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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어린이 그림책 깊게 읽기]백 년 전 북간도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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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6:58 조회 6,83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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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녜』
문영미 지음|김진화 그림|보림|30쪽|2012.06.25
12,000원|높은학년|한국|역사

여자는 제대로 된 이름도 없다. 학교에 갈 수도, 글을 배울 수도 없다고 한다면 요즘 여자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고만녜’는 막 지은 여자아이 이름이다. 딸은 그만 낳았으면 싶다는 뜻이다. 고만녜 아버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이었다. 하지만 100년 전엔 지식인 집안이라도 여자아이들은 학문에서 제외되는 것이 당연했다.
『고만녜』는 2000년대를 사는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멀지 않은 옛날 이야기다. 고만녜가 글을 쓴 문영미 작가의 친할머니다. 이야기를 듣는 이는 글을 배우고 학교에 다니는 일이 자연스러운 21세기를 사는 여자아이, 글쓴이의 딸이자 고만녜의 증손녀가 되겠다.

쫙 벌린 팔과 다리, 꽃을 머리에 이고 고만녜가 경쾌하게 걸어간다. 우리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100년 전’. 이제껏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북간도’라는 곳 이야기를 고만녜에게 들어보자. 원래 ‘간도’란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이며 우리 조상들이 살던 땅이다. 중국에서는 이 지역을 연길도延吉道라 한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는 청 태조가 태어난 이 지역을 봉금지역(封禁地域 이주 금지의 무인 공간 지대)으로 정했다. 텅 빈 공간 지대가 된 그곳은 청나라와 조선 사이[間]에 놓인 섬[島]과 같은 땅이라는 데서 간도란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간도는 압록강과 송화강松花江의 상류 지방인 장백산 일대長白山一帶를 가리키는 서간도와, 두만강 북부의 만주 땅이며 북간도라고도 불리는 동간도로 나뉜다.

고향 회령을 등지고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는 사람들 속에 만 네 살이 안 된 고만녜가 있다. 150여 명 이주민들은 한 해 농사를 새 터전에서 시작하려고 음력 2월 18일을 택해 그날 하루 만에 강을 건너 북간도에 도착한다. 회령에 큰 흉년이 들어 기근이 심해지자 몰래 북간도로 건너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중국도 이주하는 걸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 100여 년 전, 1899년 2월 18일 두만강 풍경이다.

고만녜는 넷째 딸, 아홉 형제 이름은 오래 살라고 천하게 부르거나, 아들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는 등 사연도 많다. 그냥 우뚝 서 있는 듯 보여도 저마다 성격대로 조금씩 다른 포즈를 취한 그림이 재밌다. 북간도의 가옥은 매서운 날씨 때문에 외양간과 부뚜막이 모두 한 공간으로 들어와 있는 구조다. 그런 상황을 한 장면에 모두 표현해 그곳 기후와 가옥의 관계, 그 속에 사는 사람들 일상을 들여다볼 수가 있다.

1905년 봄을 지나, 1908년 4월 북간도에 신식 학교인 ‘명동서숙’이 들어선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열네 살 고만녜는 명동소학교에 입학한 남동생 진국이가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남몰래 일곱 살 남동생에게 글을 배웠지만 읽을 책이 없다. 호박씨를 모아 바꾼 1전으로 성경책을 손에 넣게 된 고만녜는 눈물을 흘리며 줄줄 외울 때까지 읽었다.
1910년 단오날, 고만녜가 살던 명동촌에 여학교가 들어선다. 학교에 갈 꿈에 부풀었지만 이듬해인 1911년 3월, 열일곱 고만녜는 열네 살 까까머리 신랑과 혼인을 한다. 신랑 이름은 문재린, 고만녜는 아직도 정식 이름이 없다.
1911년 4월, 시아버지 문치정의 권유로 드디어 문씨 가문 맏며느리 고만녜가 학교에 간다. 고만녜는 이제 ‘김신묵’이다. 학교는 평생 꼭 3년 다닌 것이 전부이지만 고만녜는 언제나 배우는 마음으로 온 우주를 학교 삼아 평생을 공부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 책은 100년 전 북간도에 살았던 한 여자아이를 따라 간도 이주 역사와 당시 생활과 풍습은 물론 교육구국운동을 펼쳤던 지식인들의 활동까지 담아냈다. 배경색과 흑백의 예스러운 장치들을 석판 기법으로 살려낸 후 콜라주와 드로잉을 덧입힌 기법은, 방대하지만 축약된 스토리를 묵직하면서도 경쾌하게 거든다. 지루할 수 있는 글줄을 받쳐주는 김진화의 그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모두의 할머니라 하기엔 보다 특별한 배경과 개성을 지닌 고만녜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 『기린갑이와 고만녜의 꿈』(삼인, 2006)을 권한다. 700여 쪽이지만 특유의 말투를 살려 써서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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