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서관 학교도서관 분투기]우리들 싸움, 현재진행 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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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0 21:20 조회 7,815회 댓글 0건본문
1998년, 운명 같은 그해. 임용고시를 통해 전국적으로 여덟 명의 사서교사를 처음으로 선발하던 그해에 운이 좋게 합격하여 인천의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게 된 것이 학교도서관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되었다. 사실상 사서교사는 임용고시라는 절차를 통해 선발한 적이 당시까지는 없었고 서울의 사립학교와 의무발령을 받은 공립학교에만 일부 존재하는 신비스럽기까지 한 존재였다. 그때부터 따라다니는 영광스럽지만 부담스러운 꼬리표. 인천 최초의 사서교사…. 사실 이때부터 말 그대로 학교도서관을 사수해야 하는 단기필마의 고군孤軍으로서 좌충우돌 분투하는 얄궂은 운명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발령받고 찾아간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인천 최초의 사서교사라며 칭찬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되는 말투로 “이선생님은 천연기념물이야, 천연기념물”을 연발하는 교감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의 교실 한 칸 규모의 도서관. 오래되고 낡은 아동자료와 장학자료가 뒤섞여 있고 책상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앉아 있는 낡은 도서관. 그곳이 이제 막 교직에 입문해서 꿈에 부풀어 있던 신규 사서교사, 그것도 인천 최초 사서교사의 일터가 되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고,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도와줄 사람 한 명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처음 한 달은 멍한 상태로 지냈던 것 같다. 교장, 교감선생님 조차도 사서교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며 어떠한 역할을 주고 어디까지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매번 교육청에 확인 전화 후 업무를 받아야 했고 대부분 교대를 졸업한 초등교사들 사이에서 사범대를 나온 사서교사는 그저 낯설고 호기심 넘치는 이방인에 불과했다.
1998년, 인천 사상 최초의 사서교사가 되고 보니…
아이들이 거의 찾지 않는 학교도서관을 바꿔내야 했다. 학교도서관을 학교에서 살아 숨 쉬는 즐거운 배움터이자 놀이터로 만들어 사서교사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서관 운영이 비교적 모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의 학교들을 방문해서 신규발령 신고식 겸 학교도서관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받으러 돌아다녔다.
외로운 학교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든든한 아군을 만들기 위해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도서부원을 선발했다. 모범적이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도서부원을 선발하기로 한 애초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힘세고 나서기 좋아하는 말썽꾸러기 여덟 명이 나의 첫 제자이자 첫 동지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이 친구들이 어느새 스물일곱 살이 되었고 그중 한 명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사서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기막힌 인연이기도 하다. 교장선생님을 졸라서 2층 빈 교실로 도서관을 이전하기로 중대한 계획을 세운 후 드디어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왔다. 도서부원들과 함께 학교도서관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오래된 장서를 폐기하고 서가를 다시 배치하고 게시판을 아이들에게 호기심이 가는 내용으로 정비하는 데 꼬박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조금씩 지쳐가는 도서부원을 달래가며 사준 아이스크림과 짜장면 값이 늘어갈수록 학교도서관도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당시 학교도서관의 화두였던 도서관전산화까지 KOLAS 프로그램으로 완료하고(당시 한 장의 용량이 무려(?) 1.44MB짜리 3.5인치 플로피디스켓 두장을 가지고 국립중앙도서관 전산실을 찾아가서 KOLAS 프로그램을 담아올 수 있었다) 핸드스캐너를 이용하여 대출・반납 업무를 처리할 때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로 자기가 해보겠다며 아웅다웅하던 도서부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교훈을 얻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신규 교사 시절이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출판사에서 출간된 전집류 구입을 강요하는 학교장과 맞서 용감하게 싸운 적도 있었고, 다른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잡지서가를 얻어 오려고 1톤 트럭을 빌린 적도 있었던, 지금 생각하면 멋모르고 한 행동이지만 참 열정적이고 가슴 뜨거운 때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인천에도 서른한 명의 동료사서교사가 생겼고 전국적으로도 많은 사서교사들이 도서관활용수업, 독서교육, 학교도서관운영, 정보활용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멀기만 한 사서교사의 길. 그 길을 함께 가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 외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과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책으로 행복하고, 꿈을 키우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 학교도서관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고군분투하는 사서교사들이여~ 행복하소서!
처음으로 발령받고 찾아간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인천 최초의 사서교사라며 칭찬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되는 말투로 “이선생님은 천연기념물이야, 천연기념물”을 연발하는 교감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의 교실 한 칸 규모의 도서관. 오래되고 낡은 아동자료와 장학자료가 뒤섞여 있고 책상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앉아 있는 낡은 도서관. 그곳이 이제 막 교직에 입문해서 꿈에 부풀어 있던 신규 사서교사, 그것도 인천 최초 사서교사의 일터가 되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고,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도와줄 사람 한 명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처음 한 달은 멍한 상태로 지냈던 것 같다. 교장, 교감선생님 조차도 사서교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며 어떠한 역할을 주고 어디까지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매번 교육청에 확인 전화 후 업무를 받아야 했고 대부분 교대를 졸업한 초등교사들 사이에서 사범대를 나온 사서교사는 그저 낯설고 호기심 넘치는 이방인에 불과했다.
1998년, 인천 사상 최초의 사서교사가 되고 보니…
아이들이 거의 찾지 않는 학교도서관을 바꿔내야 했다. 학교도서관을 학교에서 살아 숨 쉬는 즐거운 배움터이자 놀이터로 만들어 사서교사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서관 운영이 비교적 모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의 학교들을 방문해서 신규발령 신고식 겸 학교도서관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받으러 돌아다녔다.
외로운 학교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든든한 아군을 만들기 위해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도서부원을 선발했다. 모범적이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도서부원을 선발하기로 한 애초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힘세고 나서기 좋아하는 말썽꾸러기 여덟 명이 나의 첫 제자이자 첫 동지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이 친구들이 어느새 스물일곱 살이 되었고 그중 한 명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사서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기막힌 인연이기도 하다. 교장선생님을 졸라서 2층 빈 교실로 도서관을 이전하기로 중대한 계획을 세운 후 드디어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왔다. 도서부원들과 함께 학교도서관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오래된 장서를 폐기하고 서가를 다시 배치하고 게시판을 아이들에게 호기심이 가는 내용으로 정비하는 데 꼬박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조금씩 지쳐가는 도서부원을 달래가며 사준 아이스크림과 짜장면 값이 늘어갈수록 학교도서관도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당시 학교도서관의 화두였던 도서관전산화까지 KOLAS 프로그램으로 완료하고(당시 한 장의 용량이 무려(?) 1.44MB짜리 3.5인치 플로피디스켓 두장을 가지고 국립중앙도서관 전산실을 찾아가서 KOLAS 프로그램을 담아올 수 있었다) 핸드스캐너를 이용하여 대출・반납 업무를 처리할 때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로 자기가 해보겠다며 아웅다웅하던 도서부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교훈을 얻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신규 교사 시절이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출판사에서 출간된 전집류 구입을 강요하는 학교장과 맞서 용감하게 싸운 적도 있었고, 다른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잡지서가를 얻어 오려고 1톤 트럭을 빌린 적도 있었던, 지금 생각하면 멋모르고 한 행동이지만 참 열정적이고 가슴 뜨거운 때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인천에도 서른한 명의 동료사서교사가 생겼고 전국적으로도 많은 사서교사들이 도서관활용수업, 독서교육, 학교도서관운영, 정보활용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멀기만 한 사서교사의 길. 그 길을 함께 가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 외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과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책으로 행복하고, 꿈을 키우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 학교도서관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고군분투하는 사서교사들이여~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