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칼럼 [김은하의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이미지 읽기가 왜 중요한가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18 21:04 조회 11,467회 댓글 0건

본문

 
 
김은하 독서교육 강사 및 프로그래머, 『영국의 독서교육』 저자
 
◆ 그림책은 글자를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읽는 책 아닌가요?
    아이가 어서 문고판 줄글 책을 읽었으면 좋겠는데요.
◆ 아이가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림책에서 글자만 읽고 그림은 잘 보지 않아요.
◆ 청소년이나 성인들은 그림책을 잘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 이미지 읽기는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그림책은 글을 잘 모르는 아이나, 글 읽기를 배우는 아이가 읽는 책이라고 여기는 분들을 여전히 현장에서 많이 만납니다. 이런 인식을 가진 분들은 아이가 글을 스스로 잘 읽으면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는 책이 그림책이고,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는 것처럼 글에서 그림을 떼는 것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글자를 줄줄 읽어서, 어서 그림의 비중이 적거나 그림이 없는 책을 읽기 바라지요.
실제로 도서관에 가 보면, 그림책은 어린이 서가에만, 그것도 영유아실에 집중적으로 꽂아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그런 도서관의 구조에서 고학년이나 청소년, 성인들은 그림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아예 갖기 어렵지요. 그림책을 거의 가져다 놓지 않는 중・고등학교 도서관도 있습니다. 사서교사가 그림책을 수서할 때, 동료 교사나 학교 관리자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부모나 교사가 ‘그림책〓글 못 읽는 어린이 책’이라는 믿음을 가지면 고학년 아이에게 그림책을 권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들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그림책을 낮은 연령대를 위한 쉬운 책으로 여겨, 그림책 읽기를 유치하다거나 무가치하게 여깁니다. 청소년이나 성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
‘읽는 능력’과 달리 ‘보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입니다. 그래서 글을 읽지 못하는 아기라도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글은 누군가 읽어 주어야 하지만 이미지는 스스로의 힘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이미지로 소통하는 그림책은 가장 적당한 책입니다. 그림책의 이미지가 글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보조적’인 기능만 한다면, 글을 잘 읽는 사람들은 굳이 그림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지가 글과 독립하여 독자적인 의미를 전달한다면, 혹은 글과 상호작용하면서 제 3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면 어떨까요? 이미지 읽기를 하지 않으면 책이 담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셈이 됩니다.
권윤덕의 『일과 도구』(길벗어린이, 2008) 중 한 부분을 살펴봅시다. 우선 글만 읽어 보면, 이렇습니다.
 
농장에 다 왔다!
연장 가지러 가자.
호미가 여기 있네, 쇠스랑도 여기 있고,
양이야, 네 이름 닮은 괭이도 여기 있다.
호미 들고 밭으로 가자.
 
글은 아이가 ‘양이’라는 고양이와 함께 농장에 연장을 가지러 와서 호미, 쇠스랑, 괭이를 살펴보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글만 읽으면, 아이와 고양이가 바라 본 연장은 몇 가지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그러나 그림을 살펴보면, 주인공 아이는 글에 담긴 연장보다 훨씬 더 많은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은 글에서 설명되지 않은 상황을 자세하게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은 농부의 일이 다양한 도구를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과 세워놓거나 서랍에 넣거나, 포개어 놓거나 걸어 두는 등 다양하다는 도구의 보관 방법이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일 정도로 낡았지만 쓰기 좋게 가지S런히 정리된 도구들을 보면 농부가 자신의 일과 일터를 아끼고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그림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더 풍부한 의미들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두 짝의 파란색 장화 옆에 조그만 장화가 눈에 띄는데, 부모의 일터를 드나드는 아이가 있는 가정인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창가의 거미나 일부러 키우지 않은 풀꽃과 덩굴도 가족처럼 정답고 자연스럽게 농장의 풍경에 녹아있습니다. 이 그림은 비단에 우리 민화의 밝은 색으로 그려져, 농부의 일과 도구를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끼게합니다. 더 나아가 작가의 이전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그림의 색감과 스타일을 통해 권윤덕의 작품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 안의 고양이가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권윤덕, 창비, 2005)속의 바로 그 고양이임을 눈치챌 수 있겠지요. 이처럼 그림은 글에 서 다 표현되지 못한 훨씬 더 풍부한 의미의 망을 넓힙니다.
위의 그림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른 그림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도구들이 녹슨 채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고, 거미줄이 드리워진 어두운 창고에 음산한 눈빛의 고양이와 성난 남자가 날 선 호미를 들고 있는 그림을요. 그리고 똑같은 글을 읽어 보세요. 그림이 달라지면 글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하게 글을 설명하지 않고 글과 상호작용하면서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글은 그림 속 많은 대상들 가운데 ‘호미’와 ‘쇠스랑’, ‘고양이’, ‘괭이’에 시선을 집중시키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림책론: 어린이 그림책의 서사 방법』(김상욱옮김, 보림, 2011)의 저자인 페리 노들먼의 설명을 빌리면, 글이 고정(ancrage)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즉 글은 독자의 시선을 그림의 특정한 부분에 고정하고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글을 들으면서 혹은 읽으면서 아이들은 호미와 쇠스랑, 고양이, 괭이를 그림에서 찾아보게 됩니다. 글 덕분에 그림의 특정한 부분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는 거지요.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고양이는 금방 찾겠지만, 나머지 쇠스랑이나 괭이 등 생소한 도구들을 그림에서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요. 읽어 주는 사람에게 묻기도 하겠고요. 글과 그림의상호작용은 이렇게 독자의 능동적인 활동이나 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에서 글만 따로 읽거나,그림만 따로 읽으면 의미와 미적인감동이 반감됩니다. 완성도가 높은 그림책일수록 글과 그림이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제3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지점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위의예처럼 그림이 글의 정보를 부연설명하는 경우도 있고(확장), 글에 나타난 움직임의 표현을 위해 한장면에 등장인물의 여러 동작을 순서대로 보여 주기도 합니다(연속그림). 사건을 글로 설명하다가 그 다음에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경우(교차전진)도 있지요. 사건을 주로 글로 진행하다가 마지막 결말을 그림으로만 표현하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그림을 읽도록 추동합니다. 결말의 힌트를 하나씩 그림에서 찾아가면서 아이들은 ‘알았다’는 미소를 보이기도 하고, 반전을 만나 크게 웃기도 합니다. 또한 글과 그림은 서로 반대되는 의미를 표현하기도 합니다(아이러니). 문학에서의 반어법처럼, 그림에서는 웃는 얼굴을, 글은 우는 상황을 묘사해 놓았다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마음을 표현한 거지요. 아이러니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기도 하고, 겉과 속이 다른 웃긴 상황을 즐기게도 합니다.◆1
 
그림책의 그림 정독하기
기호학에서는 그림책이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하여, ‘아이코노텍스트(iconotext)’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대표적인 아이콘(도상)이지요. 아이콘은 대상의 모습을 닮도록 재현하는 기호로 ‘^^’은 웃는 눈을 ‘ㅠㅠ’는 우는 눈을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에서는 글이기도 하고, 동시에 아이콘이기도 한 아이코노텍스트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김영욱은 박연철의 그림책에서 아이코노텍스트(iconotext)가 적절히 사용된 사례를 보여줍니다.◆2 『어처구니 이야기』의 속표지에는 제목 글자가 뒤집힌 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거꾸로 나타나는 글은 본문에 다룰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기대하게 합니다.

 

 
위의 그림은 박연철의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시공주니어, 2007)의 한 장면으로, 글이 과장되게 길어진 엄마의 팔을 따라 쓰여 있습니다. 엄마의 입에서 끝나는 문장은 글의 모양만으로도 이것이 아이를 향한 엄마의 날카로운 말임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작가는 화면의 중앙에 사선으로 화살처럼 글을 배치하면서 아이가 받는 두려움을 극대화시켰지요. 바닥에 보이는 “fragile”이라는 말 또한 깨져있는 유리의 “부서지기 쉬운”으로 풀이될 수도 있고, 동시에 혼나고 있는 아이의 “상처받기 쉬운”마음으로 풀이될 수도 있습니다.글이 그림처럼 그려진 것을 볼 수있습니다.
그림처럼 그려진 글, 글처럼 설명되는 그림은 독자에게 글을 읽는 것처럼 그림을 볼 때도 ‘읽기’가필요하다는 점을 자각시킵니다. 시각 이미지도 때로는 단순한 ‘보기’를 넘어 적극적으로 ‘읽어 내야’ 온전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이민자의 삶을 담은 숀 탠의 『도착』(사계절출판사,2008)의 한 장면입니다. 이 책은 글 없이 그림만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그림 왼편으로는 선반 위에 놓였던 가족사진을 정성스레 포장하여 마지막 짐으로 넣는 모습이 보입니다. 포개진 두 손의 주인공들은 오른쪽의 그림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사진 속의 부인과 남편임을 알 수 있지요. 이별을 앞둔 부부의 걱정스럽기도 애틋하기도 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이 장면에서 등장한 선반 위의 사진과 종이학, 지도 등은 이후 사건에 대한복선이 됩니다. 글을 읽듯 순차적으로 그림을 읽어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눈사람 아저씨』(마루벌, 1997), 데이비드 위즈너의 『구름 공항』(베틀북, 2012), 데청 킹의 『케이크 도둑: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라』(거인,2007), 우리 작가의 작품으로 류재수의 『노란 우산』(보림, 2007),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비룡소, 2009),이미정의 『흰곰』(아이세움, 2012) 등은 대표적인 글 없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적극적인 그림 읽기를 요청합니다. 글을 정독한다는 것이 글 표면의 의미뿐 아니라 글 안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듯, 그림의 표면과 그 너머의 의미를 읽는 것은 그림을 정독하는 것이 되겠지요. 어쩌면 그림책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독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갖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그림이 주는 색과 모양, 분위기와 감성, 시점과 배치, 그림의 재료 등이 주는 풍부한 의미를 읽어가는 것, 한 작가의 그림과 다른 작가의 그림을 비교하는 것, 그림 속의 상황과 감정을 나의 삶과 연결 짓는 것, 모두 정독하는 연습이 되겠지요.
시대와 문화를 달리하는 이미지 읽기의 어려움
 


우리는 그림책뿐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림을 단지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읽어야 할 상황을 만납니다. 위의 삽화는 E. T. 리드(Reed)가 그린 「펀치」의 1900년 6월 13일자 만평입니다.
성 안에서 방어적 동작을 취하는 용을 앞에 두고 무장한 사자와 곰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뒤에는 독수리나 강아지 등 다른 동물들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요. 이 둘의 대화는 이렇습니다.
러시아 곰: 넌 다른 데서 할 일이 많잖아. 내가 이 사나운 녀석을 처리할게.
영국 사자: 고맙지만, 네가 쟤랑 단 둘이 있게 해 줄 생각은 전혀 없어.
어린 아이도 이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림의 표면을 읽고 이 장면이 동물들의 힘겨루기를 보여 준다고 읽어 내겠지요. 그러나 이 만평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읽어 내야만 합니다. 그래야 각각의 동물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어떤 역사적인 상황을 다루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중국을 둘러싼 열강들의 세력
다툼을 보여 줍니다. 1900년에 중국에서 외세에 저항하는 ‘의화단 운동’이 발생했고, 이때 서구 열강은 연합군을 조직하여 중국을 무력으로 굴복시키고 자금성에 입성했지요. 열강들은 연합세력을 구축하였지만 서로 행사하기 위해 견제했습니다. 사자는 영국을, 곰은 러시아를 상징합니다. 뒤에는 연합군 일원들인 프랑스 푸들, 일본 용, 독일과 미국 독수리가 보이지요. 배경지식이 없는 글을 독해할 때 어려움을 겪듯이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문의 만평이나 사진, 시대와 문화를 달리하는 이미지들은 읽어내기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생활 속 다양한 시각이미지들의 의미 전달
 

그림책이나 신문 잡지 등 책 속의 이미지 외에도 우리는 시각 이미지로 된 정보를 생활 속에서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는 글보다 이미지일 때 훨씬 정확하고 간단하게 표현됩니다. 위의 인포그래픽은 2013년~2014년 서울역의 미세먼지 정도를 측정한 데이터◆3를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이미지입니다. 각 날짜의 대기오염도뿐 아니라 월별, 계절별 오염도가 지난 연도와 비교 가능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글이나 도표로 이 내용을 담는다면 이렇게 한눈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겠지요.
인포그래픽 외에도 지도, 그래프, 다이어그램, 표지판, 만화, 웹툰, 사진, 영상 등은 모두 이미지가 의미 전달에 큰 부분을 담당합니다. 다양한 이미지를 읽고 쓰는 건 아이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지요. 그래서 다음 호에서는 이번 호의 논의 바탕으로, 이미지 읽고 쓰기를 “시각 문해력(visual literacy)”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교육하는 국내외의 수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그림책의 그림과 글이 맺는 다양한 관계에 대해서 『그림책의 그림읽기』(현은자 외, 마루벌, 2004)을 참고 바랍니다.
◆2 박연철(2010). 전자매체 시대 그림책의 ‘그림 쓰기’와 ‘글 그리기’–아이코노텍스트 중심으로 살펴본 박연철의 창작 그림책들. 인문콘텐츠, 17, 447–473.
◆3 출처: 서울특별시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
http://data.seoul.go.kr/openinf/visual/popup/popvisual.jsp?seqNo=5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