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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절반의 성공 - 교과교사와 함께한‘문학작가론’발표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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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07 14:50 조회 7,5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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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을 활용한 협동수업에 관심을 갖기까지
교단에 처음 선 그때 설렘은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사서교사가 아닌 교과교사로서 누리는 감정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사서교사로 또 다른 기대를 꿈꾸고 있다. 그것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교과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역할에 대한 고민은 한 가지 물음에서 시작했다. 학교도서관을 맡은 이후로 머릿속에 떠나지 않은 물음! ‘학교에서 사서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사서교사로서의 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이었다. 이 고민은 예전에 교과를 맡으면서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던 ‘학교도서관 담당교사의 모습’과 교과는 맡지 않고 오직 학교도서관만 담당하는 ‘사서교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반성에서 시작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는 학교도서관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독서교육이 크게 환영을 받던 시기였다. 독서교육을 ‘독서를 위한 교육’과 ‘독서를 통한 교육’으로 나눠 본다면 대부분 학교에서 진행된 독서교육은 뒤엣 것에 초점을 두었다.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할까, 학생들이 읽기 좋은 책은 무엇인가, 책을 읽은 후에 어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활동. 이와 같은 독서활동은 굳이 사서교사가 아니더라도 교과교사도 할 수 있다. 아니, 실제로 이전에 교과를 가르치며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던 그때에도 이런 활동을 해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굳이 사서교사 되었는가? 이런 물음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사서교사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는 동인動因이 되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교과교사와의 협동수업’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협동수업을 위한 시나리오
교과 : 국어
단원 : 5.가치의 발견. 02 서편제에 나타난 길의 의미
본문 : 국어(상) 지학사(방민호 외) 192쪽
교사는 영화 ‘서편제’에 흐르는 한限에 대하여 교과서 본문을 통해 설명한다. 소리를 하는 아버지가 딸이 득음得音 하도록 눈을 멀게 만든 상황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예술지상주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교사 : 송화는 득음을 하기 위해 눈이 멀게 된 자신의 처지는 소리꾼으로서 운명이라 여겨 동생 동호와의 재회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한이 다치면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북을 잡은 이가 동생 동호인 것을 알지만 애써 외면한 것이다.

학생 A : 한이 무엇이기에 혈육의 정을 극복하는 건가요?
교사 : 한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제시하기보다는 문학을 포함한 우리나라 예술에 흐르는 주된 정서로서 한을 알아야 한다(한限에 대해 문학 관점에서 설명).
학생 A : 우리나라 정서에 한이 자리 잡은 이유가 주변국의 주된 외침外侵과 신분제 질서에 따른 억압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교사 : 시각에 따라 한이라는 정서를 달리 할 수 있다. 지적한 것처럼 역사적 관점에서 한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배경이 문학작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해설은 여러분에게 맡겨보자. 과제를 내자. ‘우리나라 예술작품에 한이라는 정서가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해보자!! 위 물음은 사실 대학 수준의 과제이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볼 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의무 사항이 아닌 만큼 희망자에게 주는 과제이다. 물론 그에 대한 보상은 하겠다.

교사는 도서관의 문학 관련 자료 소장 여부를 확인한다. 또 국어수업에서 질문을 통해 세운 과제인 ‘우리나라 예술작품에 한限이라는 정서가 미친 영향’의 취지를 사서교사에게 설명한다. 국어교사는 사서교사에게 주제와 관련된 자료 구비를 요청하고 위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 접근 방법을 사서교사와 협의한다. 사서교사는 국어과 요청 도서를 구비하고 해당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정보 접근 방법을 과제 해결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위의 시나리오는 지난해 1학년 1학기 국어(상) 시간에 받은 질문과 그 해결 과정을 재구성한 것이다. 국어 교수敎授 과정에서 생긴 물음(탐구과제)을 담당 교과교사가 직접 제시하기보다는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도움을 받아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과교사와 사서교사의 역할에 따라 이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단계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단계 : 탐구과제 설정 (교과교사)
2단계 : 탐구과제에 대한 해결방법 논의 (교과교사+사서교사)
3단계 : 탐구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활용교육 실시 (사서교사)
4단계 : 학생들이 수행한 탐구과제에 대한 평가 (교과교사)

위의 시나리오는 ‘국어(상)’ 수업 시간에 국어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사서교사와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돌발적 상황에 대하여 무난한 협동수업이 가능했던 것은 국어교사로서 국어수업 시간에 받은 질문을 탐구과제로 설정했고, 사서교사로서 탐구과제에 대한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사실 탐구과제로 설정한 ‘우리나라 예술작품에 한限이라는 정서가 미친 영향’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정상적으로 풀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과제 역시 아니다. 결과적으로 위 과제를 해결한 학생은 없었다. 과제의 어려움뿐 아니라 정보를 얻는 일련의 과정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설정한 과제이기도 하다. ‘정보활용교육 필요성에 대한 동기부여’로 설정한 과제이기도 하다.

소극적인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에 대한 후회
필자가 일하는 서울 우신고등학교는 2010년에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었다.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자율권을 존중받는 자율형사립고는 학교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교육 수혜자인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다양한 수업모형’을 개발했다. 독서토론, 논술의 활성화와 교과의 학교도서관 활용 등이 필자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업무였다. 초기에는 단순히 자료와 공간 제공 수준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은 아니다. 우선 정규 교과목의 교수활동이 아니다. 독서토론, 논술 팀에 대한 지원은 정규 수업 외의 방과 후 활동이었으며, 2학년 ‘문학’ 시간에 진행된 학교도서관 활용은 수행평가를 위해 주제와 연관된 책을 찾아 읽는 수준이었다. 그저 자료와 공간만 제공한 수준이었다.

이 역시 사서교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다. 그렇게 보낸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모형’은 본질적 의미에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활동이 아니다. 사서교사로서 나는 독서토론, 논술의 강사로 참여한 것이지 사서교사로 참여한 것이 아니다. ‘문학’ 교과의 학교도서관 활용은 단순히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안내를 하고 그 환경을 조성하는 도서관 사서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역시 사서교사로 참여한 것은 아니다. 1년을 그렇게 보낸 후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학교도서관을 활용해야 한다는 후회가 들었다.

협동수업으로서 ‘문학작가론’ 준비 과정
이런 문제의식의 발현은 2011학년도 국어과 교과협의회 과정에서 좀 더 구체화됐다.

국어교사로서 참여한 협의회에 그간 진행된 학교도서관 이용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학교도서관의 공간과 자료 열람 수준이 아니라 ‘도서관을 활용한 수업개선 프로젝트’로 일종의 협동수업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한 T/F가 1학년 국어교사들 중심으로 약식으로 구성되었고 이때 나는 사서교사로 참여했다. 그리고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1. 국어교과의 특성을 고려한 ‘정보활용교육’(3차시)을 실시한다.
2. 정규 수업시간(1학년 국어 4차시)에 진행돼야 한다.
3.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한다.
4.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기 중 계속된 기간이 필요하다.

국어 시간에 진행할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개선 프로젝트는 문학 갈래 현대시, 현대소설, 고전의 주요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는 ‘문학작가론’ 수업이다. 이 내용을 위에서 제시한 전제조건과 연계하여 아래와 같이 협의하였다.

1. ‘정보활용교육’은 모든 반을 대상으로 3차시에 걸쳐 사서교사가 담당한다.
2. 정규 국어수업 시간(2단위/주)을 확보하여 진행한다.
3-1. 모둠별 발표가 아닌 개인 발표(4인/주)로 진행하고 이를 평가한다.
3-2. 발표자는 일주일 전에 발표문을 국어교사에게 제출하고, 발표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한다.
3-3. 발표 준비 과정에 참고한 자료에 관한 정보원은 사서교사에게 제출한다.

3-4. 발표를 듣는 학생들은 발표 대상 작가의 작품을 반드시 읽어야 하며, 감상 등을 담은 워크시트[1)발표자가 이야기한 작가에 대해 정리하시오. 2)발표자가 이야기한 작가의 작품 경향을 정리하시오. 3)발표자가 이야기한 작가의 주요 작품 특징, 줄거리 등을 정리하시오. 4)발표자가 이야기한 작가에 대해 새롭게 안 사실을 정리하시오]를 사전에 작성하여 국어교사에게 제출한다.

4. 선정된 작가 30인(시인 12인_ 김광섭/김소월/김수영/김춘수/박목월/백석/서정주/신동엽/이상/정지용/한용운/황지우, 소설가 12인_ 김동인/김동리/김유정/박완서/손창섭/이청준/이효석/조세희/채만식/최서해/현진건/황석영, 고전작가 6인_ 황진이/윤선도/정철/박지원/김시습/김만중)에 대한 발표 기간은 15주/학기로 정한다.

2011년 1학기 국어(상) 수업은 위의 협의 사항에 기반을 둔 ‘문학작가론’ 발표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의 발표수업이 아니라 학교도서관의 자료와 사서교사의 참고봉사를 통한 발표수업을 유도하였다. 본격적인 ‘문학작가론’ 발표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협의 일정은 아래와 같다.



‘문학작가론’의 진행
‘문학작가론’을 2011년 3월 개강과 함께 시작할 수 없어 한 달의 준비 기간을 두었다. 3월 한 달의 8차시(1학년 국어는 ‘문학작가론 발표수업’ 2차시/주와 ‘국어 교과서 수업’ 2차시/주로 조직했다)가 ‘문학작가론’ 발표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면, 4월부터는 학생들의 개별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학작가론’은 발표자가 각 차시당 작가 2인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수업이다. 발표 내용은 주로 작가의 삶, 작품 경향, 개별 작품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뤘으며, 프리젠테이션은 대부분 파워 포인트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발표는 이와 같은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학작가론’은 학생들에게 발표 대상 작품을 읽어오고 발표자의 발표 정리를 통해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매 발표가 끝난 후 국어교사는 발표 대상 작가에 대해 문학사적 입장에서 정리를 해주었다. 15주에 걸친 발표수업의 진행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은 수시로 도서관을 찾았다. 너무 막연하다는 하소연부터 자기가 찾은 논문자료의 적합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고질문을 받았다. 또한 발표 내용의 수준은 경계가 분명했다.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에서부터 학위논문을 발췌하여 정리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편차가 컸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한 시간
1학년 12개 반 가운데 4개 반을 맡아 ‘문학작가론’을 진행하였다. 수업 중에는 국어교사로, 수업 후에는 사서교사로 학생들의 ‘문학작가론’ 발표수업을 지원하면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았다.

3차시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진행한 ‘정보활용교육’은 ‘문학작가론’ 발표에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않은 듯하다. 수업 내용의 부실보다는 학생들의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표 내용은 상당수가 인터넷의 지식검색 중심이었다. 다양한 정보원 검색은 학생들에게 익숙하지만 이를 추려내고 조직화하는 과정을 어려워했다. 이번 ‘문학작가론’ 발표수업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언지를 알고 그것을 찾으며 조직하는 일련의 과정을 교과에 적용한 것이다. 정보활용교육의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면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학년에 맞는 수업 내용을 조직해야 한다는 한계도 알았다. 1인 1작가 발표와 매시간 부여된 추가 과제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수업 부담을 주었다. ‘문학작가론’이 끝난 후 개인 면담을 통해 받은 의견은 고등학교 수준의 문학작품에 대한 개관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빠듯한 수업 일정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학생이 많았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짐을 털고, 도서관을 활용한 과제해결형 교과 협동수업이 정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재 학교도서관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독서, 논술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오해의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은 단위학교의 교수학습 지원이라는 본연의 목적과 도서관 사서가 아닌 교원으로서 사서교사만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교과와 연계한 협동수업이야말로 학교도서관을 가장 학교도서관답게 한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보활용교육의 가장 적극적인 반영으로서 협동수업은 사서교사 혼자만으로 진행할 수 없다. 사서교사 본인이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 교과교사와 협동수업을 위한 충분한 의사소통 수준, 협동수업이 가능한 다양한 탐구주제 설정 능력, 학교 관리자들의 협동수업에 대한 지원, 교육 수혜자인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 필요성 인지를 통한 충분한 동기부여 등 선결되어야 할 조건들이 많다.

3만 권이 넘는 도서관 자료를 활용하고 다양한 참고질문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기를 기대했던 ‘문학작가론’ 발표수업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없는 가운데 이제 막 시작한 협동수업은 분명 안정적인 학교도서관의 활용을 위한 시행착오의 일부가 될 것이란 위로로 지난 ‘문학작가론’ 발표수업을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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