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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은하의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 독서・토론・논술학원에 보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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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3-10 20:52 조회 8,91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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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독서교육 강사 및 프로그래머, 『영국의 독서교육』 저자

◆ 아이가 4학년인데 주변에서 독서·토론·논술학원이나 독서논술 학습지를 많이 하고 있네요. 책만 읽게 내버려 두지 않고 전문적인 독서 지도를 받아야 되는 건 아닌가 싶어요.
◆ 아이가 책을 저학년 때만큼 좋아하지 않고, 책을 읽고 나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책 읽기 때문에 아이랑 자꾸 실랑이하게 되는데, 독서논술 학원을 보내면 좀 나아질까요?
◆ 아이들이랑 책 읽기 모임을 하고 싶은데, 국어과 전공이 아니라서 독서 토론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독서와 사교육의 연관성
글을 읽거나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교교육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책을 읽고 나누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향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친교 활동이기도 합니다. 배움의 방법이자 취미활동으로서의 독서와 독서모임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돈을 내고 따로 배워야 하는 ‘사교육’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 데에는 독서이력 시스템, 논술 전형과 입학사정관제의 조합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독서와 구술면접, 논술시험이 직간접적으로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어린 초등학생들의 책과 관련된 경험마저도 바꾸어 버렸지요. 초등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과 논술은 ‘시 쓰기’나 ‘태권도’처럼 관심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과 후 활동이 아니라, ‘영어’나 ‘수학’처럼 사교육에 의존해서 필수적으로 챙겨 배워야 할 과목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입시생들이 단기간에 걸쳐 기출 논술 문제를 풀고 강의를 듣고 첨삭을 받는다면, 초등학생들은 장기간에 걸쳐 가정 방문이나 그룹 과외의 형식으로 수업을 받습니다. 독서논술로 유명한 대형 학습지 회사는 빠르게는 유치원 시기부터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입시가 아이들의 책 읽기 생태계를 ‘독서–토론–논술’이라는 특정한 대화 양식과 특정한 글쓰기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몰고 있습니다. 행여 조선의 과거시험 과목이었던 ‘제술과’가 부활되어 입시에서 ‘시’ 전형이 만들어진다면, ‘독서와 시 쓰기 학습지와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겠지요. 아이들이 숨 좀 쉬도록 ‘놀이’ 전형이라도 만들고픈 허무맹랑한 상상을 해 봅니다.
2015년부터 서울대가 입시에서 논술전형을 폐지한 여파로 벌써 상위 대학들은 줄줄이 논술전형을 폐지하거나 축소할 움직임이 보인답니다(<문화일보>, 2013.11.15). 독서와 논술이 입시와 덜 연관되면 필수적인 사교육 과목 명단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아이들의 어깨에서 짐 하나를 덜 수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교실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자기주장을 글로 쓰는 소중한 시간들이 후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생깁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수업에서 그나마 논술전형이 벌려 놓은 토론수업과 글쓰기의 틈이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객관식 사지선다형 시험 준비로 메워질까 봐 걱정됩니다.
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독서 토론 연수와 모임이 불씨를 잃지 않기를, 과목 간의 통합적 사고력과 글쓰기를 학교의 수업으로 끌어들이고 실험한 교사들의 통합논술수업 시도가 입시에 쓸데없다는 이유로 동력을 잃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소망합니다. 토론과 설득하는 글쓰기는 단순히 입시를 넘어서 ‘도그마에 휘둘리지 않는 자율적인 개인’이 되기 위해서 또한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의 힘을 갖기 위해 가르쳐야 능력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독서 동아리의 핵심적인 요소
학교의 수업 내에서든 수업 밖에서든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모임을 영미에서는 ‘북 클럽(Book Club)’이라고 합니다. 소설 등 문학작품을 위주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독서모임의 경우, ‘문학서클(Literary Circle)’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책모임’, ‘독서 동아리’, ‘독서모임’ 등의 이름으로 부르지요. 이 글에서는 편의상 ‘독서 동아리’라 부르겠습니다.
독서 동아리의 핵심적인 요소는 첫째, 독서 동아리에 참여할 것인지의 여부를 개인이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를 참여자가 정합니다. 친구들과, 이웃들과 독서 동아리를 만들 수도 있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같은 도서관이나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독서 동아리에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주로 집에서, 도서관이나 서점, 카페, 술집 등에서 비형식적이고 캐주얼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독서 동아리를 운영하기도 하지요. 도서 판매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TV 토크쇼의 북 클럽, 예를 들어,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북 클럽’이나 영국의 ‘리처드와 주디(Richard and Judy) 북 클럽’, 한국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등도 참여 여부에 완전한 자유가 있습니다. 독서 동아리는 국어 수업과는 달리 참여 여부가 개인의 자유에 맡겨져 있습니다.
둘째,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독서 동아리의 구성원들은 도서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국어나 사회 수업과 달리, 어떤 책으로 이야기를 나눌지 구성원들이 선택합니다. 아니면 역으로 주제 도서 목록을 보고 아이들이 참여 여부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교사나 도우미가 도서 선택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제안을 할 수도 있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구성원의 몫입니다. 다수의 연구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끌리는, 자신들이 고른 책에 대해 토론할 때, 더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토론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스스로의 관점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셋째, 비형식적인 열린 토론입니다. 독서 동아리는 수업과는 달리, 이미 주어진 학습목표를 갖지 않습니다. 국어 수업이라면 학습의 목표에 따라 문체를 다룰 것인지, 등장인물의 성격을 다룰 것인지, 주제가 무엇인지 등 배워야 할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독서 동아리는 구성원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 주목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토론이 가능합니다. 생각해 볼 거리나 토론 거리가 주어지지 않고, 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온전히 열려 있습니다. 따라서 국어 수업과는 달리, 같은 작품을 읽었더라도 동아리마다 각기 다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지요.
넷째, 구성원이 독서 동아리의 주요한 역할을 분담합니다. 학생들의 독서 동아리에서도 교사나 도우미는 독점적으로 사회를 보지 않습니다. 독서 동아리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초기에 진행 시범을 보여 주거나, 간단한 규칙을 만든다거나, 동아리 공간과 간식거리를 마련하는 등 촉진자로서 돕는 일에 한정됩니다. 독서 동아리의 구성원들이 번갈아 가며 사회를 보고 역할을 나누고 모임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의 독서 동아리에서는 모든 아이들의 참여와 기여를 위해 좀 더 세분화된 역할을 나누기도 합니다. 사회자, 토론 논제를 적는 사람, 새로 나온 어휘를 정리하는 사람, 사건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사람, 소설의 사회적 배경을 알아오는 사람 등의◆1 역할을 나누고, 참여자가 자기가 원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고릅니다.

◆1 Daniels, H. (2002). Literature circles: Voice and choice in book clubs and reading groups.
Maine: Stenhouse Publishers.



독서 동아리에 관한 책들
우리나라에서도 독서 동아리의 운영과 도서 선정 등에 도움을 주는 가이드북이 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어린이・청소년의 독서, 독서교육에 대한 셀 수 없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와도 아이들을 ‘독서 지도의 대상’이 아니라 ‘독서 모임의 주체’로 온전히 세운 책은 드물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인디고아이들, 궁리)는 부산의 인문학서점인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되었던 청소년 인문학 독서 동아리에 대한 소개와 독서 동아리 활동 결과물인 아이들의 글을 묶은 책입니다. 최근에 출간된 백화현의 『도란도란 책모임』(학교도서관저널)은 학교 안에서 아이들의 힘만으로 진행되는 다수의 자발적인 독서 동아리를 모색했던 이들에게 단비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자발적으로 결성되고, 자유롭게 주제 도서를 선정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독서 동아리의 사례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서 동아리의 전통이 오래된 서구의 경우, 독서 동아리에 관련된 책들이 다양합니다. 독서 동아리에서 선호하는 도서 목록과 토론 거리 아이디어를 보여 주는 책도 있고요. 다양한 독서 동아리, 예를 들어, 엄마와 딸 독서 동아리(Mother & Daughter Book Club), 어린이 독서 동아리, 청소년 독서 동아리, 노인 독서 동아리, 여학생 독서 동아리 등의 운영 방식과 조언, 추천도서를 제시하는 가이드북도 있습니다. 독서 동아리 운영 주체에 따라 도서관 사서를 위한 가이드북, 교사를 위한 가이드북, 부모를 위한 가이드북도 있습니다. 독서 동아리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주요 고전이나 도서에 대해서는 토론을 위한 가이드북이 따로 출판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저자 정보나 비평, 문체, 인물 분석, 토론 거리, 책의 배경, 문학적 비유나 상징 등을 담아 토론 아이디어를 주지요.
우리에게 가장 낯설고 흥미로운 가이드북은 독서 동아리 요리책입니다. 서구에서는 독서 동아리가 퇴근 후 집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서 동아리가 열리는 집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합니다. 어른들의 독서 동아리는 주로 와인과 치즈를 곁들여, 우리로 따지자면 맥주와 오징어를 곁들여 놓고 진행됩니다. 독서 동아리 요리책(Book Club Cookbook)은 간단히 집어먹기 편하고, 주제 도서와도 관련성이 있는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리쉬 빈민가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안젤라의 재(Angela’s ashes)』를 읽을 때는 아이리쉬 전통 빵을 곁들어 먹도록 요리법을 소개해 줍니다. 이 책에서 빵이 가지는 의미를 안내하면서요. 이러한 요리책은 서구에서 독서 동아리의 성격이 진지한 학술적 세미나보다는 친교를 위한 독서 동호회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공부가 아닌 경험으로써의
독서 동아리
위의 요소들을 고려해 보면, 대기업이 만든 독서논술 프로그램은 ‘독서 동아리’보다는 ‘국어 수업’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학교의 국어 수업과 다른 점은 다만 교과서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 도서를 이용한다는 점이지요. 교과서 없이 책으로 수업하는 서구의 국어 수업과 형식적으로는 비슷합니다. 독서논술 학원이나 학습지는 참여의 여부를 아이들이 온전히 정하기 어렵다는 점, 일정한 수업료를 지불한다는 점이 독서 동아리와 차별되는 지점입니다. 또한 독서토론 학습지와 학원에서 학생들은 도서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거의 갖지 못합니다. 이미 교과과정으로 정해진 주제 도서로 수업을 하지요. 대부분 주제 도서와 관련된 활동지나 글쓰기 노트 등이 한 세트로 만들어져 학생들에게 제공됩니다. 이때 활동지에는 토론할 거리가 무엇인지, 책 읽기 전에, 그리고 책 읽고 나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운영 교사에 따라 약간의 변주가 가능하겠지만, 현재 한국의 독서・토론・논술학원과 학습지 수업은 독서 동아리보다는 국어 수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서 동아리 활동이 중학생들의 읽기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에 의하면, ◆2 독서 동아리는 국어수업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읽기를 ‘공부(Academic Task)’가 아닌 ‘경험(Experience)’으로 바라보게 한답니다. 대부분 동아리라는 개념에는 수업과는 달리 타자와 어떤 공통된 활동을 함께하는 사교 모임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이 점은 특히 읽기를 꺼리는 독자들(Reluctant Readers)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또한 읽기를 꺼리는 아이들은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읽기를 잘하는 친구들과 섞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읽기 전략이나 읽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배우게 된답니다. 학교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도 독서동아리 활동 전보다 강하게 느끼고요. 독서 동아리는 아이들끼리의 친교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동아리에서 함께 상호작용하는 어른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책이 학교뿐 아니라 이를 넘어선 삶의 일부분이라는 관념을 갖도록 해 준다지요.
연구자들은 처음부터 책 읽기를 잘하고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독서 동아리의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읽기를 싫어하고 독서 동아리에 참여한 시간도 가장 적었던 아이들이 오히려 “더 많은 종류의 읽기 자료를 소개받았다.”, “독서는 나 스스로에 대한 좋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나는 평생 독자가 되고 싶다.”라는 항목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긍정적인 독서 태도는 5~6학년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떨어져 중학교 2~3학년에 최하가 되는데, 이 태도에 도움이 되려면 국어 수업을 보충하기보다는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독서 동아리에서의 상호작용은 학생들이 주제 도서를 선택할 수 있고, 나눌 기회가 많으며, 동료들이나 어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때 더 강화된다고 연구자들은 결론을 내립니다.

◆2 Whittingham, J.L. & Huffman, S. (2009). The effects of book clubs on the reading attitudes of middle school students. Reading Improvement, 46(3). 130–136.
◆3 최인자, 청소년 문학 경험의 질적 이해를 위한 독서 맥락의 탐구: 학교에서의 다양한 문식적 클럽들을 중심으로, 독서연구, 16, 2006.


청소년 독서 활동의
세 가지 맥락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어떤 양상과 맥락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질적 접근방식으로 연구한 최인자의 연구는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3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맥락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성취형, 아카데미형, 향유형 문식적 클럽이 그것입니다.
학교의 국어 수업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문학 독서 경험은 첫 번째 유형인 성취형 문식적 클럽의 특성을 띱니다. 여기서는 글에 대한 해석에 권위를 가지는 사람은 교사이며, 다른 구성원들은 이 해석을 받아들이는 사람이기에 폐쇄적인 의미 공동체입니다. 글에 대한 다른 해석이나 의견, 구성원의 개별적인 감상은 의미 구성에 불필요한 ‘잡생각’이 되지요. 상호작용 또한 교사가 설명하고 구성원은 듣고 필기하며, 교사가 질문하면 구성원이 답하는 양식입니다. 구성원들의 응답 책임감은 높았지만 이는 교사–학생의 상호작용에 국한되고, 학생들 간의 횡적인 상호작용은 별로 없습니다. 상호작용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교사의 질문에 누가 가장 정확하게 답할 것인가 입니다. 따라서 회원들 간의 사회관계는 적절한 답변을 향한 경쟁적인 성격을 띱니다. 수업 맥락에서 나타나는 성취형 문식적 클럽은 교과서의 진도와 상위학교 입학시험과 학교의 지필고사 준비를 위해 학교 전체에서 정해진 상황이기에, 권위자인 교사마저도 이 맥락에서는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학생들은 성취형 문식적 클럽의 구성원일 때, 스스로 글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려는 노력을 가능한 배제합니다. 어떤 구성원의 경우에는 교사의 해석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수용하는 척하는 이중적인 전략을 쓰기도 한답니다. 이 맥락에서는 교사가 제시한 해석을 그 전에 배운 바와 연결하여 지식을 확장하고 성취를 높이는 데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다음으로 아카데미형 문식적 클럽으로 구분될 수 있는 맥락은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운영하는 독서 동아리 활동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가 관찰한 학교의 경우, 교사가 주제 도서와 독후활동 등을 정하여 독서 동아리를 만들고, 이를 원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독서 동아리의 맥락에서 글에 대한 의미의 구성은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해석이나 느낌,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했습니다. 최종적 해석을 도출하거나 전통적인 해석에 기대지 않아도 되기에 다른 구성원의 의견이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오히려 새로운 의견과 평가가 환영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비판적인 성격을 띱니다.
또한 서로의 질문과 응답에 대한 책임감은 높지만 경쟁적이기보다는 협동적입니다. 이는 성적, 논술, 성취라는 외적인 보상 때문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한다는 유대에 대한 보상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독서 후 활동도 토론과 논술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말하기와 글쓰기로 학생들의 감상을 표현하게 합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 또한 수업상황과는 달리, 개인적 자아를 드러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석한다’가 아니라 ‘난 이런 것 같다’는 식으로 권위를 버린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표출합니다.
마지막으로 향유형 문식적 클럽은 또래 집단 맥락에서의 문학 독서 경험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학교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특정한 소설, 즉 일본소설이나 판타지, 만화 장르를 돌려 읽는 그룹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문식적 클럽은 형식을 갖추지는 않으나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도서를 선택하고 의미 구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독서 동아리의 성격을 공유합니다. 작품에 대한 어떤 해석도 받아들여지기에 새로운 해석을 표출하더라도 위험도가 낮습니다.
단 어른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장르의 독서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은밀하게 돌려 읽고, 이러한 은밀한 몰입을 공유하는 데에서 유대감을 느낍니다. 공식적인 모임이라는 구심점이 없고, 서로의 질문과 응답에 대한 책임감이 낮기에 의미의 생산과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권위에 대한 전복과 상상력, 웃음이 의미 구성의 핵심적인 요소이고, 오히려 지나치게 진지한 해석은 ‘썰렁하다’거나 ‘머리 아프다’며 감정적으로 배제되기도 합니다. 향유형 문식적 클럽은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학교생활에서 권위적인 세계와 대치하는 자신들만의 책 읽기 세계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개인적인 읽기 체험을 사회적인 체험으로 만드는 나눔은 특정한 독서지도 능력을 갖춘 사람의 지도 형식이 아니라 아이들 간의 독서 동아리로도 가능합니다. 위의 연구에서 본 바와 같이 아이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동력으로 하는 독서 동아리는 글에 대한 학생들의 의미 생산과 공유를 지지하며, 외적인 성취와 무관하게 읽기의 내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특히 읽기를 꺼려하는 아이들에게 읽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다주는 효과를 가집니다. 특정 장르소설과 만화 읽기의 향유형 독서 동아리도 당당히 읽고 비평할 수 있게 공식적으로 멍석을 깔아 준다면 의미를 공유하는 모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판타지 소설, 만화, 추리 범죄물 독서 동아리는 가장 인기 있고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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