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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2% 부족한 거장의 초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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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8:57 조회 6,5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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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독자들이 안심하고 좋은 책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다. 책의 제목도 편안하다. 표지 그림은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에게 꽃을 건네는 장면인데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앤서니 브라운은 영국의 유명한 그림책작가다. 그의 그림책은 완성도가 빼어난 작품이 많다. 『돼지책』 『동물원』 『터널』 『고릴라』 『미술관에 간 윌리』 등등 거의 모든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준다. 그의 그림은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환상적인 내용이 아주 풍부하다. 주제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구성으로 풀어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애정을 갖게 된다. 그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는 인간과 동물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사랑. 사람의 내면을 울리면서 기발하게 숨겨 놓은 재미있는 그림을 보면 그의 그림책 세상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탁월한 상상력의 작품들마다 항상 새로운 감동을 안겨준다.

그림책을 다양하게 읽다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과 어른들이 감동하는 그림책이 따로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이와 어른의 심리가 다르고 경험 또한 같지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좋아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모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그의 작품은 경이롭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최고의 작가라고 손꼽곤 한다.

하지만 『우리 친구 하자』를 보자니 앞서 나온 앤서니 브라운의 수준 높은 작품에 비해 허술함이 느껴지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이 그림책은 1977년에 나온앤서니 브라운의 두 번째 작품. 권말에 수록된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아직 책에 대해서 배울 때여서 긴장해서” 쓴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초기 그림책이라 그랬겠다.

내용을 살펴보자. 스미스 씨 가족은 딸 스머지와 강아지 알버트. 낡은 집과 깨끗하지 못한 주변 환경을 보면 생활이 넉넉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스미드 부인의 가족은 아들 찰스와 강아지 빅토리아. 커다란 저택에 깔끔하게 정돈된 주변을 보면 중산층 이상의 가정임을 알수가 있다. 스미스 씨와 스미드 부인의 가족은 어느 날 아침 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서로 다른 계층의 가족들이라 처음에는 관심을 갖거나 아는 척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아지 알버트와 빅토리아는 줄에서 풀려나자마
자 공원 곳곳을 뛰어다니며 금세 친해진다.



공원의 한쪽 벤치 양쪽 가에 앉은 스미스 씨와 스머지, 스미드 부인과 찰스는 서로 다른 시선을 두고 있다. 스미스 씨와 스미드 부인은 무표정하게 앞만 바라보고 있으며, 스머지와 찰스는 약간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어른들은 서로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아지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스머지와 찰스도 조금씩 친해져서 마침내 함께 맘껏 놀게 된다. 야외 무대에서 아이들과 개들이 즐겁게 노는 장면을 보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찰스가 스머지에게 노란 꽃을 건네주며 서로 친해졌음을 보여주는 그림과 대조되게 스미스 씨와 스미드 부인은 서로 딴청을 피우고 있다. 가슴이 답답해질 것이다. 소통하지 않는 어른들의 잘못을 여지없이 꼬집고 있다.

하지만 끝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노란 꽃이 스머지 방의 창가에 소중하게 꽂혀 있는 그림이 마지막 장면이다. 현대 사회에서 계층 간, 남녀 간의 갈등과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씩 친해지면서 소통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우리 친구 하자』가 앤서니 브라운의 초기 작품이라 뭔가 약간 부족한 느낌을 받는데 비해 1998년 수정 보완한 작품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번역 출판)는 작품 수준이 많이 높아졌음을 알수 있다. 그림도 예술성이 월등히 높아졌고 내용도 아주 풍부해졌다. 찰스 엄마, 스머지 아빠, 찰스, 스머지의 시점에서 공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각각 풀어내고 있다.

네 사람의 성격과 심리 상태를 그림과 글 속에서 깔끔하면서도 완벽하게 읽어낼 수 있다.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네 사람의 옷차림, 말투, 표정을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배경 처리도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요소를 숨겨놓아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마지막 장면, 찰스에게 받은 꽃을 컵에 꽂아서 아빠에게 선물로 드렸다는 스머지의 말을 보면 『우리 친구 하자』의 마지막 장면인 꽃을 유리병에 꽂아 소중하게 간직했다는 것보다 훨씬 멋진 마무리다.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의 주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감동 역시 더 크게 울려온다. 『우리 친구 하자』와 견줘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두 작품 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20년 사이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성이 어떻게 달라졌나를 한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 그런데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절판되어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안타까운 마음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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