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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새로운 낙원을 꿈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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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9:38 조회 6,1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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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은 언제나 거리를 두고 자신을 어디 낯선 물건을 보기라도 하는 듯한 엄마 때문에 늘 외로운 아이다.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건 가까운 사람들이다. 외로움은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고 사랑은 가까운 사람에게 기대하는 감정이니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의 총량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외로운 밥을 먹어 살이 너무 찐 경실이는 어느 날 나타난 이복언니 정우를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엄마가 언니의 남편, 형부를 빼앗아 사는 거라는 엄청난 사실을 알았을 때도 경실에겐 그것이 이미 못 견딜 상처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막연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술술 읽히는 귀여운 문체가 압권이고 외로워서 뚱뚱해지는, 뚱뚱해져서 더 외로운 경실이가 나 같기도 하고 내가 아는 사람들 같기도 하다. 어두운 시절에 대한 기억들도 아이다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게 만드는 경실의 독백으로 전개되어 너무 무겁지 않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의 중학교, 그 애매하고 막연한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고 약간은 답답하고 살짝 살짝 두려운 감정에 젖어들게 했다.

외톨이 경실이는 소녀 가장인 미숙이가 자신이 아이들과 하고 있는 독서클럽에 초대했을 때 겁은 났지만 기뻤다. 그리고 독서클럽 아이들 각자가 자신하고는 다르지만 현실적인 상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용식이 형은 데모하다 끌려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고, 해철인 수몰지구에서 빠져나와 엄마가 술집을 하고 있고, 명남인 눈이 없는 무당이 자신의 엄마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기장에 이미 자신의 외로움을 고백한 경실인 끝내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딴 살림 차려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자신에게 이복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못한다.

지고 가기에 버겁고 내려놓기엔 두려운 부모님들의 현실을 아이들은 온 몸으로 느낀다. 어른들은 비루한 현실과 타협하지만 아이들은 현실을 탈출해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기를 꿈꾼다. 경실인 독서클럽 아이들에게도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지어보라 한다. 다들 자신들의 낙원을 가지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내는 힘이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이 없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부모가 존재하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은 부모 없이 살아가는 사람만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외로움이 있는 경실인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안고 사는 다른 이를 금방 알아보고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경실이는 자신이 제안해서 독서클럽 아이들이 쓴, 아이들의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읽으며 불안감을 느낀다. 꿈꾸는 세상이 어른들이 두려워하고 금지한 세상과 닮아있어서…



“아틀란티스가 뭐꼬? 공산당들이 사는 데가?”
“… 긍께 지금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당이 고마 정권을 잡는 천당. 만들자, 그 이야기기가…?”
“… 그라니께 그 용식이 형이 니들 배후가?…”
“…중학생들까지 모아서 나라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라 했나…” (230~231쪽)

경찰서에서의 험상궂은 아저씨는 뭐가 두려웠을까? 그 시대에 우린 무슨 비밀들이 그리 많았을까? 경실인 독서클럽 아이들이 자신을 주동자로 몰고, 아니 이런 일들이 생기면 경멸하던 자신의 아버지를 빽으로 사용하려고 자신을 독서클럽에 넣어준 걸 알기에 아무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 경실인 자신을 외롭게 한 엄마를 이해하긴 싫었지만 언니의 남편을 빼앗아 사는 엄마의 힘듦을 느낀다. 또한 비리 공무원 아빠가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될까봐 자신의 머리를 자르고 방에 가두긴 하지만 권력과 돈을 이용해도 사람의 진심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아빠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실인 이젠 아틀란티스를 보내려 한다. 맘속에 오래 묻어 놓은 낙원을 보내고 새로운 낙원을 다시 짓고 싶다. 성장한다는 것은 떠나보내고 접어야 할 것들이 많아지지만 두려움이 커질수록 외로움의 무게는 견딜 만해진다.
이야기 속의 배경은 1970년대, 경상도 사투리가 정겨운 한 작은 마을 이야기지만 자꾸만 30년도 훌쩍 넘긴 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가 기어이 쓸 수밖에 없는 작가에게 눈길이 간다. 작가가 고백한다.

낙원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낙원을 믿는 그 순진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참 힘들었습니다.
… 자신만의 낙원이야기를 지어보는 많은 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조금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12~13쪽)
소설 속 주인공들이 밤을 밝히며 지어낸 이야기들만 다시 찾아 읽는다. 이 글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틀란티스를 꿈꾸기 바라고, 어른들은 지금도 막연하게 붙잡고 있는 그들의 아틀란티스를 떠나보내며 새로운 낙원을 꿈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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