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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서 ON, 다시 여는 성교육] 성폭력이 완전히 사라진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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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07-02 13:27 조회 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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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이 완전히 사라진

세상을 꿈꾸며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 라인』(2018)의 네 번째 핵심 개념‘ 폭력과 안전’과 관련된 도서들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폭력은 물리적인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처음 철학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인『 두들겨 패줄 거야!』는 다양한 폭력 양상을 어린이에게 알려 줍니다. 어린이가 화난다고 다른 친구를 때리는 것부터 언어 폭력, 휠체어 탄 사람들끼리의 충돌, 국가 간 전쟁까지도 모두 폭력에 속한다고 말해 줍니다. 서현주 성교육 활동가, 작가



성별 흑백논리에 빠지면 안 되는 이유

 다양한 폭력 중에서 제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성폭력과

학교 폭력입니다. 최근에는 학생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주먹다짐보

다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이버 불링이나 은근한 따돌림, 교묘한

언어 폭력, 성희롱, 디지털 성폭력 등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와 학교에 스며든 폭력, 그중에서도 성폭력

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요? 명확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적절한

질문이 필요합니다. 성폭력은 왜 발생할까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

는 일부 나쁜 ‘개인’의 문제일까요? 피해자의 운이 나빠서 벌어진

사고일까요? 가해자의 도덕성이나 정신질환이 근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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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습니다. 성폭력은 사회구조 문제가 결과로 나타난 것

입니다. 1993년 채택된 UN의 여성폭력철폐선언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남녀 간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역사적 현상이라고 명시합니다. 그 점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젠더 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으로 설명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고위직 여성이 아래 직급 남성에게 성희롱을 한 경우 그것이 성적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사자 남성에게는 극심한 공포감까지 주지 못합니다. 평균적으로 성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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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성인 남성을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높은 지위나 명예를 가진 여성이라도 신체적 조건이 연약하다면 밤거리를 걷는 낯선 남성에게 성적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 맥락을 파악하신다면 왜 오늘도 강간 치사 사건이 뉴스에 나오는지, 왜 이틀에 한 번꼴로 파트너에게 여성이 살해되는지, 교실에서 학생들이 ‘앙기모띠(강간 포르노에 나오는 자주 등장하는 여성의 대사)’를 외치고도 부끄러움이 없는지 이해되실 겁니다. 젠더 기반 폭력의 구조를 생략하면 성폭력의 정의, 피해 대처에 대해서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젠더 폭력의 개념이 없었던 십수 년 전 성폭력 예방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쳤는지 떠올려 볼까요? 성폭력 발생 시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를 외치도록 가르쳤습니다. 이런 교육은성폭력 발생이 좀더 조심하지 못한, 강하게 거절하지 못한, 위험한 곳에 간, 밤늦게 돌아다닌, 부적절한 옷을 입은 피해자 잘못이라는 인상을 심습니다. 성폭력은 성차별적 구조가 부추긴 가해자들의 범죄 행위라는 것을 이해하셨다면,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 라인』에서 성폭력을 어떻게 다루는지, 금서 목록 중 어떤 책을 함께 읽을지 살피면 좋겠습니다.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것

“폭력 없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옹호할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국제 성교육 가이드』 「4.1 폭력」 학습목표 중에서

폭력은 집단, 국가 등 거대한 주체가 한 사람을 아프게 할 때 극도로 잔인해집니다. 특히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착취는 성폭력 중 가장 지독하고 악한 형태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성폭력에 관한 도서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꽃할머니』는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책입니다. 13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끔찍한 일을 겪은 어린 여성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전쟁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고문과 다름없는 성폭력이 존재했다는 것도 어린이들과 이야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역사는 승자들에게만 쓰이고 읽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개인의 삶에도 새겨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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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꽃할머니』(권윤덕),『 평화의 소녀상』(윤문영)



『평화의 소녀상』은 소녀상이 건네는 평화의 메시지가 스민 그림책입니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고작 240명이고, 생존자는 6명뿐입니다. 생존자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90세가 훌쩍 넘죠. 하지만 일본에게 사과도 배상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근 독일 쾰른의 나치 기록 박물관 앞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열렸습니다. 전쟁 피해 국가의 여성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피해는 왜 서로 닮았는지 소녀상을 바라보며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성적 학대, 성희롱, 괴롭힘(사이버 포함)은 해로우며 이를 경험할 경우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성교육 가이드』 「4.1 폭력」 학습목표 중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동일하게 교육하는 표준 성교육이 없다 보니 무엇이 성희롱이고 성폭력인지 모르고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옷 속을 보거나 만지는 것, 성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나 행동 등이 모두 성희롱에 해당하며 성적 불쾌감을 주는 온·오프라인의 모든 행위도 성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연결해 읽어 볼 책은 『말해도 괜찮아』입니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쓰고 그린 책입니다.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드러내는 것도 치유 과정 중 하나임을 알려 주지요. 책 속 주인공에게 믿을 만한 어른이었던 ‘대부(삼촌)’가 가해자인 것도 어린이에게 인식시켜야 할 점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미성년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 대부분이 일면식 있는 사람입니다. 누군가 내 몸을 만지고 비밀로 하자고 한다면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것, 성폭력을 당한 이유가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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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말해도 괜찮아』(제시),

『비밀을 말할 시간』(구정인),

『동의가 서툰 너에게』(유미 스타인스 외)


『비밀을 말할 시간』에서 중학생 은서는 친구들과 번화가에 놀러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성추행을 당합니다. 그 일로 인해 은서의 기분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은서를 괴롭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과거의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이에요. 유치원을 다니던 은서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낯선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그 뒤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은서가 비밀을 주변에 털어놓고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의 속도로 회복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낙인을 찍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시간이 흘렀더라도 털어놓고 신고하는 것이 중요한 행동임을 가르쳐야 해요. 피해자의 주변인이 된다면 지지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도 커다란 힘이 된다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동의는 파트너와의 건강하고 즐거운, 합의된 성적 행동을 위해 중요하다.” (『국제 성교육 가이드』「4.2 동의(합의), 프라이버시, 온전한 신체」 학습목표 중에서) 성적 접촉은 ‘동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적극적 동의가 없다면 원치 않는 접촉은 폭력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동의가 서툰 너에게』에는 이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이 가득합니다. 관계 사이에 동의를 주고받는 게 왜 중요한지, 어떻게 동의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니까요. 권력이 동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 주며 성폭력을 감지하는 감각도 일깨워 줍니다. 이 책들로 하여금 사귀는 사이에서도 성폭력이 존재할 수 있음을, 다양한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읽고 현실에 적용하는 태도를 키우면 좋겠습니다. 성교육에서 가장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성폭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성폭력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그다음 단계인 가해자 엄벌, 피해자 치유,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어요. 성폭력이 완전히 근절되는 날까지, 좋은 책과 함께 건강한 성 문화를 만들기 위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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