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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우리 식탁을 지켜내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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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28 20:46 조회 5,4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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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종 서울 상암중 과학교사


한국인은 ‘의식주’를 중하게 여긴다. 입는 옷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인은 ‘식주의’ 순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기겁하는 것이 음식점에서 찬물을 내놓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찬물을 먹으면 몸이 안 좋아진다고 믿는다. 한편으로 미국인들이 한국의 웰빙 식단을 체험하기 위해 관광을 많이 온다고 한다. 영양도 골고루 갖추어져 있고,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한정식은 세계적인 건강 식단으로 경쟁력이 있다.

이런 상황은 모두 자신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반면에 공정무역으로 만든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은 남을 위한,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서 죽도록 노동을 하면서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특수한 상황들이다. 우리가 항상 먹고 있는 것들에서 불공정한, 환경 부정의가 발생한다면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는 너무 많이 먹어서 사람들이 병드는가 하면 너무 못 먹어서 죽어가는 상반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인도제도에 있는 아이티에서는 쌀값이 가난한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그래서 그들은 진흙에 채소 쇼트닝과 소금, 물을 섞어 ‘진흙 쿠키’를 만들어 먹는다. 한편에서는 석유 값이 오르자 사탕수수와 옥수수를 이용해서 에탄올을 만들어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굶주리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면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로 가는 차를 타고 싶을까? ‘기분 전환으로 다녀오는 드라이브를 줄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찜찜할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사람들은 굶어 죽는 사람들을 잘 모른다.

부자 나라라고 다 잘 먹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3,500만 명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음식을 사먹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시행해서 그들을 돕는 일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중식지원프로그램’과 유사한 것이다. 그런데 비만율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높다. 그들은 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를 먹고 잘사는 사라들은 영양소는 높고 칼로리가 낮은 ‘밸류 밀(value meal)’을 먹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유기농 식품점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가게들은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차가 없는 이들에게 접근성이 차단되어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텃밭 개념에서부터 닭, 소, 돼지 같은 가축을 도시에 기르기 시작했다. 육류를 키우게 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가축 밀집 사육시설에 대한 저항감 때문이다. 좁은 사육시설에서 평생 지내야 하며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항생제를 먹고 살아야 하는 소, 돼지, 닭 등은 그 품질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먹거리가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은 거대 기업에 의해 농업이 기계화된 것에 원인이 크다.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다 보니 위생은 말할 것도 없고 무분별하게 화학약품을 남용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장기적인 섭취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알 수 없어 소비자들만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먹거리 속에는 거대 자본에 의한 횡포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숨겨져 있다. 이를 직시하고 거대 기업으로부터 우리 식탁을 지켜 내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슬로푸드운동, 로커보어(locavore, 지역먹거리주의 또는 로컬푸드)운동, 유기농, 도시농업 등 작고, 식량생산과 소비가 가시적으로 보이는 농업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오늘도 급식지도를 하다 보니, 입맛에 안 맞는다고 잔반을 마구 남기는 학생들, 그리고 나를 발견한다. 넘치는 음식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죄인을 만들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자각이야말로 가장 쉬운 인성교육이자 경제교육인 것 같다. 이 음식을 먹게 해 준 이들을 위한 식사 기도가 절실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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