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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과학책 읽는 모임] 북이언스, 출발도 못 하고 있지만 모두 힘내자!
<학교도서관저널 , 2020년 04월호> 20-05-27 11:31
조회 : 1,229  



기약 없는 만남
학생들에게 3월은 새로움의 상징이며, 시작의 달이다. 새로운 반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운 책으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2020년은 제대로 시작되지 못했다. 코로나의 3월이다. 설레며 기대했거나 그렇지 않은 모두가 조금은 지쳐 있다. 이후 역사가 2020년 3월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당연히 힘차게 출발하려던 과학책 동아리 북이언스 아이들과도 만날 수가 없었다. 만남은 1월에서 2월로 미뤄져 있었고, 이제는 약속을 잡기도 어색해졌다. 2월 14일에 북이언스 친구들에게 보낸 문자를 들춰 보았다.
“여러분, 지난 며칠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개학 전에 조금 진정될 것 같긴 해요. 많은 일정이 취소되고 있지만, 22일에는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잠정적으로 2월 22일에 만납시다!”
개학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던 차에 개학이 연기되었고, 아이들도 교사들도 혼란스러웠다. 우리의 22일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지금은 개학 연기를 마음으로도 받아들이고 자꾸만 바뀌는 학사 일정을 ‘지금 정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며 방학인
듯 방학 아닌 방학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틀에 한 번 학교에 나가고, 나머지 날에는 재택근무를 한다. 교사에게 재택근무보다 더욱 생소한 단어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없고 교실도 없지만 뭔가를 하는 것처럼 피곤하다. 도서관도 닫았다. 학교도서관은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고, 다른 과목 교사들도 가정 학습 과제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소개한다.

온라인에서 책과 함께 만나
북이언스 아이들과 온라인으로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과학 유튜버가 쓴 과학책을 찾았다. 도서관은 휴관이라 각자 주문하기로 하고, 유튜브와 책을 비교해 가며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끼리 책과 채널을 권하게 했다. 아이들은 영어가 힘들다며 우리나라 채널만 찾았다. 그래도 영어 공부가 하고 싶다면 최근 출간된 『더 위험한 과학책』의 저자인 랜들 먼로의 웹사이트(www.xkcd.com)가 좋다고 했다. 자, 잠시 바이러스 걱정은 잊고(하지만 손은 씻고!) 아이들과 함께 찾은 과학 채널과 그들이 쓴 과학책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과학 쿠키(Science Cookie)’는 과학 시간에도 함께 봤던 채널이다. 빛의 속도에 관해 이야기 나눌 때였다. 그때도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볼 때는 목소리가 좋은데 아이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그걸 잘 활용해서 좋다고 한다. ‘물질의 근원’, ‘물체의 운동’과 같이 교과서에서 시작하지만 교과서로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좋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영상이 3월 11일에 올라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잘 그렸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쓴 책이 『과학을 쿠키처럼』이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물리학’이라는 부제처럼 물리학을 주로 다루었는데, 상식에서 출발해서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안될과학(Unrealscience)’은 지난해 아이들에게 사랑받은 책 『궤도의 과학 허세』의 저자가 진행하는 채널이다. 중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집어든 녀석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책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유튜브랑 같이 보면 똑똑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채널은 지난해에 비해서 많이 성장해 더 재미있다. ‘랩미팅’이라는 코너는 라디오 형식이다. 출연자들의 질문과 답이 오가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설명되고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 줘서 좋다. ‘긴급과학’처럼 빨리 지나가는 콘텐츠와 느려도 역사와 자세함이 함께하는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지식인 미나니’는 『알수록 쓸모 있는 요즘 과학 이야기』 저자의 이야기이다. 오이, 김, 담배를 1,000배씩 확대해 보고, 코딱지, 피, 정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해 볼 만하지만 해 보지 못한 것들을 영상으로 잘 만들었다. ‘남자에게 왜 젖꼭지가 있을까?’를 탐구한 내용도 재미있다. 궁금하지만 어디에 대놓고 묻기도 그렇고, 제대로 된 답을 얻기 힘든 내용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도 잘 풀었다.

‘긱블(Geekble)’에는 공학 전문 콘텐츠가 올라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거나 쓸데없는 도전은 없다는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주로 영화나 게임에 등장하는 물건들을 실제로 제작해서 보여 준다. 최근 <과학동아>의 한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긱블소굴’이라는 팬 카페도 있다. 곧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정도면 바이러스가 지나갈 때까지 집에서 공부하는 느낌으로 시간을 나름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날선 혐오와 불신의 시선 속에서 신나게 놀지도 못하고, 그렇게 기대하는 방학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조금 쉴 시간을 주고 싶다. 공부를 해야 한다면 학교 공부가 아닌 인생 공부나 인문 공부를 하면 된다.
아직 출발하지 못했지만 아쉽거나 걱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시간을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과학이 모든 걸해결하지 못하지만 아마 과학자들은 다시 한번 자신이 믿었던 세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그 태도로 새로운 세상을 대면할 것이다. 그게 과학자의 태도이고, 과학은 결국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를 배우는 게 인생 공부고 인문 공부다. 자, 마지막 단락의 이 내용은 위에서 소개한 채널의 영상 중 하나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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