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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본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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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1 10:22 조회 6,8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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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원정대』
생태지평연구소 지음|이명애 그림
한울림어린이|160쪽|2011.12.22
13,000원|가운데학년부터|한국
환경, 시사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이 3년 1개월 동안 이어지다가 1953년 미국과 소련의 중재로 휴전 협정이 맺어지고, 군사 분계선(휴전선)이 그어진다. 이 선의 위와 아래 2킬로미터씩 떨어진 지점에 북방 한계선과 남방 한계선이 그어졌는데, 이 양쪽 한계선 안쪽이 무기를 쓰지 않기로 한 비무장지대, ‘Demilitarized Zone’다. 책 앞부분에 소개된 글을 옮겨 쓰면서 이미 많은 생각이 오고감을 느낀다.

우리 역사에서 ‘비극’이라 이름 붙이기에 가장 어울리는 한국전쟁. 그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과, 휴전에 얽힌 당사자 아닌 국가들 간의 세력 다툼, 굳이 무장하지 말자고 정해 놔야 하는 지대가 존재함, 그리고 그럼에도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음에 대한 생각들이다.

수년 전 서해 여행 중 폐 군함을 박물관으로 꾸며 놓은 곳에 들른 적이 있다. 서해교전에 대한 자료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해 한참이나 발길을 못 돌렸었다. 반공, 애국의 이데올로기에 신념을 얹고 장렬하게, 그러나 덧없이 스러져간 젊은 넋들에게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였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것들이 과연 무엇이었으며, 무엇이어야 했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이, 이 책으로 다시 떠올라 왔다.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 그 실마리다. DMZ에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생명, 평화의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군사적 긴장감이 감도는 DMZ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오히려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콘셉트다. 마치 자연을 파괴하는 가장 빠른 길이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반증처럼도 느껴진다.

어린이신문 기자인 초아 기자와 통일 전문가가 꿈인 열두 살 가온이, 어류학자가 꿈인 아라와 새에 관심이 많은 마루(열한 살 쌍둥이), 초아 기자의 조카 열 살 다솜이가 DMZ 원정대를 꾸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친 장기간의 답사 프로젝트에 임한다.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며 시작된 여정은 겨울 철새들의 안식처인 철원 평야에서 마무리되는데, 그 사이에 백령도, 강화도, 유도, 장항 습지, 평화의 댐, 양의대 습지, 두타연, 인제 인북천, 용늪, 김포와 철원 평야를 돌아보게 된다.



과연 자연과 생태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설명과 사진으로 소개돼 있다. 백령도의 물범과 쇠가마우지, 부리를 물속에 넣고 이리저리 저어가며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저어새, 천연기념물인 산양,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사는 고라니, 두타연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는 열목어와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 습원 용늪에서 자라는 야생화들, 철원 평야의 겨울 철새 개리, 재두루미, 두루미 등이 본문에서도 다루어지는 것은 물론이지만, 별도의 난에서 다시 설명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위기 동물 1급, 2급으로 지정돼 있다는 설명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지금처럼 자연 파괴가 심각한 상태에서 어떤 동식물이든 멸종 위기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각 장의 말미에는 초아 기자의 기획 연재라는 별도 난이 있는데, ‘평화와 생명의 땅 DMZ’라는 기획 아래, 민족의 비극 한국전쟁, 바다 위의 경계선 북방 한계선, 공동 경비 구역과 판문점, 평화롭지 않은 평화의 댐, 불타 사라지는 DMZ의 숲, 통일을 위한 우리들의 노력 등을 다루었다.

기획 연재는 자연 답사 보고서인 것 같은 이 책에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역할을 더해준다. 정치색이 짙지 않고, 적절한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면에서 아주 요긴하다. 특히 북방 한계선 기사에서 서해교전에 대해 다루었는데, 막연하게 짐작하던 남북 간의 해상 교전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나 싶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초등학교 가운데학년을 겨냥한 책이라서 ‘관점’ 있는 이야기들이 별로 다루어지지 않은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여기는데, 군데군데 감상적인 어조로 남북이 자유로이 오가지 못하는 부분을 자연에 빗대는 대목은 좀 억지스러우며, 무엇보다 원정대의 설정이나 이야기의 전개가 평범해서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일깨움은 빨라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지구라는 생명의 터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서, 온갖 이해관계의 그물에 얽힌 한국이라는 나라의 좌표, 영욕의 역사를 함께 이어가는 구성원으로서의 자각은 학업의 뒤로 미루어 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더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서 이런 책들이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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