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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희망의 망고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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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2 22:34 조회 7,0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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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사막에서 혼자 피를 흘리며 엄마를 찾아 울부짖는 여자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작년에 우연히 본 영화 <데저트 플라워>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사막의 유목민 가정에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영국으로 건너와서(탈출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세계적인 슈퍼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의 자전적인삶을 그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언뜻 보기에는 한 사람의 화려한 인생 성공스토리 같지만 본질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문화상대주의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없는 아프리카 여성 할례의 진실이다. 보통 4~8세 정도의 여아에게 소독약이나 마취제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면도칼로 할례를 하는데, 치사율이 무려 5~10%로 추산된다고 한다. 전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끝없는 가뭄, 그것으로 인한 기아와 전염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여인들의 또 다른 형벌이라 할 수 있다. 가혹한 운명에 휘둘리는 그들을 보면 희망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망고 한 조각』의 마리아투 카마라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시골 막보로에서 마리고모, 알리 고모부, 또래 사촌들과 함께 살았다. 가난했지만 춤추기 좋아하고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밝은 성격에 같이 밭을 갈고 강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던 소년 무사와 결혼하기를 꿈꾸던 열네 살 십대 소녀이다. 그 소녀의 삶은 전쟁으로 순식간에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소년 두 명이 나를 붙잡는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체테가 허공을 가르며 내려온 순간, 사방이 고요해졌다. … 소년은 팔의 위쪽으로 다시 한번 마체테를 내리쳤다. 이번에는 내 손이 바위에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신경이 몇 초간 살아있었기 때문에 손이 파닥파닥 뛰었다. 마치 저녁거리로 강에서 잡아온 송어처럼 말이다. (39쪽)

내전이 일어나 마나마로 피난했다가 먹을 것을 찾아 나선 어느 마을에서 소년 반군들에게 잡혀 두손이 잘리는 것이다. 포데이 산코라는 전쟁광이 시에라리온의 풍부한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전쟁을 일으킬 무기로 바꾸고, 소년들을 부추겨 군인으로 만들었다. 순수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의 도구로 쉽게 이용되어온 역사상 많은 소년병들처럼(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이 떠오른다!) 시에라리온의 전쟁광에게 영혼이 파괴당한 소년 반군들은 마리아투의 두 손을 잔혹하게 자른다.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멋지게 희망을 전파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갑자기 하루아침에 두 손이 잘린 마리아투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비극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가까스로 수도인프리 타운의 병원에 도착하여 다친 손을 치료 받는 중에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피난 중에 고모부의 친구인 살리우가 자신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뿐, 어떻게 아이가 생기는 지도 모르는 어린 소녀에 불과한데 말이다. 어렵게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는 다섯 달 만에 죽고, 거지처럼 구걸하며 살아가는 프리 타운의 열악한 수용소 생활은 더욱더 비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기에 마리 아투는 조금씩 자신을 추슬러 나간다. 2002년에는 자신을 후원해주는 빌의 도움으로 캐나다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이제껏 본 장면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식구들의 구겨지고 더러운 옷과 눈가에 드리워진 서글픔. 이상기후로 과거 몇 달간의 우기가 이제 몇주로 줄어들어서 바짝 말라버린 농작물. 내가 시에라리온에 살았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내가 사는 다른 곳은 집집이 차가 두 대이고, 새 옷을 매달 사들이고 아무 때나 외식을 했다. (214쪽)

모든 변화는 자신이 서 있는 이 자리를 깨닫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세계적인 수퍼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는 친구 마릴린을 통해 아프리카 여성 할례의 비인간적인 면에 눈뜨게 되고 악습을 폐지하기 위해 용기를 내 나서게 된다. 할례를 공론화시키고 UN의 특별인권대사로서 2002년부터 재단을 설립하여 아프리카 여성들을 지원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마리아투 역시 다시 찾은 고향의 모습에서 불평등한 세계의 모순을 발견한다. 마리아투는 토론토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동시에 분쟁지역 아동보호 유니세프 특사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우리가 『망고 한 조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픔을 개인적으로 묻어두지 않고, 자신이 겪은 참상을 알리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지역의 비극적인 일들을 세계가 눈감고 외면하지 않도록 말이다. 반군에게 손이 잘린 채로 여러 곳을 전전하던 중에 만난 어떤 아저씨가 건네 준 망고 한 조각이 그녀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그녀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망고 한 조각이 되고자 한다. 이제 그들에게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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