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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세상을 바꾸려고 행동하는 평범한‘십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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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1 10:47 조회 7,83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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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의 용기』
필립 후즈 지음|김민석 옮김|엄기호 해제
돌베개|212쪽|2011.11.21|10,000원
중·고등학생|미국|인권



최근 학교 현장에서 뜨거운 감자는 ‘학생 인권’ 문제이다. 사회 곳곳에서 인권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가르치고 지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두발에서부터 복장, 체벌 문제까지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서 청소년이 성인보다 미성숙한가? 이 책은 흑백 분리 정책으로 차별이 극심했던 미국에서 그 차별에 저항했던 열다섯 살의 한 용기 있는 소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 그 소녀의 행동이 왜 흑인 민권 운동의 역사 속에 가려지고 숨겨졌었는지를 저자는 파헤치고 있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하여 행복추구권, 자유권, 평등권, 참정권 등 인간이 누려야 할 다양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이 보장한 내용들이 실제 우리 생활에서 과연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아직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법이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이 유리되는 상황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법이 있었고, 그 차별이 모든 생활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1940~1950년대 앨라배마 중부의 ‘짐 크로 법’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을 지배하였다. 흑인 아기와 백인 아기는 서로 다른 병원에서 태어나고, 어른이 되어서도 분리되어 살아가고, 죽어서는 서로 다른 묘지에 묻혀야 했다. 이러한 인종분리정책을 아우르는 전 체계를 ‘짐 크로 법’이라고 했다. 이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백인과 흑인을 분리하는 것뿐 아니라 흑인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몽고메리 시에서 버스를 탄다는 것은 일상에서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매일 같이 피곤에 지친 흑인 승객들은 앞줄(백인 전용 좌석)에 빈자리가 있어도 서서 가야 했고, 버스 운전사가 흑인에게만 요구하는 자리 양보에 불응하면 경찰권을 동원하였다.

즉 버스운전사의 주요 임무는 버스 운전 말고도 ‘짐 크로 법’을 강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차별에 용감히 맞선 사람은 성인이 아닌 평범한 십대 소녀 클로뎃 콜빈이었다.
클로뎃 콜빈은 버스에서 ‘헌법상의 권리’를 주장했다. 몽고메리의 흑인 시민이라면 누구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누구도 하지 못했던 문제 제기를 이 작은 소녀가 해낸 것이다.

나는 ‘좋은 머리카락’과 ‘좋은 피부색’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그렇다고 불만만 토론한 건 아니었어요. 어처구니없는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불평만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이 참을 수 없었어요. 학교 선배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도 그저 지켜보며 화만 내는 것도 싫었고요. 정의를 무작정 바라는 데도 지쳤죠. 기회가 찾아왔을 때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65쪽)

클로뎃 콜빈은 이 사건으로 경찰에 끌려가 교도소에 수감되고, 유죄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인종 분리에 반항한 ‘십대 소녀’가 이슈가 된 것은 잠시 뿐, 클로뎃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금세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 사건이 흑인 민권 운동과 전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클로뎃이 열다섯 살 소녀였다는 것이다. ‘감정적인, 자제력이 부족한, 불경스러운, 나대는’ 등의 말들이 클로뎃을 정의하기 시작했고, 몽고메리 시민단체들은 클로뎃의 말도 안되는 유죄판결에 대해 버스 보이콧으로 항의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것은 십대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클로뎃은 보잘 것 없는 배경을 가진 데다 미성숙한 십대였기 때문에 역사에서 클로뎃 콜빈의 존재가 지워진 것이다.

클로뎃 대신 선택된 로자 파크스는 흑인 인권 향상을 위한 단체인 NAACP 몽고메리 지부의 간사로 활동한 모범적 시민이었다. “침착하고 상냥하고 헌신적이고 분별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40대의 기혼 여성으로 버스 보이콧에 불을 지피기에 “적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클로뎃 사건과 똑같은 행동을 9개월 뒤에 한 로자 파크스가 흑인 민권 운동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회 운동 참여에도 이처럼 ‘적합한 자격’이 필요한가? 사회적 배경이 초라하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성격적 결함이 있거나 도덕적이지 못하면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나서지 못하는가? 왜 인권과 정의, 참여와 개혁을 외치며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집단 내에서도 진실하고 용기 있는 행동에 자격과 적합의 대상을 정하고, 의미 부여를 대상에 따라 선별하는 것인가?
이 책은 ‘사회 참여’라는 문 앞에 또 다른 장벽이 있음을 제기하고 있다.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과 의지로 사회 운동에 참여한 행동하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폭로하고 있다. 동시에 인권과 정의를 내세운 운동 속에도 반인권과 불의가 숨어 있음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의를 말하고 개혁에 참여할 자격과 권리가 있다. 십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 속에도 ‘편견’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십대이기 때문에 ‘부적합하다’고 규정짓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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