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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예술 깊게 읽기]모두에게, 마법 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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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9:21 조회 7,62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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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지미 리아오 지음_김지선 옮김_씨네21북스_130쪽
2012.04.10_15,000원_중・고등학생_대만_그림책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성장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스스로 유별난 사람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모든 일들은 내게만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되니까. 그 누구도 나와 같거나 비슷하지 않고 그래서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그 시절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함께 모여 있는 육지고, 나는 바다 위에 멀리 홀로 떠 있는 섬 같다고.

“내게도 친구가 몇 명 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10쪽)
“나는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마음속은 무척 약하다. 때로는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스스로 왜 이렇게나 뒤틀어졌을까 생각하곤 한다.” (12쪽)

책에는 그 시절의 나와, 또 당신과도 같은 소녀가 등장한다. 부모는 소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늘 싸우고, 소녀는 성장통과 홀로 싸우고 있다. 소녀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고, 전화기만 붙들고 사는 아빠와는 마주하고 할 말이 없다. 결국, 소녀는 오롯이 혼자라고 느낀다. 성장기의 나는 같은 문제에 계속해서 넘어졌고 계속해서 아팠다. 소녀의 말처럼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거나 웃고 있어도 외로웠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마음은 멍이 들곤 했다. 그 문제들은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까닭에 내가 해결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나 역시 책 속의 소녀처럼 스스로를 뒤틀어졌다고, 별난 사람이라고 자책하며 그 시절의 터널을 헤맸다.

차가운 겨울 밤, 여전히 외롭고 고독한 소녀는 창밖으로 하늘 가득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노래하는 한 소년을 본다. 소녀는 소년의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새 학기, 그 소년은 소녀의 반으로 전학을 왔다. 말수가 적고 혼자 다니는 소년은 친구들에게 괴짜 취급을 받지만 소녀는 소년의 그런 모습을 좋게 눈여겨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 애는 미궁 안에 심어 놓은 한 그루 식물 같다. 미궁의 출구가 어딘지 따위 아랑곳 않는.” (39쪽)
“나는 새장 안에 갇힌 작은 새 같다. 아득히 멀고 넓은 하늘을 향해 날기를 갈망하는.” (41쪽)

소녀가 묘사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성장기 모습과도 닮아 있다. 모든 것이 부자유스럽고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시기, 누구나 막연히 다른 것을 원하곤 한다. 발 디딘 현실보다 먼 곳을 갈망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출구 따위는 아랑곳 않는 미궁 속 식물처럼 보일는지도 모른다.

처음 본 순간부터 소년을 주시하던 소녀는 소년이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고 주저 없이 소년을 돕는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고독했던 소년과 외로웠던 소녀가 ‘우리’로 함께하면서 두 사람의 세계가 맞닿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두 사람. 외롭고 쓸쓸하게만 보였던 그림책 속의 소년과 소녀가 한 장면에 함께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끼던 물고기들을 잃은 소년과 부모의 싸움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소녀는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두 사람은 소녀가 유년기를 보낸 곳,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을 만난다.

별밤을 만나고 돌아온 소녀는 한 차례 큰 병을 앓는다. 『소나기』의 소녀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 병이 나아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게 되고서야 소년이 이사를 가버린 것을 알게 된다. 소년이 살던 집을 조심스레 찾아간 소녀는 소년의 방 벽에 가득 붙은 고래 그림과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다. 소년은 그렇게 떠난 것이다. 이별은 아프지만 소녀는 성장통과 함께 자란다.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소년 역시 그렇게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훗날, 다시는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나는 그해 여름을 영원히 기억하리니. 가장 찬란하고, 가장 고요했던 별이 빛나는 밤을.” (129쪽)

그들의 시간은 짧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빛나는 별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저마다의 성장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미 리아오의 『별이 빛나는 밤』은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공감을,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성인에게는 가슴 아릿한 추억을 마법처럼 선사한다. 절제된 글로 읽어도, 정성스럽고 세세하게 짜인 일러스트로 읽어도 마음 한 구석 울림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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