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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오늘의 청소년책 북토크] 친구는 사귀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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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4-07 12:56 조회 1,30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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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사귀었나요?


고정원, 김윤나, 최지희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매년 2, 3월이 되면 청소년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새 학기가 되었을 때 어떻게 친구를 사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걱정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원형탈모가 생긴 친구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특히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학교까지 바뀌니 그 긴장감은 극에 달합니다. 약간 불편한 관계인 친구가 같은 반이 되었거나 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이 퍼져서 오해를 사는 경우, 불편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1년을 함께 지내기도 했던 경험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친구가 전부인 청소년기, 요즘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받는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를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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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로 살핀 십 대의 새 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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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매년 이맘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아이들 마음이 조금 이해되는데요. 사실 저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녀서인지 처음에 공감이 안 되고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학생이 적어서 서로 다 아는 사이니까 새로운 친구 사귈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지금 청소년들이 매년 새 학기마다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싶어요.

김윤나 교실에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묘한 긴장과 눈치작전으로 그룹이 형성되고그들이 분위기를 주도해요. 그러다 그룹에서 어떤 트러블이 생겨서 다툼이 생기면 그때 그룹에서 나온 아이들이 은따나 왕따가 되거든요. 이런 과정들을 아니까 아이들에게 힘든 시기였다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어요.

최지희 맞아요. 어울리는 아이들끼리 만드는 ‘그룹’에 얽힌 문제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예 대놓고 ‘저 애를 괴롭히자’ 식으로 행동하는 친구들보다 아이 입장에서 자신이 속한 그룹이 없다는 사실이 괴로운 것 같아요.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도 중2가 된 다현이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관계 형성을 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데요. 초등학교 시절 속했던 그룹에서 이유도 모른 채 아이들로부터 배제된 경험이 있던 다현에게는 진학한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지금 속한 그룹이너무 소중해요. 다현이는 같은 그룹 내 ‘친구들이 두 번째로 싫어하는 아이’와 짝이 되고, 친구 관계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변화를 마주해요.

김윤나 다현이는 새로운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계속 애쓰지만 중고등학교가 붙어 있는 경우엔 그것마저 힘들어요. 중학교 때 교우관계를 힘들어했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오면 새롭게 친구를 만들어야 하지만 새 학기에 애들 사이에 금방 소문이 나니까요. 은따를 계속 당하고 긍정적인 친구 관계를 맺기 힘들어져요.

최지희 『우리의 정원』(김지현)에서도 교우관계 형성은 ‘한 달이면 모든 결정이 난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은 탐색전을 하고 있을 시기죠. 주인공 정원이도 관계 맺기에 서툴렀지만, 먼저 다가와 준 친구들 덕분에 긍정적인 변화를 맞아요.

고정원 비슷한 맥락에서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은 만화 『소녀의 세계』(모랑지)가 있죠. 이 작품에서 아이들끼리의 끈끈함과 시너지가 잘 표현되었어요. 친구로 인해 힘들어하지만 친구 덕분에 다시 일어서고 힘이 생기는 과정을 훌륭하게 표현했어요.

최지희 『소녀의 세계』에서 감동적인 포인트는 주인공 나리가 굉장히 용감하다는 거예요. 남들이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믿어요.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에서 다현이도 사실 알고 봤더니 모두가 미워했던 은유가 듣던 대로 얄밉고 재수 없는 아이가 아니었잖아요. 다현이가 용기를 내서 친구들의 오해를 풀어 주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받아들이지 않죠.

고정원 나리도 처음부터 용감한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에 대한 믿음 덕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소설에서 주인공의 친구들은 언제나 편이 되어 주잖아요. 



관계 맺기는 청소년만의 숙제가 아니라서


고정원 요즘 아이들과 MBTI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내향적인 아이들의 자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싶어요. 

최지희 맞아요. 소설을 읽으면서 다현이도 굉장히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어요. 다현이는 친구들이 있는 그룹에서 언제 어떻게 떨어져 나올까 봐 끊임없이 불안해 해요. 편안한 마음에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잘 보이기 위한 뇌물을 주는 것처럼 되기도 하고요. 친구들의 심부름을 한다던가 하는 대목들도 나오고요.

김윤나 친구 관계에서도 어떤 권력이 형성돼요. 사실 이는 청소년 시기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서도 관계에 대한 피로함은 계속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현이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고정원 다현은 설아를 좀더 믿고 의지했는데, 사실 설아는 스스로 다현을 구제해줬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주인공은 알게 되죠. 여기서 상하관계가 확실히 생겨 버리고요.

김윤나 그리고 ‘친구들이 두 번째로 싫어한다는’ 은유의 부모님이 ‘어떻고 어떻더라’ 하는 풍문이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늘 따라붙잖아요(소설에서 은유는 엄마가 안 계신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거든요. 어른이 되고 보니 부모님이 아이들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낙인처럼 따라붙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지희 대개 소설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아이들이 권력을 가진 캐릭터로 많이 등장하는데, 은유는 반대잖아요. 잘난 척을 하려고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재수 없는 애가 되어 버린 캐릭터로 그려지고요. 아이들이 아주 사소한 것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도 은유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미움을 받는 장면들을 볼 수 있어요.

고정원 저도 아파트에 살다 보니 몇 동에 살면 집이 몇 평인지 다 알 수 있잖아요. 같은 동네 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나니까 그런 부분들을 서로 다 알지 않을까 싶어요. 도서관 근처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없으니까 덜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윤나 공감해요.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학교생활을 하니 아이들도 서로 경제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가난한 애들은 무시하고 이내 괴롭히는 수순으로 흘러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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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청소년들의 관계 이야기를 하면 항상 생각나는 작품이 『여중생 A』(허5파6)라는 만화예요. 주인공 ‘미래’는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나와요. 가난하고 가정폭력을 겪어요. 미래는 누군가 자신에게 잘해 줘도 의심하고 받아들이지 못해요. 친구들이 미래를 무시하고 그냥 ‘없는 애’ 취급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온라인으로 알게 된 친구를 직접 만나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청소년의 관점에서 잘 표현한 작품이에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와요.

김윤나 옛날의 교실 풍경을 떠올려 보면, 그때 약간 겉돌던 친구들이 가끔 생각나요.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지금 어른이 되어서 잘 살고 있을까 싶어요. 

고정원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은 겉돌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죠. SNS를 하면서 소통을 많이 하는데, 그 안에 자신이 드러내는 것을 더 조심스러워해요. 지금의 청소년들은 대개 개성적인 사람이 아니라, 무난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고 해요.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의 원래 모습을 잃어 가는 걸 느끼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사회적인 분위기 영향 탓도 있어요.

김윤나 소설에서도 블로그가 다현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는 데 중요한 매개체가 되잖아요. 아이들이 잘 쓰지 않는 플랫폼이긴 하지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역할을 해 준 것 같아요.

고정원 이 책으로 독서토론할 때 아이들이 가장 흥분한 대목이 있었는데, 가해자 이야기를 할 때예요. 최근까지도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스포츠선수, 연예인 등 논란이 많잖아요. 

김윤나 맞아요. 가해자가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거나 부모가 뇌물로 사건을 은폐하는 경우도 많아요. 요즘 학교폭력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인식하고, 쉽게 용서해 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좋은 것 같아요. 

최지희 맞아요. 어릴 때의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심각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이슈가 되는 <더 글로리>만 봐도, 과거 가해자였던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봤더라면 ‘누군가 떨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이 가해자라면 반성하며 살아야 하는 게 맞고요.

김윤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평하며 의미있게 본 대목은 다음과 같아요.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여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친구들도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 나서요. 하루아침에 주체적으로 바뀌긴 쉽진 않은데, 그 이상적인 방향을 잘 표현한 소설이에요.



안전한 공간과 나를 지지하는 '한 사람'


고정원 학교라는 곳이 안전한 공간이어야 되는데 너무 전쟁터예요.

김윤나 맞아요. 각자도생으로 돌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여요.

고정원 사회에서도 서로 잘 도와주지 않잖아요. 내가 알아서 해야 하고 오롯이 스스로 견디는 게 당연시되는 것 같아요. 다현이 엄마가 다현에게 너는 너만의 길을 가라고 하지만 제가 다현이라면 그 말이 잘 안 들릴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알게 되겠지만,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행동할 청소년은 많지 않을 거예요.

김윤나 친구 관계, 왕따 등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이 주인공이 좀 다른 게 엄마한테 스스럼없이 얘기를 주고받곤 해요. 저는 조금 놀랐거든요. 다현이가 그 덕분에 친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부모님한테 말 못 하고 혼자 괴로워하는 청소년들이 많잖아요. 보호자와 자녀 간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보여 주는 장면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에요. 

고정원 이 책을 보면서 『스타피시』(리사 핍스)가 떠올랐어요. 주인공이 심각한 고도 비만인데, 공부를 되게 잘해요. 하지만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죠. 그런데 단 한 명의 친구가 옆집에 살면서 큰 의지가 되어 주죠. 그런데 친구가 전학을 가 버리니 주인공은 견디기 힘들어해요. 나중에는 외국인 친구와 친해지는 이야기인데 읽다 보면 단 한 사람, 단 한 친구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또래 친구가 아니어도 좋아요. 청소년과 어른도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세상 끝에 있어도 단 한 사람 친구만 있으면 된다, 나를 알아주는 친구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가 소설에 나오는데 관계 맺기를 할 때도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이라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지희 『우리의 정원』에 나오는 주인공 정원에게도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온라인 친구가 있잖아요. 꼭 현실 친구뿐만 아니라도 같은 관심사에 따라 온라인으로도 친구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는 것도 관계를 형성하는 데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경제적 상황이나 외모를 떠나서 같은 관심사로 인해 열린 마음으로 친해지기 쉬운 거죠.

김윤나 『미안해, 스이카』(하야시 미키)라는 작품도 있어요. 직설적이고 전개도 매우 빠른 소설인데요. 중학교 2학년인 스이카는 반에서 왕따인 치카라는 아이를 도와줬다가 본인이 왕따가 되고 괴롭힘을 당해요. 하지만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괴로워해요. 결국 자신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결말을 맺는 이야기예요.

최지희 어른이 되니 사실 친구 관계 조금 틀어져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요. 하지만 청소년들에겐 매일 마주하는 세계가 학교인 점,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많기에 친구와 관계 맺는 게 당장 자기 삶에서 큰 문제일 수 있다는 걸 인지했으면 해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고 위로해주면 좋겠어요.

고정원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쿠로노 신이치)에는 잘나가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소심한 여자아이가 나와요. 아이는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사이비 종교 단체와 엮여요. 정말 중학생으로 사는 건 쉽지 않아요. 그러니 청소년들에게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룹에 끼지 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움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한 교실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해요. 무엇보다 무심한 어른들이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 두 가지를 기억하는 어른의 마음으로 청소년들이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자생력이 생길 거고 청소년 누구든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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