇혀 있고 싶지 않다는 아이까지 여러 생각을 공유했다. 닭들이 어떻게 될지 이야기 나눈 뒤 작가가왜 이런 책을 만들었을지 질문하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4번 달걀의 비밀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 주려고 만든 것 같아요.”, “닭들을 자유롭게 살게 해 주려고 만들었어요.”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여러분은 몇 번 달걀을 먹고 있나요?”라고 작가가 묻는 장면이다. 4번 달걀이 겪은 폐해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쉽게 잘 풀어낸 대목이다. 이 부분을 읽기 전에 과제를 확인했다. 달걀의 색깔, 촉감, 모양, 특이한 점 등을 이야기 나누다가 달걀에 적힌 기호와 숫자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 세 장을 보면서 산란 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를 확인했다. 우리가 봤던 4번은 마지막 사육환경 번호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아이들의 충격적인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4번 달걀을 낳는 닭이 사는 열악한 환경이 믿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장 집에 있는 달걀을 확인하고 싶다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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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이면지 2장을 붙여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 위에 올라가서 앉아 보기도 닭처럼 날개를 펼쳐 보기도 했다.”
3번 달걀의 사육장 체험(좌), 4번 달걀의 사육장을 체험 중인 어린이(우) 

닭의 상황이나 마음을 느껴 보기 위해 우리가 직접 닭이 되어서 간접체험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1번 달걀을 낳는 닭은 운동장, 2번은 교실, 3번은 A4 종이 2장을 붙인 크기, 4번은 A4 종이 크기 정도에서 사는 것이라고 알기 쉽게 비유했다. A4 이면지 2장을 붙여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 위에 올라가서 앉아 보기도 닭처럼 날개를 펼쳐 보기도 했다.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하는 아이가 있었다. “얘들아, 여기 사는 닭은 햇빛도 보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그 공간에서 똥 싸고 밥 먹고 알 낳고를 반복해. 날개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고 달리지도 못해. 그 닭은 웃고 있을까?”라고 말해 주었다. 차분해진 분위기에서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4번 달걀이 사는 집이 되었다. 더 좁아진 공간에 아이들은 당황했다. “여기서 평생을 어떻게 살아요?”, “움직일 수 없어요.”, “좁아서 힘들어요.”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이런 곳에서 사는 닭이 건강할까?” 물으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일찍 죽을 것 같고 병에 걸릴 것 같다고 한다. “그 닭이 낳은 달걀은 어떨까?” 다시 물었다.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진다. 닭도 달걀도 우리에게도 행복하지 않은 4번 달걀의 비밀을 함께 공유했다. 불편한 진실을 안 후,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편지를 쓴다면 누구에게 쓰고 싶은지 질문했다. 부모님, 4번 달걀을 낳는 닭, 4번 달걀 농장 주인, 4번 달걀을 먹는 사람 등이 나왔다. 다음 날 각자 편지를 쓰고,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 있는 달걀판 메시지 활동을 하겠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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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달걀 농장 주인’에게 부치는 편지 

공장식 사육의 폐해를 알고 건강한 소비자 되기 


다음 날 아침부터 우리 집 달걀은 1번이라고 자랑하듯 말하는 아이부터 4번 달걀을 보고 엄마한테 이 달걀 사지 말라고 했다는 아이들의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그 마음을 표현하는 편지를 썼다. 한 아이가 지난밤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국회의원에게 4번 달걀 농장을 없애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많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에 쓴 마음들을 모아서 여덟 글자 구호를 떠올렸다. 구호를 의미 있는 메시지 달걀판에 담아 캠페인 형식의 영상을 제작해 보기로 했다. 생태전환의 의미를 살리고자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달걀판과 탁구공을 사용하기로 계획했다. 

“일리(1, 2) 있는 달걀 먹자”라는 구호를 함께 정하고 모둠별로 달걀판 하나씩 맡아 글자를 완성했다. 다른 글자는 쉽게 만들었는데, 달걀은 만들기가 어려웠다. 달걀 대신 계란으로 글자를 변경하니 만들 수 있었다. 만들 글자를 사진으로 찍고 여덟 글자 구호를 녹음했다. SNS에 올린다고 예고했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주변에 꼭 공유해서 알리겠다는 의지가 넘쳤다. 선택 활동으로 달걀판을 활용해 모형 닭을 만들고 자신이 정한 여덟 글자 메시지를 말풍선에 적어 전시했다. 자신의 다짐을 한 번 더 적고 실천 의지를 다질 수 있는 활동이었다. 

내가 먹는 음식의 재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 건강한 재료를 스스로 고르고 소비하는 마음을 다지는 것. 이번 수업으로 아이들이 얻은 지혜가 아닐까? 수업이 끝날 즈음 소감을 나눌 때 “다른 음식 재료도 어떻게 식탁에 올라오는지 과정을 알아보고 싶다.” 이야기했던 어린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공장식 사육으로 만들어진 고기나 우유 등 다른 식재료로 주제를 확장해서 수업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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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활동으로 달걀판을 활용해 모형 닭을 만들고 자신이 정한 여덟 글자 메시지를 말풍선에 적어 전시했다.” (좌),
어린이들이 만든 메시지 달갈판과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써서 모은 모습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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