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인공지능: 함께 읽는 미래] 다교과 융합 독서토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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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9-01 11:19 조회 1,683회 댓글 0건본문
다교과 융합 독서토론,
시작합니다
김보란 인천남중 사서교사
매년 새 학년을 맞이하기 직전인 2월, 긴장과 스트레스가 최대로 치솟곤 한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없애자는 의미에서 동료 선생님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찾았다. 삼국시대 6세기 후반∼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이 놓인 국립중앙박물관. 그곳에 가서 더욱 놀라웠던 점은 넓디넓은 박물관 곳곳에 놓인 인공지능 전시안내 로봇 ‘큐아이’였다. 2018년부터 서비스된 큐아이는 다국어(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박물관의 기본 정보와 시설을 소개할 뿐 아니라, 전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한다. 큐아이 근처에 로봇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과 다국어 지원을 받고자 하는 외국인 관람객이 가득했다. ‘사유의 방’ 전시실 위치가 궁금했던 나 역시 큐아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반가사유상과 이를 설명하는 인공지능 로봇 사이에는 무려 15세기라는 가늠할 수 없는 긴 시간이 존재한다. 인간의 고민과 고통은 역사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사유의 방에 나의 작은 근심을 놓고 나오며,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과학의 발전에서 기이한 간극을 느꼈다.
다가온 미래, 여전한 희망 직업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하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한 시대의 변화를 뜻하는 ‘물결’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제3의 물결(지식정보화시대)’ 위에 있는지, 아니면 이를 통과했는지에 대한 토론을 학생들과 나누곤 한다. 가장 최신의 미래라 여겼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언급된 2016 다보스 포럼을 연 지도 이미 7년이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언급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등은 이미 우리 현실에서 상용화된 지 오래되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으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로봇이 서빙하는 음식점에 다녀온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과연 아이들의 진로에도 우리의 현실이 반영되고 있을까? 현재 중3 담임을 맡고 있는 필자는 학기초, 학생들의 진로 희망서를 받아보고 5년,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들의 희망 직업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라질 미래 직업에 언제나 상위권에 오르는 ‘교사’는인구 절벽과 교권 추락이라는 적신호도 불구하고 언제나 아이들의 희망 직업 1순위에 오른다. 프로그램 개발자와 같은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일부일 뿐이다. 미래사회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비단 진로와 직업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이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다.
인공지능이 상용화될 미래사회를 맞이하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수업으로 어떻게 녹여 낼까?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여러 교과와 함께 공통의 주제, 교과의 발문을 바탕으로 토론을 실시해 보았다. 중학교에서 실시한 다교과 융합 독서토론의 기획과 절차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연재 첫 글에는 수업을 기획한 배경부터 풀어 본다.
인공지능 시대, 그럼에도 중요한 독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얼마 전 인공지능과 보안 분야 전문가인 박새롬 교수가 나왔다. 그는 인공지능의 윤리성, 즉 인공지능의 판단을 위한 학습능력에 대한 인간의 고민과 윤리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114화. tvN. 2023.7.7.). 인공지능이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인간의 가치관, 철학, 규칙이라는 교수의 의견이 인상 깊었다.
인간의 가치관, 철학, 사회적 합의 및 규칙은 단순히 학습하고 배운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12년에 걸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사고를 일굴 수 있도록 교과의 성취기준과 학습 내용이 구성돼 있다. 더불어 다양한 교과의 융합적 사고와 학생 주도적인 경험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교과 주제에 맞는 사고의 체계화, 합리화를 위한 가장 최적의 학습 도구는 무엇일까?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사서교사는 이용자교육을 기반으로 다양한 독서 및 미디어 수업을 통해 역량을 펼치고 있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고등학교의 선택교과 중 사서교사 단독수업뿐 아니라, 교과와 연계하는 협력수업 또한 사서교사가 전문적인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교육과정을 함께 분석하여 교과 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수업에서 활용하는 협력수업을 통해 교과서 밖으로 지식을 확장함으로써 학습 주체로서의 학생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하나의 교과뿐 아니라, 여러 교과가 함께하는 다교과 협력수업을 통해 교과 지식이 확장하는 범주를 더욱 넓힐 수 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교과를 연계할 때, 도서관에서 정보 자원 역할을 다양하게 꾀한다면 어떨까? 다교과 융합 독서토론을 통해 미래 사회를 맞이할 학생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올곧게 확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수업을 기획했다.
도서관 수업, 어떻게 계획할까?
교육과정이 없는 사서교사의 수업,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 이용자교육 이외에도 자유학기제 및 고교학점제에 따른 다양한 수업이 사서교사에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학교도서관 운영뿐 아니라 독서교육을 펼치며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교육과정 및 교과서가 없는 상황에서 수업을 준비하기란 막막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위기의 뒷면은 기회라고 했던가. 학교도서관의 주요 자료는 책이다. 책의 폭넓은 주제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과뿐 아니라 창체 영역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다. 즉, 범교과·범주제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범교과·범주제인 도서관 자료는 다른 교과와 협력수업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가 되어 준다.
첫째, 책으로 수업 소재 찾기(선정 도서의 기준)
단독수업 및 협력수업을 계획할 때 먼저 필요한 것은 교육과정 분석과 연계다. 교과와 수업의 주제(교육과정의 성취기준 및 학습요소)를 먼저 정하고, 관련된 도서관 자료를 연계하는 방법도 있으나, 역으로 인상 깊은 책에서 관련 교과 및 주제를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업을 준비하는 사서교사의 책에 대한 흥미다. 즉,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 인상 깊었던 책을 도구로 삼을 때 아이디어가 역동적으로 나올 수 있다.
교과와 연계한 배경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도서로는 교과 지식을 심층 탐구할 수 있는 논픽션(지식) 도서와 배경지식의 폭과 흥미를 넓힐 수 있는 문학 도서로 구분할 수 있다. 학생들의 교과 흥미를 이끌고, 독서에 관심을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문학책은 교과연계 수업의 좋은 도구가 된다. 문학책을 소재로 교과연계를 계획했던 토론 수업의 소재와 교과 및 주제를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권의 책에는 한 가지 이상의 중심 주제가 담겨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사건이 나오는 문학책은 여러 주제를 포괄하기 마련이다. 즉, 문학책을 바탕으로 교과연계 수업을 기획한다면, 하나 이상의 교과와 연계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한 교과와의 협력으로 시작하여, 여러 개의 교과로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교과 지식의 망을 넓게, 그리고 촘촘하게 제시할 수 있다. 책에서 연계할 교과를 찾아내 지식의 망을 넓혀 가는 것은 사서교사가, 교과의 주제로 지식을 촘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교과교사가 할 수 있기에 세밀한 협력이 가능하다.
둘째, 독서토론 운영 방식 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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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방과후 독서토론을 한 지 3년이 되었다. 사서교사 주관의 흥미로운 책 위주의 독서토론을 구상한다면 독서프로그램의 형태로 시작하자. 지속성 있는 수업 구상과 교과 협력이 가능하다면 수업(교육과정 내 협력수업 및 방과후 수업)으로 운영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필자는 첫해에는 독서프로그램으로, 다음해부터는 방과후 수업으로 개설하여 운영했다.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셋째, 다교과 연계를 잇는 한 권의 책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는 과학적 상상력을 문학작품으로 승화하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이 소설은 김영하가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로, 평화롭게 살던 철이가 수용소로 끌려가 혼란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작가는 휴머노이드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인간의 삶이란 계속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소설을 전개한다. 그리 멀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만남과 이별, 태어남과 죽음 등의 주제를 깊이 있게 통찰한다.
처음에는 오롯이 독자로서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두 번째에는 사서교사의 시각에서 읽어 보았다. 이 책을 추천할 대상을 떠올리며,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방법을 구체화하며 읽었다. ‘작가-교사-학생’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기면 문장 하나하나를, 소재 하나하나를 더욱 꼼꼼하게 읽게 된다. 처음에는 인공지능(A.I)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영화 <에이아이>가 떠올라 학생들과 영화 독서토론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리고 나서는 과학교과와 연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반복하여 책을 읽으니 등장인물, 사건, 사상 등을 바탕으로 여러 교과와 연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교육과정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관련한 주제를 기점으로 내용 체계를 잡고 한 번 더 검토해 보았다. 대략적으로 세운 도서와 관련 교과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 구상은 아래 그림과 같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교과 주제와 연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과 교육과정의 주제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많은 책을 읽어 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수업 계획과 절차, 운영과 내용은 다음 호부터 천천히 풀어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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