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학습 속도가 느리면 울타리부터 되어 주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7-04 14:46 조회 711회 댓글 0건

본문



학습 속도가 느리면

울타리부터 되어 주자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그냥 볼 수 없다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학생이 자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교사가 학생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사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자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다. 자는 학생을 깨우기 위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성열관)이란 책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그 선생님께서는 교육적 확신으로 수업에서 자는 학생을 매일 깨웁니다. 독자 선생님들은 어떤 교육적 확신을 갖고 계신가요?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칠판을 보는 수십 개의 눈을 보며 수업의 의미를 끊임없이 물었던 시기가 있습니다. 간단한 의미로 수업은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입니다. 일상적으로 하기에 자칫 ‘기계’가 되기 쉽습니다. 여기에서 기계는 사고가 부재한 채 몸만이 움직이는 걸 의미합니다. 교사와 학생은 학습의 주체로서 수업하거나 듣는 기계가 되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 저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에서 교육 주체가 기계가 되지 않는 한 가지 쉬운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출석 확인’입니다.

저는 출석 확인에 교육적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자를 쓰고 있는 학생도,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옆 친구와 대화하는 학생도, 팔을 베고 엎드린 학생도 이름이 불리면 예외 없이 저와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서른 명의 이름을 크게 호명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근황을 묻는 가벼운 이야기로 이어져도 학습을 위한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적절한 무게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석 확인을 하겠습니다. 모두 의자를 돌려서 선생님을 보고 앉아 주세요.”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서관의 책상은 독서토론이 편하도록 모둠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한 모둠에 한 명씩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등에 지고 앉습니다. 그렇기에 출석 확인 전에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바른 자세로 저를 볼 수 있도록 의자 돌리기를 제안합니다. 매번 반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학기 동안 수업을 어느 정도 진행한 지금은 많은 학생이 처음부터 의자를 돌려 앉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에게 등을 보이는 학생이 있습니다. 도이는 그중 한 명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학습 속도가 느린 도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학생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전한 교실 분위기를 만드는 교사의 노력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c1571554fba033831a66d7c7ebfcac33_1688448897_089.jpg
"출석 확인 전에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바른 자세로 저를 볼 수 있도록 의자 돌리기를 제안합니다." 



수업 참여 의지가 약했던 도이


도이는 자신의 이름을 들은 체 만 체했습니다. 출석 확인 요청에 대답하거나 손을 올리는 등의 어떠한 응답도 취하지 않았죠. 저는 출석 확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도이가 고개를 돌리고 눈을 마주칠 때까지 이름을 불렀습니다.


“도이야.”, “선생님은 도이 얼굴 보고 싶다.”,

“도이가 선생님 눈 바라봐 주면 기쁠 것 같아.” 


긍정적 관계가 형성된 지금은 두어 번 이름을 부르면 도이는 고개를 돌립니다. 하지만 학기 초에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도이 자리로 다가가기도 했습니다. “귀한 도이 얼굴 보러 선생님이 왔습니다.” 건네면서 말이죠. 도이가 문해력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예상한 선생님도 계시겠지요. 맞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부족했습니다. 누군가의 의지에 관해 몇 번의 관찰로 단언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도이는 등을 돌리고 책상에 엎드린 날이 많았습니다. 학기 초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어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그래서 수업 중 활동을 강한 억양으로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도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아낌없이 건넸습니다. 


c1571554fba033831a66d7c7ebfcac33_1688449080_1438.jpg


“도이야, 우리 허리 펴고 앉아 볼까? 계속 누워 있으면 허리에 좋지 않대.” 학기 초, 도이가 기록한 활동지는 거의 빈칸이었습니다. 자신의 학번과 이름을 적은 글씨가 바르지 않아 이마저 식별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업에서 도이와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단어의 뜻을 알아맞히는 활동을 생각했습니다. 이는 문해력 수업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단어 뜻만 보고 퀴즈를 통해 학습한 단어를 복기하여 적는 것입니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함께 읽고 저는 무릎을 꿇고 도이 옆에 붙어 함께 활동지 빈칸을 채웠습니다. 도이는 또래와 같은 양을 학습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활동을 마친 다른 학생에게 다음 학습을 안내한 후 도이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소소한 팁 하나를 알려드리자면 활동지를 다양한 난이도로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학습 속도가 다른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도이가 마음 놓을 수 있는 교실을 만들려면


안전하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이는 어머니 품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이가 느끼는 안전은 어머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내가 나로 존중받는다는 확신에서 비롯한 감정입니다. 이렇듯 안전은 비단 물리적인 보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안전한 교실을 위해서는 내가 나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필수입니다. 특히 미래 교육이 추구하는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수업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는 저의 이야기가 존중받는 환경에서 속마음이 나옵니다. 적어도 이런 이야기가 놀림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교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은 마음이 안전하고 평온한 환경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교사가 아무리 학생 주도적 수업을 촘촘하게 설계했다 하더라도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진정으로 나를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이 마음 놓고 나를 드러낼 수 있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첫째, 안전한 수업 분위기 만들기

수업에서 위협을 느끼는 상황을 주제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문제를 틀렸을 때 “우∼”, “그것도 틀리냐.” 등 누군가 야유를 할 때 위협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답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묻는말에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잘못된 부분을 알려 주고, 틀려도 괜찮다며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교사는 비난하면 안 되는,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취급받는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도전과 용기에 박수로 화답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학생들은 “와, 이렇게 하니까 풀리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다.”라며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교사는 모든 학생이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c1571554fba033831a66d7c7ebfcac33_1688449341_0167.jpg


c1571554fba033831a66d7c7ebfcac33_1688449341_6299.jpg

 

둘째, 안전한 모둠 구성하기

오리엔테이션 시간, 문해력 수업을 선택한 학생 서른 명이 도서관을 가득 채웠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행동을 했습니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그 행동을 유심히 보며 어떻게 모둠을 구성했을 때 학습에 가장 도움이 될지 시뮬레이션을 그려 보았죠. 학습에 효과적인 모둠 편성을 위해 2시간의 오리엔테이션 동안 학생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파악하고 다음을 유의했습니다. 첫째, 짓궂은 장난으로 이목을 집중하는 학생들이 하나의 모둠에 모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둘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 학생이 모든 모둠에 고루 들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학생을 알기 위해 반장과 부반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말수가 없는 조용한 학생이 누구와 소통하는지 확인한 후에 이들이 같은 모둠에 배정되도록 했습니다. 이는 서로 소통하며 학습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모둠을 구성한 후 1학년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리하여 도이가 가장 안전한 모둠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모둠을 구성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소통하기


도이는 모든 글에 ‘죽이다’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그런 글들을 들고 담임선생님께 찾아갔습니다. 유의미한 학습을 위해 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도이가 학습 속도가 느려 배움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반 분위기가 좋아서 아이들과 어울려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말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머니가 도이에게 관심이 많아 가정에서도 교육이 잘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저도 웃음이 나오더군요. 활동지에 자주 등장하는 ‘죽이다’라는 단어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기보다 자극적인 단어에 매료된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저는 담임선생님과 소통 후 도이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재미있는 어휘를 많이 알려 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수업의 의미에 관해 고민할 때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2.0』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책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감수의 글이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수업 향상의 열쇠는 교사에게 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었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아이들이 달라져도 학교 교육을 바꾸어 나가는 중심은 교사이기 때문에 수업 향상의 열쇠는 교사가 쥐고 있다는 글이었습니다. 교사인 제가 교육을 바꾸는 열쇠를 쥐고 있다니, 마음이 웅장해졌습니다. 선생님 한 분 한 분은 교육을 바꾸는 중요한 열쇠는 쥐고 계십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각급 학교에서도 다양한 교수법을 도입하여 수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아이들이 달라져도 학교교육을 바꾸어 나가는 중심 인물은 교사이기에

수업 향상의 핵심 열쇠는 바로 교사가 가지고 있다.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교사가 학교와 학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2.0』 중에서


칠판과 등을 돌리고 엎드린 학생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학생으로 만드는 위대한 가르침은 교사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출석을 부르며 도이와 어떤 눈맞춤을 할지 상상합니다.


c1571554fba033831a66d7c7ebfcac33_1688449592_8803.jpg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