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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책을 품은 교실] 한 권의 책 : 명장면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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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6-02 14:43 조회 4,3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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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 명장면 명대사


신현주 서울중원초 교사




5월이 되자, 옛 제자들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스물여섯 살이 되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첫 제자는 전화로 안부를 전했고, 벌써 족발집 청년 사장님이 된 제자는 카톡을 보냈다.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교실에 찾아오거나 평소 쑥스러움이 많은 아이들은 책상 위에 편지를 살짝 두고 간다. 내가 아이들에게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기억해 주니 늘 고마울 뿐이다. 제자들이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실 도서관에서 “우리 이 책 읽었는데.” 하며 책을 보고 반가워하고, 마침내 책 이야기로 흘러간다. 특히 아이들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고 수업을 했던 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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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지음│허태준 그림│창비│2009 

『불량한 자전거 여행 2』 김남중 지음│문인혜 그림│창비│2019




활발하고 예술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수업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 긴 호흡의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내용 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남중 작가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는 5학년인 호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책으로 수업을 했던 해에는 우리 반 아이들도 5학년이었고, 학급에 개그맨이나 연기자, 만화 가가 꿈이었던 아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동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수업이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연극적인 요소가 들어간 ‘한 권의 책: 명장면 명대 사’라는 수업을 준비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창비 출판사 홈페이지를 방문했다(홈페이지 상단 카테고리 창비어린이 클릭 > 어린이/청소년 독서활동 자료 > 독서활동 자료실 > 5학년 > 불량한 자전거 여행_활동지 및 동영상 자료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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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 명대사를 찾아서


이달의 작가로 김남중 작가를 선정하고, 아이들 스스로 작가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작 가의 작품을 찾고 탐구했다. 그중 온 책 읽기 도서로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정한 후, 몰입 독서 시간을 이용해 함께 읽었다. 읽고 나서는 마중물 활동의 하나로 ‘내 마음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주제로 책갈피를 만들어 사이에 끼웠다. 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3가지를 골라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노트에 장면을 고른 까닭과 느낌을 간단히 적었다. 근영이가 고른 장면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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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장면 중 자신의 명장면 하나를 최종적으로 뽑아 그 부분을 노트에 필사하도록 했다. 근영이는 호진이 삼촌이 자전거 순례 트럭을 훔쳐 갔던 영규 아저씨를 용서하는 장 면을 고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럭을 훔쳐 간 사람을 신고했을 텐데, 호진이 삼촌이 용서해 준 걸 보면 왠지 뭉클하고 호진이 삼촌이 새로워 보였어요.”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명장면을 소리 내어 낭독하고, 손으로 쓰면서 한 번 더 책을 펼쳤다. 각자 명장면을 고른 후에는 4명이 모여 하나의 모둠을 만든 다음 서로 돌아가며 발표 하고 모둠을 대표하는 장면 하나를 토의를 통해 결정했다. 모둠의 명장면이 뽑힌 후에는 그 장면의 무대를 함께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술 시간과 연계해서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살피니 외로워 보이는 호진이의 방, 자전거가 산을 넘어 달리는 모습 등이 표현 되어 있었다. 마치 이야기 속 한 장면이 밖으로 튀어나온 듯 입체적인 느낌이 들었고, 특히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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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고 만든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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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명장면을 필사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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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표회 : 책 한 권에 푹 빠져 살았던 시간

다음은 모둠별로 뽑은 하나의 명장면을 5분 내외의 낭독회, 팟캐스트, 짧은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차례였다. 모둠 회의를 통해 표현 방식을 선택하고 역할을 나누고 소 품도 준비하며 연습을 시작했다. 두세 차례의 회의와 준비를 거쳐 드디어 우리 반만의 작은 발표회가 열렸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성우처럼 실감 나게 낭독하는 모둠도 있었고, 교실 속 의자가 자전 거가 되어 달리는 모습을 연출한 모둠도 있었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고른 장면도, 표현 방 법도 모두 달랐고 그 다름을 이렇게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다른 모둠이 발표를 하는 동안 듣는 이들은 관객이 되어 집중했고, 궁금한 점은 활동지에 메모해 두고 발표를 마친 후에는 인터뷰를 했다. 발표회가 끝나고 우리는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책 한 권에 푹 빠져 살았던 시간이었다. 한 달에 걸친 긴 수업이라 준비할 것도 많았지만 그래서 더욱 기억 에 남았던 게 아닐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교실이라는 삶의 무대에서 책을 읽고,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순간순간이 우리에게는 명장면이었다. 또 다른 내일의 명장면을 꿈꾸며 “선생님, 안녕히 계 세요.” 인사하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향해 나는 크게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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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든 명장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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