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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색다른 모두의 그림책 교실] 그림책과 함께 웃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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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07-02 14:22 조회 3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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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함께 웃는 교실

네 권의 책으로 여는 초등 대상 '웃음 프로젝트'


학교에서 늘 혼나고 하교하는 것 같은 아이들이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이 그렇다. 나는 단호하고, 엄한 교사라 아이들이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 혼내고, 시끄러우면 검지를 입에 대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수업 시간에 몸을 배배 꼬면 자세를 다잡아 준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지켜야 할 규칙이라 생각했기에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반 교실에 있는 아이들 표정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이다요솔 지그재그 특수교육연구회 셋업(SET-UP) 유닛




웃게 하는 그림책을 고르는 비결


눈은 무기력하게 내려앉고, 입술은 늘어져 텅 빈 듯한 표정.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조금 더 많이 웃으며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내 가르침이 아이들에게 ‘즐겁다’라는 감정을 선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책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동안 지그재그 유닛 활동을 하며 그림책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동시에, 복잡한 설명 없이도 교사와 아이를 한마음으로 이어 주는 좋은 매개체임을 경험해 왔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교육 목표는 단순하다. 독서로 긍정적인 정서를 나누는 것, 그리고 ‘독서는 즐거운 것’이라는 감정을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 심는 것. 지금까지 해 왔던 활동 중심, 결과 중심의 독서활동보다 책을 함께 읽으며 ‘좋았던 장면’ ‘웃긴 장면’ ‘기억에 남는 말’을 나누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려 한다. 그런 활동이야말로 책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깊이 교류하기 위해서는 어떤 그림책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책을 고를 때는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는 주제를 먼저 생각한다. 대화 중 자주 꺼내는 단어, 집중하는 순간, 유심히 보는 그림이나 사진 등을 단서로 책을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고, 책에 대한 첫인상이 즐거움으로 남는다. 우리 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음식, 도깨비, 쨍한 색감의 그림, 친구, 교사의 칭찬’이다.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을 빌려 학급문고에 비치하고,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그림책을 관찰해 4권의 책을 ‘웃음 프로젝트’ 주인공으로 정했다. 각자의 속도와 반응을 있는 그대로 주고받으며 함께 많이 웃고 싶었다. 수업의 모든 과정이 ‘우리들의 웃음 축제’가 되었으면 했다.


첫째, 이야기를 즐기는 시간:『 도깨비감투』

 “무야! 무야!” 빅북 『도깨비감투』을 펴자 한 아이가 손가락

으로 도깨비감투를 가리키며 외친다. 『도깨비감투』는 도깨

비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서 읽게 된 책이다. 처음엔 망설

였다. 글밥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글을 해득하지 못하는

학생이 절반 이상인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웬걸. 큰 그림책을 펼치

자, 그 많은 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림

만으로도 이야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눈을 반짝이며 그림

책을 넘기고, 자신이 보고 싶은 장면을 찾으며 책장을 뒤적

였다. 나는 말풍선을 달아가며 천천히 읽어 주었고, 아이들

은 그 이야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한 아이는 내가 문장을 읽는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며 듣더니, 어느새 자신이 읽듯이 흉내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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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은 후, 우리는 감투를 만들었다. 평소 생일 파티 모자도 거부하던 한 아이가 스스로 감투를 머리 위에 얹으며 “모자!”라고 외쳤다. 『도깨비감투』 표지에 그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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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 모양과 아주 닮은 모습으로. 그 장면을 본

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에 잠

겨 쉬는 시간마다 같은 층 선생님들께 이 장

면을 자랑하며 돌아다녔다. 스스로 이야기와

장면을 연결하고, 그것을 놀이로 이어간 아이

가 대견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투가 조

금씩 망가졌지만, 아이는 몇 번이고 감투를

풀로 다시 붙여 도깨비놀이를 이어갔다. 이야

기 속 주인공처럼 친구들 몰래 나타났다가 깔

깔 웃으며 도망치는 모습에서 그 책과 놀이

가 아이 마음 깊숙이 들어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무심코 있었던 ‘이건 아이들 수준에 맞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선입견은 산산이 부서졌다. 한글 해득이 되지 않아도, 글밥이 많아도 괜찮다는 것. 그림을 보고, 교사와 함께 호흡하면서 이야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은 내 생각보다 더 풍성하게 이야기(책)를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믿음과 확신이 굳게 자리 잡았다.


둘째, 상상력을 펼치는 시간:『앤서니 브라운의 마술 연필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 연필』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갖고 싶은 게 많은 한 아이를 떠올리며 선택한 책이다. 책

속 주인공처럼, 우리 반 아이들도 ‘무엇이든 그리면 진짜가

되는 연필’을 갖고 싶어 했다.

책을 다 읽고 우리도 ‘마술 연필’을 하나씩 만들었다. “무

엇을 그리고 싶니?” 묻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색연필을

들었다. 좋아하는 색깔, 숫자, 먹고 싶은 과일, 키우고픈 동

물, 타고 싶은 장난감 자동차… 쓱쓱, 종이 위에는 아이들

의 소망과 상상이 그대로 그려졌다.

상상을 확장하기 위해 애니메이티드 드로잉(Animated

Drawing) 활동을 함께 진행했다. 이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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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에 업로드하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구현해 주는 무료 플랫폼이다. 점프하는 자동차,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 춤추는 곰… 아이들은 업로드한 그림들이 마술처럼 살아 움직이자 깔깔 웃으며 감탄을 쏟아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상상은 더욱 생생해졌고, 표현하는 일은 더없이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커다란 종이에 거침없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모습 속에는, 표현의 즐거움과 ‘나를 드러낸다’라는 기쁨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업이 끝난 뒤, 한 아이는 “내 연필 여기 있어요!” 하며 가방 속 연필을 꺼내 보여 주었다. 마술은 끝나지 않았다. 그 연필 속엔 여전히 아이의 상상과 꿈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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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웃음을 나누는 시간:『 손바닥 동물원』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받침이 있는 글자를 배우고 있다. 『손바닥 동물원』은 6학년 기본 교육과정 국어 단원에 수록된 그림책이다. 우리는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받침이 들어간 낱말을 익히는 것이 어렵기만 했던 아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미리 책상 위에 준비해 둔 물감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손이 근질근질해 보였다. 옷에묻어도, 책상이 조금 더러워져도 괜찮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손에 물감을 묻혀 우리만의 예쁜 손바닥 동물을 탄생시켜 보자. 토끼, 호랑이, 새 등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이야기 속에서 떠올리며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물감을 잔뜩 묻혔다. 그리고 쿵! 하고 하얀 도화지를 알록달록 물들였다. 물감을 발라 주는 친구의 손길이 간질거려서였을까, 아니면 마음껏 쿵쿵 표현하는 시간이 즐거워서였을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내내 끊이지 않았다. 물감들이 책상 위에 잔뜩 묻었지만, 어쩐지 내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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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맛있고 유쾌한 시간:『 팥빙수의 전설』


『팥빙수의 전설』은 더운 날씨에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책제목만 봐도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아이들 눈빛이 반짝였다. 책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 “안 잡아먹지∼”는 수업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 놓는다. 이 문장은 자연스럽게 아이들 입에 붙었고, 수업 중 교사와 주고받는 짧은 문답놀이로 이어졌다. “얘들아, 호랑이가 뭐래?” “안 잡아먹지∼!” 그 대화 하나만으로도 교실에 웃음이 퍼졌다. 반복되는 문장을 따라 말하고, 자신 있게 외치는 경험은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짧은 문장을 듣고 반응하

는 연습도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말하기와 듣기의 기본 구조를 익힐 수 있었다. 익숙하고 친근한 과일과 동물이 책 속에 자주 등장해서 아이들은 흥미를 잃지 않았고, ‘팥’처럼 새로운 단어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이 학습하고 이해한 이야기를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구성한 활동지를 기록할 수 있도록 길잡이했다. 등장인물, 인물이 느끼는 감정,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시 떠올리며 정리했다. 이 정리의 시간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 준 것 같다. 열심히 그림책을 읽었으니, 이제 완벽한 파티 시간! 좋아하는 과자를 잔뜩 넣고 빙수를 만들어 먹으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200퍼센트 누렸다. 무기력해 보였던 아이들의 입꼬리가 바나나처럼 빙그레 올라갔다.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웃음이 터진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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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행복을 누리자

나는 행복한 교사이고 싶다. 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마주하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웃으며 지내길, 수업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 갔고, 그런 마음으로 그림책 수업을 실천했다. 도깨비감투를 쓰고 깔깔 웃던 아이, 마술 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눈을 반짝이던 아이, 물감 묻은 손바닥으로 손도장을 찍으며 웃음을 터뜨리던 아이, 팥빙수를 만들 때 옆에서 만세를 부르던 아이… 그 모든 순간이 쌓여 아이들 입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갔고, 내 마음도 환해졌다. 무기력하게 교실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사실 이미 웃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어쩌면 내가 먼저 웃어 주길,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길 기다려 준 건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위해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가 되기로 다짐했다. 나는 특수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담임교사다. 아이들의 마지막 초등학교 생활을 예쁜 그림책들로 꽉꽉 채워서 행복하게 해줄 거다. 그림책을 읽으며 웃음을 터뜨린 아이들이 훗날 책을 스스로 찾아 읽고, 느끼고, 감동을 나눌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함께 읽고, 읽을 그림책이 그 길의 든든한 시작이 되어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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