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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지구별 사서의 오늘] 내가 쓴 물건들이 지구 한 바퀴
<학교도서관저널 , 2017년 12월호> 17-12-05 13:37
조회 :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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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100원, 요것은 200원입니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내놓았다. 몇 번이나 읽어 내용까지 외우는 그림책에서부터 공룡 모형, 글자 퍼즐, 비행기 모형까지. 이것들 모두의 가격이 100원에서 1000원 사이다. 엄마들은 “아이고! 이걸 얼마 주고 샀는데!” 하면서 조금 아까워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을 싸게 내어놓고 갖고 싶은 친구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아주 만족해한다. 아이들은 물건만 내어 놓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도 함께 내어놓는다. “이건 아빠가 사준 기타인데요, 혜연이는 이제 커서 없어도 돼요.” 아이들 너머 장터의 체험 부스도 다채롭다. 일본의 물고기 모양 헝겊을 만들기도 하고 고이노보리 만들기를 하거나 우즈베키스탄의 모자 쮸비쩨이카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한 모퉁이에서는 그림책을 읽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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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돼지 삼형제 가면도 만들었다. 재료 준비는 도서관 이용자 모두가 함께한다. 누군가는 살구색 펠트지에 돼지 얼굴 모양을 그린 다음에 자른다. 누군가는 돼지코를 만들고 까만 콧구멍을 만든다. 또 한 모둠은 돼지를 꾸며줄 리본과 안경, 다양한 모양의 눈을 만들고, 돼지 가면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비닐에 넣어 세트를 마든다. 처음에는 함께 만들기를 주저하던 아저씨들도 어느덧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열심히 만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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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아이돌 그룹
‘청소년 책 플래시몹 활동단’
 어느 날 도서관으로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한 명이 불쑥 들어왔다. 학교에서 권장한다며 책 한 권을 빌려 가는데, 또래인 친구들 서너 명이 도서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얼른 따라 나가물어 보았다. “친구들, 도서관 앞까지 왔는데 왜 들어오지 않는 거지?” 학생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책 읽는 건 재미없어요. 시간도 없고요.” 맙소사! 이렇게 재미있는 책들이 가득한데, 재미가 없다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간 채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도서관에 올래?” 학생들은 요즘 유행하는 댄스를 가르쳐 주면 도서관에 오겠다고 했고, 나는 “그러마.” 하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여기는 도서관이기에 춤을 배워서 책과 독서에 대해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책 플래시몹 활동단’은 그래서 탄생하게 되었다. 18명의 이주 배경 청소년들과 일반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활동단은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서 댄스를 배웠고, 처음 약속한 대로 크로스미디어 영화제와 나눔 장터와 와서 오픈 공연을 해 주었다. 호응도 10000%!!! 그들의 무대는 여느 아이들 무대보다 훨씬 멋졌다.
 
히잡은 잠시 안녕!
 주민들 가운데 외국인의 비율이 78%가 넘는 원곡동 다문화특구. 그 중심에서 하는 장터이기에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장터를 찾는다. 장터의 한 코너로 지구별 줄넘기 대회를 열었는데, 10명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줄넘기 한 번에 일 분의 제한 시간이 있고 한 사람당 세 번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나는 줄넘기 도중 자꾸 몸이 앞으로 가는 바람에 하마터면 담장에 부딪힐 뻔했다. 이러한 투혼에도 불구하고 40개를 넘지 못했지만 옆에서 웃던 인도네시아에서 온 자매는 나의 몸 개그에 용기가 났는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줄넘기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주어진 마지막 세 번째 기회에서, 마침내 히잡까지 벗어 던지고 줄넘기에 열중했다. 결국에는 100개 넘게 줄넘기를 한 남학생이 1등을 하긴 했지만, 잠시나마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어색함을 풀고 서로의 기록을 응원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
기 좋았다.
 장터 막바지에, 쌀쌀해진 가을바람을 막기에는 다소 얇게 느껴지는 옷들을 걸친 이주노동자들 30여 명이 장터에 왔다. 그들은 여기서 옷을 산 동료가 알려 주어 장터에 왔다고 했다. 그들 중에는 반팔 티셔츠를 몇 벌씩 겹쳐 입은 청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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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들이 공장에서 입은 웃옷들이 기증품으로 꽤 들어왔기에 그들에게 입어 보라고 권하고 치수가 맞는지 보았다. 그러던 중에 장터 곳곳을 다니면서 아이들이 내어놓은 머리끈과 머리핀을 보이는 족족 사는 한 캄보디아 여성을 발견했다.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가까이 가서 물어봤더니, 고향에 두고 온 두 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산 것이라면서 까만 비닐봉지 안에 가득 든 머리핀을 보여 주었다.
 내년 1월에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간다는 그 분은 틈틈이 가게에서 머리끈을 한 두 개씩 사서 모으고 있는데, 여기는 싸고 예쁜 게 많아서 넉넉히 살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과소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지구별 나눔 장터에서는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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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경매를 통해
모이돌라 작은도서관 후원자 되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황사가 몰려오는 날이라면 장터는 도서관 안에서 진행된다. 야외 장터의 활기찬 분위기는 조금 적지만, 실내에서 하는 나눔 장터의 묘미를 살펴 ‘나의 애장품 경매’를 운영한다. 우선 장터에 내어놓은 물품 가운데, 의미가 있는 물품 한 개씩을 신청 받아 경매에 내어놓게 된다. 참가자는 물품과 함께 그것에 깃든 자신의 특별한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물품에 역사를 부여하고 가치를 높인다.
 진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할머니에게서 받은 첫 선물인 실내화와 신발주머니는 100원에서 시작하여 5000원에 낙찰되어 도서관에서 만난 동생 손으로 넘어갔다. 전연 선생님이 아가씨 때 입던 치파오는 아직도 44사이즈를 자랑하는 지호 어머니께 안겼다. 5000원이 최고 낙찰가인데 최고 금액으로 사게 되어도 누구 하나 아까워하지 않는다. 수익금 전액은 캄보디아에 모이돌라 작은도서관을 짓는 데 쓰이니깐!
 어린이와 할아버지가 만나고 아랍과 아시아가 만나고 선주민과 이주민이 만나는 곳. 누군가의 추억을 지닌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나 지구 반 바퀴의 여행을 시작하는 곳. 우리 도서관의 지구별 나눔 장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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