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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오늘의 청소년책 북토크] 우리가 살고 꿈꾸며 만드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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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1-02 11:41 조회 3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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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꿈꾸며

만드는 도서관


고정원, 김윤나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이소명 영훈국제중 2학년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은 친구를 사귀며 교실과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 간다. 도서관 가까이 살아서 책을 자주 빌리러 오거나 독서동아리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도 보낸다. 그중 한 명인 소명이와 ‘도서관’을 주제로 북토크를 가져 보았다. 마침 도서부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을 재미있게 읽던 때였다. 하여 도서관을 둘러싼 서사가 가득한 책을 중심으로,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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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도서관 최다 방문객, 도서부 


김윤나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은 최상희 작가가 쓴 청소년소설로, 도서부 학생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예요. 도서부에 가입한 주인공 녹주와 조금은 독특한(?) 차미와 오란 세 친구의 하루를 담았어요.

이소명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표지도 예뻤고요. 제가 생각했던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는 조용하고 힐링이 되는 공간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생각과 일치했던 부분도 색달랐던 부분도 있었어요. 소설 속 문장도 좋았는데, 책제목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이라는 문장은 이해가 잘 안 갔어요.

고정원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되짚어 보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선 첫 에피소드에 속눈썹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공 녹주는 서로 초상화를 그려 주는 미술 수업에서 네 속눈썹이 사라졌다는 짝꿍 민영이의 말에 화들짝 놀랍니다. 그리곤 무엇이든 찾아준다는 차미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차미가 늘 상주하다시피 하는 도서관에서 차미와 오란을 만난 녹주는 ‘잃어버린 잠’을 찾고 싶어하는 차미의 사연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장치는 등장인물들이 개성 강한 인물이라는 걸 알려 주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김윤나 이 책은 2022년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에 단편을 발표한 작가가 이야기를 확장하여 쓴 소설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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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원 저도 그 책 읽으면서 청소년 캐릭터들이 워낙 실감나서 뒷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었거든요. 이렇게 장편으로 나오니 더 반갑더라고요. 도서관에 오는 청소년들을 보면 개성 강한 친구들이 많지 않아요? 우리 도서관 독서동아리도 그렇고··· 학교 친구들은 어떤가요?

이소명 학교도서관에도 도서부 아이들이 있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도서부원들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현실에선 생기부에 잘 쓰이기 위해 도서부에 지원하는 친구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도서부는 아니지만 학교도서관 행사들을 할 때마다 참여하곤 했어요. 올해 참여한 것 중 기억나는 것은 독후감을 쓰면 포춘 쿠키를 주는 행사였는데 재미있었어요.

김윤나 도서관에서 포춘쿠키를 준다니, 좋네요. 학생들이 그걸 받기 위해 독후감을 쓴다니 놀라운데요. 독후감 쓰기 어렵지 않나요?

이소명 3∼5줄 내외의 짧은 독후감이라 쓰기 어렵지는 않아요. 친구들이 도서관에 잘 안오니까 간식으로 유혹(?)하는 걸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봤는데, 그것보다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책에서처럼 1박 2일 캠프를 하는 등 말이에요.

고정원 우리 도서관 청소년자료실에서도 꽤 오랫동안 매년 1박 2일 캠프를 했어요. 하룻밤을 같이 지내다 보면 정말 친해지고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요. 

이소명 도서관에서 1박 2일 캠프라니,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이곳 도서관 독서동아리도 무척 재미있어요. 책 좋아하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책 이야기를 나누니 도서관에 애정이 더 생겨나고요. 낯 가려서 많이 금방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책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고정원 그러고 보니 우리 독서동아리 친구들도 개성이 엄청 강한 친구들인 것 같아요.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에 나오는 도서부원들처럼 말이죠. 책을 좋아하는 청소년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상상력도 풍부하고 아는 것도 많아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접할 수 있더라고요. 

이소명 저는 늘 읽던 책만 읽는 편이었는데, 독서동아리 덕분에 폭넓은 주제의 책을 읽고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어요.

김윤나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좋은 책을 만날 수도 있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행사에 참여해 선물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공공도서관에서는 늘 누가 대출한 통에 베스트셀러를 빌리기 힘들지만, 학교도서관은 공공도서관보다 베스트셀러를 빌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소명 맞아요. 그런데 일 년에 두 번 정도밖에 신간이 안 들어와서 아쉬운 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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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일어나는 것, 사람의 일들


김윤나 이 책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는 현실적이어서 좋았어요(편집자 주: “도서관 다람쥐. 도서관에서 책을 몰래 숨겨 놓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략) 도서관 다람쥐가 숨겨놓은 책을 우리는 도토리라고 불렸다. 이렇게 제자리를 일탈한 도토리들은 도서관에 분명 있지만 없는 책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표제작 중에서 발췌했음을 밝힌다.) 도서관에는 정말 다양한 이유로 책들이 숨겨져 있거든요. 특히 청소년들은 비밀(?)과 호기심이 가득해서 보고 싶은 책을 빌리지 못하고 남몰래 서가에 숨기기도 합니다. 서가에 어떤 책이 혼자 삐져나와 있거나 거꾸로 꽂혀 있으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추리를 할 수 있거든요. 이 책에서는 ‘도토리’를 숨긴 사람에 대한 추리를 해 나가요. 저는 당연히 범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반전은 없어서 조금 허무했어요.

이소명 소설에 등장하는 녹주, 차미, 오란 주인공 세 명 모두 개성이 강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겪는 사건은 현실적이었어요. 그래서 좀 밋밋한 느낌이 있었고요. 그래도 주인공들이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해서 교장실에 책을 넣어둔 것은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도서관 금서 목록을 주제로 논하는 소설 네 번째 에피소드 「예상은 빗나간다」).

고정원 윤나 선생님이 수서 정리실에서 희망도서를 담당하셔서 그 부분을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은데요.

김윤나 맞아요. 도서관 예산이 한정되다 보니 모든 희망도서를 다 사 줄 순 없거든요. 그런데 이 방법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장실에 책을 두다니 말이죠.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소설 속 ‘희망도서 신청’과 관련한 에피소드만 보더라도 청소년들은 ‘읽을 권리’를 주장하잖아요. 원하는 책을 읽는 것도 권리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현장에선 쉽지 않은 부분 중의 하나죠. 소명 학생은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이소명 ‘읽을 권리’를 주장하는 학생의 이야기가 이해되기도 했어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자료로부터 학생들을 지켜줄 권리도 있다고 생각해요. 즉 학생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자료에 관해서는 말이죠. 저는 다섯 번째 에피소드 「대신 전해 드립니다」를 읽으면서 우리 학교에도 이런 것(‘대나무숲’과 같은 소통 창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엔 누군가의 입담이 타인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되긴 했어요.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까진 몰랐었거든요.

김윤나 저도 이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역시 범인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고정원 도서관이라는 배경을 통해 누군가 전령처럼 무언가를 ‘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면 좋을 듯해요. 학교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다른 책들도 많은데요. 『책과 열쇠의 계절』은 우리 도서관 인근 학교에서 도서부로 활동하는 학생이 추천해서 읽은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 깜짝 놀란 대목이 있는데요. 범인으로 의심되는 학생의 과거 독서 대여 리스트(대출 이력 목록)만 보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데,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보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도서관에서 범죄자가 어떤 종류의 책을 읽는지 기사화되는데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도서관은 개인의 이야기가 참 많이 모이는 곳인 듯해요. 도서관에서 밤을 새고 우정도 다지는 녹주, 차미, 오란 세 도서부원들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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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이야기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김윤나 도서부를 주제로 한 다른 책들도 추천해 볼까 해요. 최근에 출간된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에 등장하는 학교는 개교한 지 백 년이 넘은 곳이에요. 그곳에 다니는 도서부원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도서관 괴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소설에서 ‘도서관 괴담’에 등장하는 종이학을 접어 달라고 하는 귀신은 1930년대에 일제강점기 시기를 보낸 학생들이었어요. 도서부원들이 타임 슬립을 해서 괴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였고요.

이소명 사연이 있었네요?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듯해요.

김윤나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에서도 비슷한 듯 다른 사연을 가진 단편들이 등장해요. 특히 「유령이 머무는 숲」과 「한밤에 만난 두 사람」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어요. 작가의 상상력이 인상적이었는데, 「유령이 머무는 숲」은 도서관을 도피처로 삼은 도서관 유령과 한 아이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어느 날 유령은 도서관에서 책을 마구 찢는 아이를 보고 괘씸하게 여기는데, 사실 이 아이에게는 책을 찢게 된 슬픈 사연이 있었어요. 엄마를 잃은 이후 애도가 필요했는데 애도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엄마와 유일하게 연결된 사물인 ‘책’을 찢으면서 슬픔을 잊으려고 한 거죠. 도서관은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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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원 저도 도서관이 하나의 치유의 공간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도서관이 점점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이소명 저희 학교도서관은 교실의 반의 반크기밖에 안 돼요. 학교도서관 중에서도 좋은 곳이 많은데 아쉬워요. 이렇게 이야기가 많을 수 있는 공간인데 말이에요.

고정원 크기가 꼭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마을에서 제일 좋은 공간이 도서관이었으면 좋겠어요. 만화 『도서관의 주인』과 소설 『도서실에 있어요』에는 능력 있는 사서가 나와요. 사서가 이용자들에게 건네는 책들이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 주는 모습들을 볼 수 있죠. 『도서실에 있어요』에 나오는 사서는 자신이 만든 양모 펠트를 책과 함께 건네며 책을 빌려주는데, 그 모습이 그려진 책표지가 정말 예쁘죠?

김윤나 정원 선생님도 한번 해 보세요. ‘금손’이시잖아요? (^^)




우리가 원하는 도서관이란


정원 마지막으로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이소명 이런 질문을 책과 함께 받으면 정말 좋겠네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서관은 ‘숲속에 있는 도서관’인데요. 조용히 책을 읽고 생각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정원 이번 주에 전주에 있는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 다녀왔는데 소명이가 말하는 도서관인 것 같아요. 사진 보여 줄게요. 딱이죠?

이소명 그러네요. 정말 멋져요. 조용하게 책 읽고 사색을 할 수 있는 도서관이라서 좋네요.

고정원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는 미국에 사는 재미교포 3세가 등장해요. 주인공 릴리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 아픈 외할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요. 그곳에서 마을 도서관을 알게 되고 외할머니에게 들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속 호랑이를 만나요. 소설에 등장하는 도서관처럼 언제나 이용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도서관을 원해요. 이곳 인근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우리 도서관을 찾는 것처럼 말이죠.

김윤나 저도 『도서관의 주인』에 등장하는 사서가 정말 이상적인 사서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주거든요. 누군가에게 가장 적합한 책을 건네는 것이 어려운 일일 텐데 말이죠. 오늘 이야기 나눈 것처럼, 타인에게 필요한 책을 건네주는 사서가 있는 도서관, 그리고 치유의 기능을 하는 도서관이 이상적인 도서관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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