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정기구독


[교실 이데아] [지구별 사서의 오늘] 내가 쓴 물건들이 지구 한 바퀴
<학교도서관저널 , 2017년 12월호> 17-12-05 13:37
조회 : 1,026  


 
2.png
 
 
이것은 100원, 요것은 200원입니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내놓았다. 몇 번이나 읽어 내용까지 외우는 그림책에서부터 공룡 모형, 글자 퍼즐, 비행기 모형까지. 이것들 모두의 가격이 100원에서 1000원 사이다. 엄마들은 “아이고! 이걸 얼마 주고 샀는데!” 하면서 조금 아까워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을 싸게 내어놓고 갖고 싶은 친구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아주 만족해한다. 아이들은 물건만 내어 놓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도 함께 내어놓는다. “이건 아빠가 사준 기타인데요, 혜연이는 이제 커서 없어도 돼요.” 아이들 너머 장터의 체험 부스도 다채롭다. 일본의 물고기 모양 헝겊을 만들기도 하고 고이노보리 만들기를 하거나 우즈베키스탄의 모자 쮸비쩨이카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한 모퉁이에서는 그림책을 읽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png
 

 우리는 돼지 삼형제 가면도 만들었다. 재료 준비는 도서관 이용자 모두가 함께한다. 누군가는 살구색 펠트지에 돼지 얼굴 모양을 그린 다음에 자른다. 누군가는 돼지코를 만들고 까만 콧구멍을 만든다. 또 한 모둠은 돼지를 꾸며줄 리본과 안경, 다양한 모양의 눈을 만들고, 돼지 가면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비닐에 넣어 세트를 마든다. 처음에는 함께 만들기를 주저하던 아저씨들도 어느덧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열심히 만드신다.
 
4.png
 
 
또 하나의 아이돌 그룹
‘청소년 책 플래시몹 활동단’
 어느 날 도서관으로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한 명이 불쑥 들어왔다. 학교에서 권장한다며 책 한 권을 빌려 가는데, 또래인 친구들 서너 명이 도서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얼른 따라 나가물어 보았다. “친구들, 도서관 앞까지 왔는데 왜 들어오지 않는 거지?” 학생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책 읽는 건 재미없어요. 시간도 없고요.” 맙소사! 이렇게 재미있는 책들이 가득한데, 재미가 없다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간 채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도서관에 올래?” 학생들은 요즘 유행하는 댄스를 가르쳐 주면 도서관에 오겠다고 했고, 나는 “그러마.” 하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여기는 도서관이기에 춤을 배워서 책과 독서에 대해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책 플래시몹 활동단’은 그래서 탄생하게 되었다. 18명의 이주 배경 청소년들과 일반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활동단은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서 댄스를 배웠고, 처음 약속한 대로 크로스미디어 영화제와 나눔 장터와 와서 오픈 공연을 해 주었다. 호응도 10000%!!! 그들의 무대는 여느 아이들 무대보다 훨씬 멋졌다.
 
히잡은 잠시 안녕!
 주민들 가운데 외국인의 비율이 78%가 넘는 원곡동 다문화특구. 그 중심에서 하는 장터이기에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장터를 찾는다. 장터의 한 코너로 지구별 줄넘기 대회를 열었는데, 10명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줄넘기 한 번에 일 분의 제한 시간이 있고 한 사람당 세 번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나는 줄넘기 도중 자꾸 몸이 앞으로 가는 바람에 하마터면 담장에 부딪힐 뻔했다. 이러한 투혼에도 불구하고 40개를 넘지 못했지만 옆에서 웃던 인도네시아에서 온 자매는 나의 몸 개그에 용기가 났는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줄넘기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주어진 마지막 세 번째 기회에서, 마침내 히잡까지 벗어 던지고 줄넘기에 열중했다. 결국에는 100개 넘게 줄넘기를 한 남학생이 1등을 하긴 했지만, 잠시나마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어색함을 풀고 서로의 기록을 응원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
기 좋았다.
 장터 막바지에, 쌀쌀해진 가을바람을 막기에는 다소 얇게 느껴지는 옷들을 걸친 이주노동자들 30여 명이 장터에 왔다. 그들은 여기서 옷을 산 동료가 알려 주어 장터에 왔다고 했다. 그들 중에는 반팔 티셔츠를 몇 벌씩 겹쳐 입은 청년도 있었다.
 
5.png
 
 
 아빠들이 공장에서 입은 웃옷들이 기증품으로 꽤 들어왔기에 그들에게 입어 보라고 권하고 치수가 맞는지 보았다. 그러던 중에 장터 곳곳을 다니면서 아이들이 내어놓은 머리끈과 머리핀을 보이는 족족 사는 한 캄보디아 여성을 발견했다.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가까이 가서 물어봤더니, 고향에 두고 온 두 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산 것이라면서 까만 비닐봉지 안에 가득 든 머리핀을 보여 주었다.
 내년 1월에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간다는 그 분은 틈틈이 가게에서 머리끈을 한 두 개씩 사서 모으고 있는데, 여기는 싸고 예쁜 게 많아서 넉넉히 살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과소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지구별 나눔 장터에서는 괜찮으리라!
 
6.png
 
 
멋진 경매를 통해
모이돌라 작은도서관 후원자 되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황사가 몰려오는 날이라면 장터는 도서관 안에서 진행된다. 야외 장터의 활기찬 분위기는 조금 적지만, 실내에서 하는 나눔 장터의 묘미를 살펴 ‘나의 애장품 경매’를 운영한다. 우선 장터에 내어놓은 물품 가운데, 의미가 있는 물품 한 개씩을 신청 받아 경매에 내어놓게 된다. 참가자는 물품과 함께 그것에 깃든 자신의 특별한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물품에 역사를 부여하고 가치를 높인다.
 진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할머니에게서 받은 첫 선물인 실내화와 신발주머니는 100원에서 시작하여 5000원에 낙찰되어 도서관에서 만난 동생 손으로 넘어갔다. 전연 선생님이 아가씨 때 입던 치파오는 아직도 44사이즈를 자랑하는 지호 어머니께 안겼다. 5000원이 최고 낙찰가인데 최고 금액으로 사게 되어도 누구 하나 아까워하지 않는다. 수익금 전액은 캄보디아에 모이돌라 작은도서관을 짓는 데 쓰이니깐!
 어린이와 할아버지가 만나고 아랍과 아시아가 만나고 선주민과 이주민이 만나는 곳. 누군가의 추억을 지닌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나 지구 반 바퀴의 여행을 시작하는 곳. 우리 도서관의 지구별 나눔 장터이다.
 
7.png
 

<저작권자 (주)학교도서관저널,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Total 364 [ 날짜순 / 조회순 ]
[말랑말랑 독서치료]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랑색? (2018년 12월호) 21 hits.
함께 읽기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백설공주 등 수많은 공주 이야기를 읽고 들어봤지만 『종이 봉지 공주』에 나오는 엘리자베스 공주는 이전에 보아왔던 공주들과는 사뭇 달라서 보는 아이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성에 사는 아름다운 엘리자베스 공주는 비싸고 예쁜 옷도 많고, 로널드왕자와 …
[채 쌤의 샌드아트 교실]여러 가지 선 그리기 방법으로 그림을 … (2018년 12월호) 21 hits.
샌드아트의 응용기법 세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그리고자 하는 형태를 하얗게 비워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겠죠? 그림을 완성하려면 아직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림을 꾸미는 단계죠. 이번 시간에는 기본적인 선 그리기 기법을 응용해 그림을 꾸미는 여러 가지 기법…
[한 학기 한 권 두텁게 읽기] 취향 저격! 고전과 함께 읽기 (2018년 11월호) 124 hits.
재미있는 고전 깊이 읽기4학년 아이들과 읽을 첫 책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다. 어렴풋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니, 처음부터 어떻게 아이들 흥미를 끌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 즈음 ‘네이버 오디오클립-오디오북’에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가 올라왔다. 고맙게도 인기 아이돌 …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과학자 KWL 차트 작성하기 (2018년 11월호) 122 hits.
차근차근 수업 준비 짚어보기방학 중에 과학선생님을 학교 밖에서 만났다. 새 학기에 진행할 도서관 활용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대략적인 시기를 정하고, 수업 주제와 목표 그리고 표현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 틀은 이러했다. 사회적으로 이슈이기도 했던 지진을 주제로 해서, 대처 방법 및 안전성,…
[알.쓸.진.JOB] 대학에는 어떤 전공들이 있나요? (2018년 10월호) 176 hits.
안녕하세요! 제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진로교육이나 대학 탐방 같은 활동이 전무해서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할 때 어려움이 꽤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활동들이 다양해지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에 갔거든요. 하하…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엔 339개의…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초등] 그림책 읽고 책은 모두가 이용하는 … (2018년 10월호) 270 hits.
학교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종종 싸움이 일어나곤 한다. 인기있는 책을 서로 빌려가려고 싸우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은 모두가 이용하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얘기해 주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변함없이 싸운다. 학교도서관은 모두가 함께 이용하고 가꿔야 할 공간이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랑가나단 5…
[채 쌤의 샌드아트 교실] 꿈이 현실로! 모래로 예쁜 선을 그려요… (2018년 09월호) 294 hits.
모래는 작은 알갱이입니다. 하나만 있을 때는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점일 뿐이죠. 하지만 작은 알갱이들이 모인다면 선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모래를 이용해 선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래로 예쁜 선을 그릴 수 있다면, 상상했던 많은 일들이 가능해집니다. 자, 오늘도 저와 함께…
[말랑말랑 독서치료] 행복의 기준이 뭘까요? (2018년 09월호) 235 hits.
함께 읽기 2016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고혜진 작가의 『행복한 여우』는 완벽한 자신의 외모 때문에 행복을 느끼던 어느 여우의 이야기입니다. 붉은 여우가 그려진 표지를 보자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림이 너무 환상적이고 예쁘다며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에 관심을 …
[한 학기 한 권 두텁게 읽기] 책 속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기 (2018년 07+08월호) 1510 hits.
   지난 시간에 이어 아이들에게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를 연달아 읽어 주었다. 아래는 41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우는 케빈이 알려 주는 대로 스마트폰 앱 마당에서 돌싸움 앱을 내려 받았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을 뚫고 둥그런 돌이 수십 개 솟아났다. 하얀빛으로 감싸인 돌…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중국 여행 리플렛 만들기 (2018년 07+08월호) 884 hits.
수업 준비하기    우리 학교도서관에는 중국 관련 도서가 유독 많은 편이다. 모두 중국어 선생님의 관심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물론 사서교사가 주제별 장서의 균형을 고려하여 수서하지만, 교육목표의 달성과 교과과정의 지원을 우선으로 하는 학교도서관의 특성상 도서관 활용수업이 자주 이루어지는 과목과 …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