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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동갑내기 교사의 좌충우돌 통합교과 도서관활용수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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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8:05 조회 7,6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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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 0 9 년 1 1 월 5일
사서교사 - 대구학교도서관연구회에서 만나 도서부 연합 문학기행을 떠나곤 했던 국
어선생님이 이제는 장학사가 되셔서 전화를 걸어오셨다.
“그 학교, 도서관활용수업은 어때요?”
“그건 제가 혼자 잘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요즘 신종플루 때문에 난리인데, 학
교에서 도서관활용수업 하라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당할 거예요.”
궁색하기도, 그럴싸하기도 한 변명이었다. 하지만 장학사는 국어-사회 또는 국어-과
학이 연계된 도서관활용수업의 소재를 생각해 보라며 ‘통합 교과 도서관활용수업’이라는
신기한 사인을 내리고, 전화를 끊으셨다.

사회교사 - 바쁘기 그지없는 목요일 5교시 후 쉬는 시간. 수업도 가장 많은 날, 가장 지
쳐가는 시간이다. 장학사님께 전화가 왔다. 사실 교육청 일로 몇 번 뵌 적밖
에 없는데, 잊지 않고 전화를 주신 것이다. 그런데, 일개 초짜 교사에게 왜
전화를 하신 걸까? 금세 불안해졌다.
“허허허허허, 수업 하나 합시다!”
오 마이 갓! TV 속 멘트가 뇌리를 스쳤다. 속으로 “전 매일 수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말
하고 싶었으나, 나도 모르게 그만 “네!!”
“허허허허허, 다시 연락 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는 끊기고, 한참을 뚜뚜 하는 신호음만 듣고 있었다.

2 0 0 9 년 1 1 월 1 1 일
사서교사 - DLS 도서원부에서 주제 분류 300-399를 선택하여 엑셀로 저장했다. 300번
대 도서 목록을 보며, 사회교과서 목차를 보고, 또 국어교과서 목차를 살폈다.
『우리는 참여와 행동을 통해 민주주의로 간다』, 『아름다운 참여』, 『아름
다운 교육실천 사회참여 체험교육』,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
어왔다. 2학년 사회 <Ⅴ. 현대사회와 민주 시민>의 <(1) 시민 사회와 시민의 참여>, 3학년 사
회의 <Ⅰ. 민주 정치와 시민 참여>의 <3. 정치 과정과 시민 참여>와 3학년 국어의 <3. 소설과
사회>를 함께 공부하면 어떨까 싶다.
몇 년간 그토록 외쳐 오고, 교과교사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변명만 했던 ‘도서관활용수
업’이지만, 숨이 차도록 버겁게 다가온다.

사회교사 - 전화를 받은 후 며칠째 잠도 오지 않고, 식욕도 없고, 바쁘기는 매 한 가지고,
일 하나 더 늘었을 뿐이고.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정면으로 부딪쳐 보자. 사서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 그리고 나,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못할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이를 악문다.

2 0 0 9 년 1 1 월 1 2 일
사회교사 - 세 교사가 모여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 주제를 ‘책으로 읽는 참여, 책으로 써보는 참여’로 설정하고, 책을
통해 폭력, 환경, 빈곤, 인권, 교육, 평화와 관련한 사회 문제를 엿보고, 이러
한 문제점에 대해 UCC, 보도자료, 선언문, 시, 소설, 공익광고 제작의 여섯 가지 방법으로
‘참여’를 몸소 실천해 보고, 이를 책의 형태로 엮어 발표하는 과정을 3차시에 걸쳐 수업을
하기로 했다.
수업 시간은 두 교과 교사가 함께 담당하는 학반이 겹치지 않고, 시간표 변경의 어려움
으로 인하여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다음 주에 2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게 될 3
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급 인원과 유사한 36명 내외의 희망 학생을 접수받기로 했다.

사회교사 - ‘참여’라는 주제에 대해 진지한 얘기가 오갔다. 참여. 좋은 말이다. 학생들
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그리고 교실에
서 끝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그리고 뭔가 부
족했던 속마음을 채울 길이 도서관활용수업에 있을 것 같다. 수업의 윤곽을 정하다 보니
차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2 0 0 9 년 1 1 월 1 3 일
사서교사 - 각 차시의 구체적 수업 내용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1차시에 사회문제와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고 내용을 분석하여 사회 문
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참여 방법을 선택하게 할 것이다. 시간이 부족
할 것만 같다. 아예 설정한 여섯 가지 주제 사회 문제와 관련한 자료를 주제별로 바구니에
미리 담아두는 것이 좋겠다. 3학년이니 서가에서 책을 찾는 정도는 넘어가고, 필요한 정보
를 단행본 안에서도 빠르게 찾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포
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넣기 전에 책속에서도 고급 정보를 충분히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2차시는 UCC, 공익광고, 보도자료, 선언문, 시, 소설 여섯 개의 ‘참여’ 방법으로 참여를
실천해 보는 시간으로 정했다. 여섯 가지 주제와 여러 가지 참여의 표현 방법을 직소 모형
을 적용하여 각 주제별로 두 개 이상의 표현 방법을 통해 참여를 표현해 볼까 고려해 보았
지만, 욕심을 조금 줄여 한 주제에 하나의 표현 방법만을 통해 참여를 실천해 보는 것으로
정하였다. 세 명의 교사가 여섯 개의 ‘참여’ 방법 중 두 가지 방법씩 담당하여 학생들이 책
을 통해 표현 방법을 익히는 것을 돕고, 참여를 표현하여 책으로 엮는 과정에 도움을 주기
로 했다.

사회교사 - 사실 한편으론 성격도 과목도 다른 교사가 둘도 아닌 셋이 모였으니 잘 해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도서관활용수업 자체도 생소해 버겁기 짝이
없는데 사서 선생님과의 협동 수업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야 하는 건지. 심
지어 세 교사의 수업 중 위치, 시선, 동선까지 아이들의 집중력을 해치지 않을지 걱정이 되
기도 했다. 통합 수업이지만 누군가는 수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국어를
좀 더 부각 시켜야 하나? 아니다. 그래도 수업 주제가 ‘참여’인데 사회 교사인 내가 주도해
야지!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통합은 교과서 하나에 서로 다른 교과 내용을 단순히 섞어 놓은 게 아니다. 그리고 통합
교과 수업은 서로 다른 교사가 서로 다른 수업 내용을 가르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아니다. 내용 요소들이 주제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고, 교사들이 듣기 좋은
화음을 내듯 자연스러운 수업 진행이 되어야 한다. 통합 교육과정을 추구하고 있으나 실제
교과서는 내용 요소간 별다른 연계 없이 대부분 가뭄에 땅 갈라지듯 나뉘어져 있다. 교과
목별로 서로 연계된 수업을 엄두도 못내는 현실 또한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도서관활용수
업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려 줄 것 같다. 그리고 세 명의 교사들이 좋은 화음을 내도록 이
끌어 줄 것만 같다.




2 0 0 9 년 1 1 월 1 6 일
사서교사 - 주제를 여섯으로 나누어 모둠별로 관심 주제를 분산시킨다 해도 한 주제에
여섯 권 이상의 단행본을 찾는 것도 힘이 든다. 순수 사회과학 도서는 차치
하고, 문학류에도 분명 여섯 가지 주제와 관련한 내용이 녹아 있는데, 이를
주제별로 찾아 리스트로 만들어 내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 방방곡곡 사서 선생님들께 여섯
가지 주제, 또 이에 대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대대적으로 쪽지를 보내 도움을 얻었다.
그러나 또 두어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하나는 이 책들이 우리 도서관에 없는 경우로, 긴
급히 구입했다. 다음은 학생 한 명당 적어도 두 권 이상의 단행본을 빠르게 훑어보고 자신
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게 하고 싶은데, 이것조차 쉽지 않을 것 같다. 인근 학교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통해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상호대차. 대학 및 연구도서관 뿐 아니라, 학교도서관에도 정착되어야 도서관활용수
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다. 또 도서관활용수업이 진정으로 활성화되려면, 교
육과정에 맞는 장서 구성을 위해 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 아직도 갈 길
이 멀구나.

사회교사 -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이라 우리가 원하는 수업에 정작 현실 여건이 뒷받침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업이야 진행하면 된다지만 사서 선생님이 필요
한 자료를 기한 내에 모두 구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제일 시급한 것은 수
업에 쓰일 책들이다. 여러 해를 거치면서 도서관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 할지라도 여러
교과에 필요한 다양한 책들이 수업 요구가 있을 때마다 모두 갖추어져 있으리라고는 생각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서관에 있는 책들에 맞춰 수업을 해나가야 한다면 수업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깊은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나다. 도서관활용수업이 사전 계획 속에
이루어졌다면 수업 전에 필요한 책들을 파악하고 도서관을 통해 미리 신청하면 되었을 것
이다. 학기 초마다 사서 선생님이 교과별로 필요한 책을 신청하라고는 했지만 등한시한 것
이 사실이다. 만약 그러한 작업이 한 두 차례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도 수업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2 0 0 9 년 1 1 월 2 5 일
사서교사 - 통합교과 도서관활용수업에 대해 교사들보다 몇 배쯤 더 생소할 아이들을
미리 만났다.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 2>를 보여주고, 수업 진행에 대해 간
략히 설명하였다. 중학교의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아이
들이라 그런지 눈망울이 더없이 초롱초롱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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