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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허하라]교과서와 학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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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6:52 조회 7,5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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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란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이며, 수단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실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교과서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교과서 신앙’(츠지모토 마사시, 『일본인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知와 사랑, 2009)이라 부르는데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만약 교과서 없이 수업을 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실제로 그랬으면 좋겠다!). 아마 ‘교과서 신앙’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요샛말로 ‘멘붕’에 빠질 것이다. ‘모든 학생이 같은 시기에, 같은 책으로, 같은 질문에 답하며 공부해온’ 이 땅의 교육계는 뿌리부터 흔들린다고 아우성칠 것이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선진국 가운데에는 교과서 없는 나라가 분명히 있다. 영국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국어 시간에 장편동화『찰리와 초콜릿공장』을 교재로 쓴다. 중학생들은 미리 줄여서 정리해 놓은 교과서 대신에 셰익스피어 원작을 읽는다고 한다(김은하, 『영국의 독서교육』, 대교출판, 2009). 우리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고전과 원작 들을 정해 놓은 채읽지 못한 죄책감을 평생 지니고 산다. 그러나 그들은 수업시간에 ‘진짜 책’[존 테일러 게토는 『교실의 고백 』(민들레,2006)에서 “도서관은 학교용 교과서가 아니라 진짜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함]을 읽고 토론한다.

교과서가 없는 학교를 좀 더 상상해 보자. 우선 교사들이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진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많은 진짜 책들을 구입하기 어려워 학교도서관을 찾아가 본다. 아뿔싸! 도서관에 책이 없다.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라 찾아간 도서관 문 앞에서부터 답답해진다. 교감 선생님께 제발 도서구입비를 늘려 달라고 강하게 요구한다. 아울러 수업 준비를 위해 책 전문가인 사서교사를 빨리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다. 당장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다음 주 수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올까? 숙제를 더이상 인터넷 검색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요약본이나 족집게 도사들이 정리해 놓은 참고서를 굳이 볼 필요도 없다. 학교도서관에 가서 진짜 책을 찾아 읽고 수업 시간에 자기 생각을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도서관엔 찾는 책이 없고, 진짜 책을 안내해줄 사서선생님도 없다. 학생들은 도대체 교장 선생님이 학교 예산을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궁금해진다. 급기야 학생회를 통해 사서교사를 배치하고 진짜 책을 구입하는 예산을 늘려 달라고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비록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학교도서관 문제(사서교사 배치, 도서구입비 증액)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그러나 어쩌랴! 이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과서 신앙’ 체제에서는 대부분의 교사나 학생 들이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배치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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