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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가슴속에 있는 예쁜 고래의 눈을 들여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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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9:24 조회 8,5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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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항상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원시시대에 가장 큰 공포는 자연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자연 앞에 선 인간은 한없이 작고 초라해 보인다. 자연현상을 주관하는 절대자가 있었을까? 옛날부터 동식물은 사람들에게 경외(敬畏)의 대상이었다. 주술과 종교의 기능을 담당했던 토테미즘(totemism)의 영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호랑이와 곰, 거북이와 고래는 많은 민족들이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게리 D. 슈미트의 『고래의 눈』은 신성한 동물인 고래를 통해 순수한 영혼과의 만남을 상징한다. 깊은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인 고래는 동경의 대상이다. 사람들은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항상 이상적인 꿈을 꾼다. 고래는 이런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존재이다. 주인공 벅민스터는 바다에서 만난 고래의 눈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그것은 현실에서 환상으로 넘어가는 순간, 즉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를 의미한다. 다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벅민스터는 고래의 눈을 통해 유년시절의 껍데기를 벗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장소설은 청소년기의 방황과 좌절을 통해 영혼의 성숙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도 성장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목사인아버지의 억압적 태도는 벅민스터를 숨막히게 한다. 결국 아픔과 상처를 딛고 유년기를 통과하는 모습은 상황만 다를 뿐 우리가 겪었을 사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벅민스터가 고래의 눈을 바라보는 장면은 바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며 성숙한 영혼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이처럼 고래를 통해 작가는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담담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단순한 성장소설로만 볼 수는 없다. 1912년 메인주 핍스버그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소설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에 벌어졌던 이야기지만 그 상처와 아픔이 남아 있다. 주인공 벅민스터와 리지 브라이트는 백인과 흑인이다.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처럼 벅민스터와 리지는 순수한 만남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분명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서 읽더라도 인종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까지 지울 수는 없다. 또한 벅민스터의 아버지는 한 마을의 목사이다. 종교적 윤리가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망과 부딪칠 때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또한 억압적인 양육 태도, 공동체의 가치와 개인적 양심의 대립 문제 등은 이 소설을 단순한 성장소설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의미의 사회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상인‘뉴베리 상’과 청소년문학상인 ‘마이클 L. 프린츠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는 것이 곧 이 작품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 평가의 근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벅민스터의 내면 심리나 리지가 살고 있는 말라가 섬에 대한 묘사는 객관적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라고 볼수 있다. 인물들 간의 대화와 행동보다는 설명과 묘사가 두드러진다. 콥 할머니와 허드 할머니는 벅민스터에게 생각의 실마리를 던져주기도 하고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주기도 한다. 두 할머니는 떠나고 죽지만 이 과정을 통해 벅민스터는 삶과 죽음, 일탈과 억압을 동시에 경험한다. 일탈행동에 대한 벌로 콥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지만 벅민스터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외로움을 몸으로 체험한다. 스톤크롭씨는 매정한 현실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허드 집사 일가처럼 당하는 사람이 있고 모욕을 견디고 그들을 배려하는 벅민스터 모자도 있다. 장편이지만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몇몇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겪는 저마다의 아픔과 주인공벅민스터의 성장 과정을 통해 100년 전 핍스버그의 현실을 재현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무겁고 진지한 것은 아니다. 작가 특유의 재치와 입담 그리고 발랄한 상상력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물한다. 또한 바람을 의인화시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단절과 주인공의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하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단순한 자연현상이지만 바람을 통해 성장의 아픔을 잘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소설은 나의 삶과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묻고 있다. 힘이나 돈을 가진 권력자는 악역을 맡게 된다. 엘웰 보안관이나 스톤크롭씨가 여기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말라가 섬에 사는 사람들을 쫓아버리고 관광사업을 벌이려다 실패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벅민스터 목사는 종교인으로서 양심과 공동체의 이익 사이에서 고민한다. 목사는 아들에게 『아이네이스』, 『종의 기원』을 통해 종교, 종교인의 역할과 사회적 의미를 묻고 있다. 라틴어로 된 책을 번역하고 진화론을 주장하는 책을 읽으면서 벅민스터는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책은 네 마음의 불을 붙일 수 있다. 책이 전달하는 생각은 불쏘시개가 되고, 문학성은 성냥이 되기 때문이지.”(202쪽)라는 말은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자신과의 만남,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이 말은 시대적 가치와 현실을 통찰하는 힘이 오롯이 책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작가의 의도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고래의 눈’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구나 가슴 속에 예쁜 고래 한 마리를 키우듯, 우리들 가슴속의 맑은 영혼의 눈을 마주해 보자. 한 마리의 고래를 따라 바다 속을 유영하는 표지는 푸른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고통스럽지만 희망을 버릴 수 없다는 이미지를 표현한 것 같다. 과거의 역사는 오래된 미래다. 소설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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