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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은하의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만화책, 좋아한다고 계속 보여줘도 될까요? - 만화 독서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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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6 20:33 조회 9,49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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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유난히 많이 읽는 우리나라 아이들
“아이들이 만화를 너무 좋아해요. 만화책으로 한자에도 흥미 붙이고, 역사, 과학 지식도 뭔가 배우는 듯해서 계속 사주었는데, 어느덧 아이가 만화책만 좋아하고 글로 된 책을 주면 잘 안 읽으려고 들어요. 계속 만화책을 읽혀도 될까요?”
이번 호에서는 왜 아이들이 만화를 쉽게 읽는지, 만화가 주는 읽기 자료로서의 특징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만화는 아이들의 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른들은 아만화책을 유난히 많이 읽는 우리나라 아이들
“아이들이 만화를 너무 좋아해요. 만화책으로 한자에도 흥미 붙이고, 역사, 과학 지식도 뭔가 배우는 듯해서 계속 사주었는데, 어느덧 아이가 만화책만 좋아하고 글로 된 책을 주면 잘 안 읽으려고 들어요. 계속 만화책을 읽혀도 될까요?”
이번 호에서는 왜 아이들이 만화를 쉽게 읽는지, 만화가 주는 읽기 자료로서의 특징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만화는 아이들의 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른들은 아이들의 만화 읽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화 독서에 대한 질문은 현장에서 가장 받은 많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대답이 어려운 이유는 학계에서 만화 독서에 대한 연구가 걸음마 단계라서 아직 총체적인 연구가 축적되지 않았고, 또한 만화 독서량이 너무 많은 현상을 고민으로 가진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만화를 읽고, 많은 양을 읽는 나라는 동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 특수한 현상이라서 연구 자체가 많지 않고 주로 학습만화의 교육적 활용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이나 도서관의 어린이실에 방문할 때면 이곳 아이들은 무슨 책을 읽나 곁눈으로 훔쳐봅니다. 어디를 가든 초등학생에겐 만화책이 압도적입니다. 만화책은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붙잡고, 대출 빈도도 가장 높으며, 판매 부수도 높은 책이지요.1 2011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은 소설 (17.7%), 학습용 만화 (17.4%), 오락용 만화 (15.1%)를 읽는다니, 만화의 비중이 수치상으로도 매우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2

지금은 만화책을 소장용으로 구입하고 도서관과 가정의 서가에 꽂아 두는 시대에 살지만, 만화책이 불량식품과 동급으로, 만화방 출입은 오락실 출입인 양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54년 심리학자 프레드릭 워덤Fredric Wertham이 『순수에의 유혹』에서 만화는 아이들 독자에게 유해하고 비행을 야기한다고 주장한 이후, 미국에서는 만화책이 공개적으로 불태워지고 만화책에 대한 검열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화책 화형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992년에 만화로는 최초로 『쥐』(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섭 옮김, 아름드리, 2007)가 퓰리쳐 상을 수상하기까지, 만화는 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가벼운 책, 양서의 개념과는 먼 책으로 여겨졌습니다. 현재 한국의 학부모와 교사, 사서 들은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던 바로 이 시기에 대부분 학창시절을 보냈지요.

만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금기를 주입했던 학창시절의 가르침과는 달리, 초등학교 학부모의 대다수는 만화 독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습만화가 학교 수업, 정보 획득, 정보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학습만화의 독서가 일반 독서로 확대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학생의 79%, 학부모의 68.5%가 긍정적인 대답을 했습니다.3

읽기 자료로서의 만화가 가진 특징들 그러면, 아이들은 왜 만화에 빠져드는 것일까요?
우선, 만화는 글과 그림이라는 두 가지 양식를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습니다. 글은 문자라는 하나의 양식만 이용합니다. 지난 호에서 썼듯이 글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문자라는 임의적인 약속, 즉 돌처럼 생기지 않아도 ‘돌’이라고 쓰는 약속을 알아야합니다. 이는 임의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약속의 규칙을 배워야만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돌처럼 생긴 모양의 돌 그림은 배우지 않아도 생활세계에서 만난 경험만 있으면 즉각적으로 알 수 있지요. 그래서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그림책과 만화의 그림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만화는 독자에게 글과 그림, 이 두 가지의 정보를 함께 주기 때문에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요.

지난 호에서 예를 들었듯이,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글로만 주면, 어린 아이들은 문장을 소리 내어 읽기는 하지만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2등만 아니면 모두 기억한다’고 대답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1등의 이름이 크게 씌어진 상장을 들고 있는 장면, 2등부터 3, 4, 5등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면, 1등의 이름만 대서특필된 신문이 나온 장면, 사람들이 1등의 이름만 연호하는 장면 등을 만화로 보여주면, 아이들은 이 문장의 뜻을 쉽게 유추하게 됩니다.

만화뿐 아니라 그림책도 글과 그림의 양식을 두 가지 동시에 보여줍니다만, 그림책은 대개 한 페이지에 씌어진 글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 장면을 정지된 화면처럼 크게 보여줍니다. 반면, 만화는 한 페이지에 글을 칸으로 잘라서 연속적인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그림책의 그림은 글의 어느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알려주지 않지만, 만화의 그림은 같은 칸에 들어 있는 글과 대응합니다. 글과 그림이 훨씬 더 친절하게 상세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루어진 연구로, 알카리성 식품에 대한 지식을 한 집단에서는 만화로, 다른 집단에서는 글로 읽게 한 뒤 일주일 후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검사했습니다. 내용을 만화로 이해한 집단이 글로 이해한 집단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사토라는 학자는 일본의 고전문학을 내용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요. 결과는 만화로 읽은 아이들이 글로만 읽은 아이들보다 등장인물의 사고와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답니다.4

만화는 대사, 생각, 느낌이 대개 구어체로 표현됩니다. 문어체와는 달리 구어체는 비교적 길지 않은 문장으로, 일상의 표현들을 주로 담으며, 리드미컬한 특성이 있지요. 따라서 정보전달력이 높습니다. 반면, 이러한 속성 때문에 만화 읽기를 많이 하면 긴 호흡의 복잡한 문장을 두렵게 하거나, 일상어와 짧은 문장으로는 표현되기 어려운 깊이 있는 내용은 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함축적인 시와 같은 만화책,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는 철학 만화책 등 다양한 깊이와 형식을 가진 만화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어떤 만화책을 읽느냐가 문제일 듯합니다.

쉽고 재미있는 만화책, 독서 흥미와 동기 높아
둘째, 만화의 재미는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동기를 갖게 합니다. 재미라는 미덕은 읽기 전부터, 그리고 읽는 과정에서도 읽기에 대한 부담을 줄여줍니다. 감히 읽어보려고 덤비도록, 책을 손에 쥐게 하고, 책장을 넘기고, 반복하고 싶은 동기를 줍니다. 특히 만화 특유의 과장과 상상력, 분위기 전환을 위한 유머, 언어유희5는 만화를 재미있게 느끼도록 하지요.
실제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학습만화를 읽는 이유를 지식, 상식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52.1%), 재미있어서(41.8%)라고 응답하고 있습니다.6 중학생들이 학습만화를 읽는 까닭 또한 남녀 모두 재미있기 때문에(54.17%), 나에게 도움을 주니까(22.92%), 시간을 보내기 위해(17.36%), 친구들이 보니까(5.6%)로 나타났습니다. 독서의 효과를 물었을 때도 재미를 준다(50%)가 가장 높고, 지식과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상상력을 쌓게 해준다, 수업에 도움을 준다, 교훈을 준다는 응답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도서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일반도서를 피하는 이유가 재미가 없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글 내용이 너무 많아 읽기 귀찮다 등7, 재미는 아이들이 책을 선택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입니다.

만화에 대한 높은 읽기 동기를 설명하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2002년 일본의 5학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일정한 산수 문제의 답을 틀린 아이들을 위해 문제의 원리를 설명하는 자료를 세 가지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교과서 양식의 자료로, 두 번째 집단에는 만화의 양식으로, 세 번째 집단에는 글만으로 만든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다시 시험을 보았을 때, 글 자료를 읽은 아이들보다는 만화 자료를 읽은 아이들이 더 잘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게 된 아이들은 다름 아닌, 주요 개념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제시한 교과서 양식으로 정보를 받은 아이들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아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교재가 무엇인지, 가장 이해하기 쉬운 교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을 때, 만화 교재가 가장 많이 선택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교과서 양식이 실제로는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만화 교재에 대한 높은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거지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중3, 고1 학생에게 뇌에 대해 설명하는 교과서식 자료(글과 그림)와 만화자료를 읽게 했을 때, 교과서 양식의 자료를 읽은 집단이 내용을 더 잘 기억해냈습니다. 같은 실험을 초등학교 6학년에게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교과서 자료를 읽은 집단의 성취도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 초등학생들에게 자료가 얼마나 흥미 있었는지, 그리고 내용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라고 묻자, 만화를 읽은 집단이 교과서 자료를 읽은 집단보다 자료에 대한 흥미도 높았고, 내용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초등학생들이 만화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유머스러운 장치에 몰두해서 실제 중요한 정보의 습득을 방해한8 것이 아닌가 하고 해석합니다.

또한 스스로의 내용 이해도에 대한 착각, 즉 만화를 읽은 집단이 교과서적인 글을 읽은 집단보다 내용을 더 잘 이해했다고 스스로 판단했지만, 실제 이해도는 낮았던 것을 보면, 알지 못하지만 알고 있다고 착각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단 연구자도 한계로 밝히고 있듯이, 만화책에 대한 독서 동기가 높기 때문에, 만화책을 반복적으로 읽는다면 학습의 성취도는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반대로 같은 내용을 반복하거나 확장하거나 이후의 노력이 없다면 건성으로 알고도 잘 알고 있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화 주인공과 동일시하며 공부 스트레스도 풀고
셋째,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들은 독자들이 주인공을 학습자에 동일화하기 쉽도록 형상화됩니다.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는 논픽션 장르지만 모험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의 양식을 빌려 전개되기 때문에, 등장인물과 사건이 있습니다. 인기 학습만화를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등장인물은 주인공과 전문가, 조력자로 구성됩니다. 주인공은 호기심 많고 실수도 연발하지만 명랑한 아이로, 어린이스러움을 강조하는 3~4등신의 인체 비례를 갖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주인공에게 주제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친절한 어른이며, 조력자는 주인공을 도와 모험을 함께 하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아직 아는 것이 별로 없는 평범한 나 같은 주인공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아이들로 하여금, 주인공과 스스로를 동일시하게 만듭니다.9 미국의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초능력자 영웅 주인공에게서는 이런 유사성을 찾기 힘들지요.

넷째, 만화는 학업 성취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동아시아의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안적인 오락을 제공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10 학교 공부뿐 아니라 학원 등으로 공부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야외에서 놀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지요. 스케줄 틈틈이 혼자 놀면서 휴식을 취합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주로 글을 위주로 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문제집이든 교과서든 교재든 하루 종일 글을 상대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글 책보다는 만화책 읽기를 여가의 매체로 선택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화책은 아이들의 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면, 아이들의 만화 독서는 일반적인 글 책 읽기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일본의 4, 6, 8학년(우리의 중학교 2학년) 학생 1,25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열성적으로 만화를 읽는 아이들은 유치원 이전부터 읽기 시작했고, 보통의 만화 독자는 1, 2학년부터, 무관심한 독자는 3학년 이후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만화를 접한 시기가 어릴수록 만화에 대한 독서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요. 만화에 무관심한 아이들 집단은 교과서를 읽는 비중이 높지만, 특별히 다른 집단에 비해서 일반 책을 많지 읽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나서, 만화책 읽기가 일반책 읽기를 막는다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11

우리나라의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성장 시기별로 일반책과 만화책의 독서량을 비교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초, 중, 고, 대학 재학시의 일반도서 독서량은 서로 대단히 높은 상관관계를 맺습니다. 또한 초등학교의 만화 독서량은 중학교 만화 독서량과 높은 상관이, 대학 및 고등학교 만화 독서량과도 상관이 있답니다. 초등학교 시기 특정 장르의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은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12 여고생에게 같은 검사를 한 결과도 비슷하게,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자료에 대한 독서량이 많을 경우, 다른 시기에도 같은 종류의 자료에 독서량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는 고등학교 시기의 일반도서에 대한 독서량은 중학교 시기 일반도서과 만화의 독서량에 상관관계가 높고, 중학교 시기의 일반도서에 대한 독서량은 초등 시기 일반도서와 만화의 독서량과 상관관계가 높답니다. 만화의 독서량이 이후 일반 독서량을 줄이지 않는다는 결과이지요. 어렸을 때부터 읽어왔던 책과 같은 장르의 책을 이후에도 많이 읽을 가능성이 높지만, 만화든 일반도서든 읽기의 양이 많으면 이후의 일반도서 읽기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13

아이들의 만화 읽기를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
이상의 연구들은 만화가 ‘학습’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읽기에 대한 동기와 지속성을 주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를 학습 매체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야만 좋다는 강박을 드러내고, 만화 장르가 독자에게 줄 수 있는 풍부함을 놓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만화 독서에서 우리의 연구가 그리고 우리의 교육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영역, 주의를 좀 더 기울여야 할 영역은 만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다중문식성(multiliteracy)’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문자뿐만 아니라 의미를 전달하는 다양한 양식의 기호들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류의 지적·문화적인 자산이 ‘문자’라는 정보기록 양식으로 대부분 남겨졌기 때문에,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가장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사회에서 정보가 기록되고 표현되는 양식은 훨씬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만화는 글과 더불어 그림으로 의미를 전합니다. 만화에서 읽는 글이 글자, 정확히 말해서 글자의 의미이기만 할까요? 글자의 크기, 글자체, 진하기, 기울기, 배치, 색깔, 간격 모두 어떤 의미를 전달합니다. “정말?”이라는 대사가 어떤 모양과 크기의 말풍선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감정과 소리의 크기와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만화의 칸(panel)의 크기, 모양, 간격, 만화의 배경 패턴, 만화적인 기호들(예: 당황스러움을 표현하는 인물 위의 빗금이나 땀 모양)도 마찬가지로 시각적인 양식으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글과 그림 이 두 가지를 얼마나 작품의 주제나 의도에 맞도록 세심하게 배치하느냐, 작가만의 세계와 스타일이 창의적으로 드러나느냐는 만화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척도가 됩니다. 그러나 박인하의 지적대로, 현재의 우리 아이들은 3단 정도로 평이하게 나뉘어진 칸에, 단순한 선과 표현으로 그려지고, 표준화된 컬러로 재빠르게 입혀진 무개성의 만화들을 주로 읽고 있습니다. 하청을 주어 여러 명이 완성하기 쉽게 하느라 작가의 개성도 찾기 어렵습니다.14

만화에서 학습이라는 강박을 덜어내고 70~80년대 명랑만화에서처럼 아이들의 삶과 유머를 담아내는 것, 글과 그림의 조화가 창의적인 학습만화를 만들어내는 것, 좋은 어린이 만화책 작가를 지원하고 발굴해내는 것, 표현 기법과 주제와 형식이 다양한 만화가 더 생산되고 소개되고 읽혀지는 것, 만화책에 대한 리뷰가 더 많이 다양하게 씌어지고, 아이들과 학부모와 교사, 사서들에게 소개되는 것, 만화를 이용한, 만화에 대한 본격적인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 어른들의 첫발자국은 만화를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끌어와서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것이 되겠지요.

1) 2011년 콘텐츠 산업통계를 살펴보면, 인쇄물로 만들어지는 만화 가운데, 어린이 학습만화가 전체 만화출판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2) 문화체육관광부(2011). 2011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서울 : 문화체육관광부. 54.
3) 이종문(2012). 학습만화에 대한 초등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분석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43(2). 227-246.
4) Koto & Kogo(1998)와 Sato(1998)의 연구, Nakazawa, J.(2005). Applied Development Psychology: Theory, Practice, and Research from Japan. 23–42에서 재인용.
5) 류반디(2011). 만화의 독서 효용성에 관한 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 22(2). 123–139.
6) 백진환, 한윤옥(2011). 학습만화 독서지도 및 효과에 대한 실행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 22(4).213–229.
7) 최영임, 한복희(2009). 학습만화를 활용한 효율적인 독서지도 방안. 한국문헌정보학회지. 43(1). 251–270.
8) 최준열, 박주용(2012). 학습만화는 글보다 기억을 향상시키는가?. 교육심리연구. 26(1). 307–325
9) 강현주, 정현선(2009). 학습만화 『초등과학 학습만화 WHY? 시리즈』와 『살아남기 시리즈』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독자인식에 관한 연구. 독서연구. 21. 163–202.
10) Allen & Ingulsrud(2003). Manga Literacy: Popular culture and the reading habits of Japanese college students. Journal of Adolescent & Adult Literacy, 46(8). 674–683.
11) Akashi(2004). Nakazawa, J.(2005). Applied Development Psychology: Theory, Practice, and Research from Japan. 23–42.에서 재인용
12) 이승채(2007). 성장시기별, 자료별 독서량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38(2). 147–164.
13) 이승채(2008).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장시기별, 자료유형별 독서량 간의 상관관계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39(4). 445–460. 그러나 이 두 연구는 실제 독서량이 아닌 기억에 의존한 독서량이기 때문에, 실제 장르별 독서량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친 종단연구가 필요하다.
14) 박인하 (2004). 어떤 어린이 만화를 읽힐 것인가. 초등 우리교육. 12월호. 10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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