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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어머니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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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6:09 조회 5,5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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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되돌릴 수 없는 큰 실수를 했을 때 후회하기 마련이다. 실수가 몰고 온 결과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진들 실수로 인한 아픔과 고통은 또 다른 누군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엄청난 아픔과 고통을 한 사람이 아닌 우리들 모두 그리고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후손들까지 짊어져야 한다면 실수에 대한 후회는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한恨으로 남을 것이다.

여기 각각 한 편의 시집과 수필집은 “그 실수”에 대해 직설적인 언어를 쏟아 놓고 있다. 티 없이 맑고 고운 정신세계를 간직한 이들은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강줄기를 따라 아름다운 선율을 담아내던 작가들이 저항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그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일까?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무려 100명이 넘는 작가들이 ‘강’을 주제로 한 자리에 모였다.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는 고은외 99명의 작품이,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는 강은교 외 28명의 작품이 실려 있다. 100편의 시와 29편의 산문을 통해 우리는 작가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알수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작가들의 분노와 그리고 파괴에 대한 경고를 읽을 수 있다.

인간은 어머니에게서 자신의 근원을 물려받고 뱃속에서 나와 어머니 젖을먹고 삶을 이어간다. 어머니는 삶의 터전이자 한 존재의 삶이다. 어머니가 주는 푸근함과 따스함은 누구나에게 존재하는, 존재해야 하는 태초의 품이다. 작가들은 ‘강’을 어머니로 인식한다. 어머니를 해치는 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여 저항의 글쓰기 운동은 시작되었다. 이들이 내는 생명의 목소리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자식의 몸짓이다. 자식의 귀에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여실히 들렸으리라.

탐욕의 쓰라린 죽임의 암호 / 어머니 강물께서도 들으셔야 했으니 / 그러나 나 또한 어머니를 버린 자였으니 / 당신의 울음소리 듣고서도 / 당신의 외마디 비명 듣고서도 / 당신의 간절한 말씀 듣고서도 / 그저 아파할 뿐 당신을 공경하지 않았으니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 128쪽, 홍일선 「첫 시를 쓰던 첫 강으로 돌아가야 하리」 중에서)

어머니 ‘강’은 자본의 논리와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으로 신음한다. 강이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을 언제까지 견뎌낼지 그리고 언제까지 우리를 용서해 줄지 모른다. 작가들은 파괴자를 죄인으로 본다. 파괴자의 욕심이 만들어 낸 야만적 행태에 대해 작가들은 ‘곧은 소리’를 내고 있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고 했던가. 소시민적 근성에 젖어 있는 잠자고 있는 영혼에게도 자각의 메아리를 들려주고 있다.

마지막 저항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작가들은 파괴에 대한 직언直言을 멈추지 않는다. 한 편의 시집 속 작가들이 내는 저항의 목소리는 다소 직설적이나 독자들은 행간을 통해 그 간절함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고비에서 나는 세수 안 한 얼굴로 낙타처럼 열흘을 견뎌야 했다. 물은 귀하다. 사람도 귀하다. 세상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어린아이의 웃음은 얼마인가. 은하수는 얼마인가. 해질녘 여울 물소리는 얼마인가. (『강은 오늘 불면이다』 168쪽, 최승호 「나를 내어주려 곧지 않고 부러 굽었소」 중에서)

세상사를 경제 논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세대는 그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하는 것이 있다.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는 성역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가 분명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의무다. 권리를 쟁취하기 전 의무에 충실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은 지금 이 순간 평화롭게 잠을 자야 한다. 우리가 향수鄕愁를, 그리움을, 삶의 흔적들을 아련하게 남겨둔 곳. 언제고 찾아가 잠시 서성일 수 있는 삶의 물줄기. 하지만 오히려 “강은 오늘 불면이다.” 경제 가치로 따질 수 없는 저 인간 근원의 그곳. 저항의 글쓰기 작가들은 이것들을 지켜내려 한다. 우리는 또 한 편의 산문집에서 그것을 역력히 읽을 수 있다.

우리들은 나이가 들고 철이 들고부터는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따뜻한 웃음으로 우리들을 용서하신다. 하지만 “이 불효자식을 단 한번만 용서하시라”(나종영, 「섬진강에는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해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수 있다. 바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이리라. 뒤늦은 후회, 어쩌면 그 자신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도 한恨이 될 터이다.

우리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 곳.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터전에는 항상 어머니가 계신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 지금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머니! 어머니는 오늘도 죽을 것처럼 아파도 고통스러운 표정조차 짓지 못하고 참고 또 참고 계신지도 모른다. 그러다 자식들이 채 알아채기도 전에 결국 삶을 마감하실 지도 모른다. 자식이라면 이제 귀담아 들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아니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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