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는 말을 한다. 우리는 이미 기후
위기 세대가 되고 말았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때 지구의 온도는 몇 도에 육박했을까? 오래전부터 많은 소설가들이 책에서 그려 냈던 디스토피아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런 흐름에 따라 최근 기후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청소년소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눈보라, 물이 나오지 않는 도시, 불에 타 재만 남은 도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난민들… 위기 상황은 다양하고 세밀해졌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당사자가 되어 버린 청소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음 책들을 소개한다.
『일 퍼센트』 김태호 지음│최지수 그림 | 사계절
“지구가 멸망하는 책 있을까요?” 이 질문을 받자마자 생각나는 책이 있었다. 한 달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사람들은 정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까? 살아날 확률을 1%라고 한다면 어떤 하루를 보낼까? 짧은 소설이지만 강렬한 그림과 함께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질문을 한 그 아이도 재밌게 읽었다고 하며 책을 반납했다. “쌤, 대박이에요. 숨도 안 쉬고 다 읽은 것 같아요. 이렇게 끝날지 몰랐어요. 청소년소설 맞아요? 정말 이렇게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겠죠?” 읽고 나서 할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책이다.
『다이브』 단요 지음│창비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 아니에요?” 지방에서 살던 아이가 독서토론 시간에 이런 질문을 했다. 그렇게 지방 이야기를 한참
듣고 집에 와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첫 문장은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 가까운 미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올라가고 결국 서울은 물에 잠긴다.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갔다. 강원도 산간 지대에서는 철조망을 두르고 외부 사람의 출입을 허하지 않았다. 서울에 남은 청소년들은 물에 잠긴 서울에 가서 전리품들을 가지고 오는 내기를 한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코슈카 지음│ 톰 오구마 그림 | 곽노경 옮김 | 라임
“환경 난민에 관한 책을 찾는데 어떤 책이 있나요?” 그 아이를 데리고 800번대로 가서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남태평양 아름다운 산호섬에 살던 한 가족이 엄청난 비가 내려 섬 전체가 물에 잠기자 위기에 처한다. 하루빨리 섬을 탈출해야 하는데 할머니와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는 섬에 남겠다고 하는데…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보낸 난민 생활까지 12살 나니와 섬에
남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영화처럼 펼쳐진다. 특히 책에 실린 편지가 백미다. 환경 난민에 관한 실태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소설로 읽는 것이 기억에 더 오래 남지 않겠냐며 신나게 권했더니, 아이는 즐거워하며 책을 빌려 갔다.
『트랩 학교에 갇힌 아이들』 마이클 노스롭 지음│클로이 그림│김영욱 옮김│책담
재난으로 인해 학교에 고립되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의 작가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한다. 쉬지 않고 눈보라가 내리자, 도시는 전력을 끊고 길은 통제되고 공항은 폐쇄된다. 학교 수업도 방과 후 활동도 취소되자
아이들은 해방감을 느끼지만, 점점 엄청난 눈보라가 불어닥치자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간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식량이 필요해지고, 인터넷과 전화가 되지 않는 상황을 겪는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지붕이 무너지자 위기감을 느낀 아이들은 탈출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재난 상황에서 희망은 무엇인지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드라이』 닐 셔스터먼, 재러드 셔스터먼 지음│이민희 옮김│창비
저자는 말한다. “기후변화는 과거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인간이 적응하기 힘든 속도로 일어난다.” 미국의 한 주에서 댐 수문을 닫고 강물을 잠그는 사태가 일어나자, 수도꼭지가 말라 버리는 사태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라며
능청스럽게 말하지만, 이내 매장의 생수와 탄산음료가 동난다. 단수 사태로 인한 국가적 비상상황은 군부가 개입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진다. 작가가 그린 위기 속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독자는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섬뜩한 현실을 마주한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디스토피아가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정영목 옮김│문학동네
불탄 도시에 생명의 흔적은 없다. 황량한 땅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약탈꾼이 되어 버린다. 생존자인 아빠와 아들은 먹을 것을 찾아 걷는다. 그러다 음식을 찾으면 안도하고 또 걷는다. 이들은 어디까지 걷는 걸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길에서 만난 노인은 “무슨 일이 일어났지만, 우린 살아남은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물들이 황폐한 땅에서 미래도 없이 계속
걸어야만 하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쓸쓸한 소설이다. 그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계속
나아가는 아빠와 죽은 이들을 보며 눈물짓는 소년의 모습일 것이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생활은 불편함을 넘어 익숙해지는 수준에 도달했다. 처음 코로나19를 맞닥뜨렸을 때의
두려움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이 책은 기후 재앙이 닥친 지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해수면 상승으로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화성으로 쫓겨나는 이도 등장한다. 기후 재앙이 일어난 후 지구에선 새로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고, 인류는 계속해서 치명상을 입는다. 여러 작가의 단편이 모인 소설집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예감했다. 더 늦기 전,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 류연웅 외 지음│안전가옥
우리는 돈을 주고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진
지구의 어느 미래, 사람들은 미세먼지를 99% 걸러 주는 청정복을 사 입어야 되는 상황에 놓인다. 책에 실린 다섯 단편 가운데 「우주인, 조안」에서는 5억 원에 달하는 청정복의 착용 유무에 따라서 계급과 수명이 달라지는 사회가 그려진다. 주인공은
청정복을 사 입을 수 있는 안온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청정복의 결함으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책에
나오는 재난 상황들을 눈여겨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뉴 어스 프로젝트』 다비드 무아테 지음│이세진 옮김│라임
인류세란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여 지구 기후와 생태계가 변한 새로운 시대를 말한다. 인간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닭 소비
등 지금 같은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면 평온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기후변화로 한계에 다다른 지구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물에 잠긴 지구에서 특권층만이 안전지대 ‘돔’으로 대피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빈민을 뜻하는 ‘그레이’
계급으로 살며 가난이 없는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뉴 어스 프로젝트’에 당첨되길 희망한다. 이 프로젝트는 정말 기적의
프로젝트일까? 아이시스의 여정을 좇으며 진정한 ‘뉴 어스’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