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토록 추운 봄, 지구의 건강을 염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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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5:33 조회 6,733회 댓글 0건본문
빨래하기가 귀찮아서 일회용 양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내 생각에 놀란 적이 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나 환경오염, 물자가 넘쳐나는 세상 한편에서 굶주리는 사람들, 그리고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까지.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꾸준히 보고 들으면서도 우리는 지구와 환경에 대해 놀랄 만큼 매정하다. 생수와 도시락부터 일회용 렌즈까지 온갖 일회용품에 둘러싸여 살더니 급기야 일회용 양말이라고!
나의 ‘양말빨래 사건’과 같이, 매일의 일상에서 빠른 것, 편한 것을 쫓고 있는 스스로의 마음이 싫었던 경험을 해 본 모두를 위해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를 구하는 1001가지 방법』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온갖 통계를 제시하는 대신 “목재가구의 흠집에 호두기름을 바르라”거나 “엔진오일을 교환하라”고 직구를 던진다. 그야말로 우리 생활 어딘가에서 문득문득 떠오를 짧고 소소한 1001가지 문장이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여기부터 시작된다. 일상의 온갖 것들을 환경의 관점에서 말했음에도 전혀 심각하지 않은 까닭에, 독자는 그저 그림책을 읽듯이 그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작지 않다. 책은 “샐러드를 먹자”(365번째 방법)고 하더니 곧 “웬만하면 양상추를 통째로 사자”(366번째), 그리고 “가능하면 직접 재배하자”(367번째)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분명히 깨닫게 된다. 친환경을 말하는 짧은 한 줄조차 우리 삶이 나아가는 방향과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사실을. 실천을 한 단계만 확대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헐렁해 보일 만큼 가벼운 말들로 ‘소비’와 ‘편의’에 길들여지고 ‘생성’과 ‘유지’에 둔감한 우리 일상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지금을 사는 많은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잠재의식을 이토록 부드럽게, 그러나 효과적으로 두드려 주는 책이 또 있을까? “마당에 닭을 키우는 것은 일도 아니”(392번째 방법)라는 말에는 어이가 없어 웃다가, “종이상자에 든 달걀을 사라”(431번째)는 말에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냄비 뚜껑을 덮거나 작은 프라이팬을 쓰는 것, 음식을 잘게 써는 것 등이 한 가지 방법이 된다면, 동참해볼 만하지 않은가.
이렇게 일군 ‘환경감성’을 ‘지성’의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싶다면 『교수님, 기후변화가 뭔가요?』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빙하가 녹아 헤엄치다 지쳐 죽는 북극곰’이 불쌍하다고 해서 그들을 위해 한여름 에어컨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이렇듯 막연한 감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떤실천이 필요할 때, 약간의 구체적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소비자운동가로서 일선에서 활동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지구온난화와 사람이 어떻게 얽혀 있고, 세계와 한국이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핵심적으로 짚어준다. 책의 1부는 지구온난화라는 이슈가 부상하고 확산된 역사를 집약적으로 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부에서 “소비자 행동”을 요청한다. 온난화의 원인과 영향에 관한 원리적인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인류가 ‘기후변화’라는 현실을 포착하게 된 배경, 선구적 연구를 한 과학자들, 이어서 각국의 사례와 한국의 현황까지 담았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책은 많지만 이 간명한 짜임새와 무겁지않은 내지 편집이, 이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하게 한다.
150쪽 가량의 두께에 연습장 한 권 정도 무게를 가진 이 책 한 권으로 우리는 ‘지구온난화’ 담론의 전모와 우리의 할 일을 개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 문제는 너무 거대담론이라 들으면 들을수록 ‘속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쉬운 이슈다. 지구 환경과 북극곰을 돕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암만 들어도 지구 온난화가 별로 내 일 같지 않은 모두가, 한 권씩 두고 짬날 때마다 들춰보았으면 한다.
4월에 눈발이 날리는 올봄에 누구나가 ‘지구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늦게까지 지속되는 추위에 난방용 기름을 땔 뿐, 일회용품을 줄이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울창한 숲 속에서 상쾌하고, 맑고 푸른 하늘 아래서 행복하다. 우리는 모두 자동차 매연과 버스의 소음, 만원 지하철에 지쳐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는 여전히 매연 속에 살기 위해 숲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는 매일매일, 우리의 감성을 저버리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삶과 사회를 미워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의 선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필요하다. 이 두 권의 작은 책이 새로운 선택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