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SF소설" 밖으로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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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7-25 09:30 조회 40,968회 댓글 1건본문
작품 밖으로 나오며
전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고전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계에 대한 통찰을 확인한다. 그러므로 당신의 삶에는 고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신이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고전은 인간인 당신을 위해 쓰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의 예리한 지적처럼 의무감이나 무조건적인 경외의 관점에서 고전을 읽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당신이 정말 좋아서 읽는 작품만이 당신의 고전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흔히 고전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자조적 표현을 쓴다. 고전은 정말 힘이 세지만 여러분이 직접 읽지 않은 고전은 당신에게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전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지적 우월감을 충족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위대한 고전을 읽고 싶다는 열망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책 두께의 압박감과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때문에 고전 초심자들의 경우에는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고 만다. 그렇게 고전은 ‘그림의 떡’처럼 좋은 줄은 알지만 맛볼 수 없는 것이 돼버린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일상에 이미 들어와 있는 친숙한 혹은 만만해 보이는 고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이제 막 배우려는 아이에게 두 손 모두를 손잡이에서 떼고 타는 법부터 알려줘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서울 성북구에 자리한 성북정보도서관과 해오름도서관에서 진행했던 강연 내용을 기초로 더 논의하고 싶은 것들을 보완해 정리한 결과물이다. 실제 강의의 생동감을 최대한 살리면서 시간의 제약으로 전하지 못한 다른 생각들을 포함하려 노력했다. 시중에는 고전을 둘러싼 수많은 책이 이미 나와 있다. 나의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그런 책들 대부분은 대중에게 고전으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주기보다는 일종의 대리 만족을 선사해 고전 읽기 자체를 대체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아동용이나 청소년용으로 고전의 분량을 줄이고 문장을 쉽게 풀어 쓴 축약본들 역시 해당 연령대에게 고전의 개략적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고전 원본 읽기를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내 책 역시 그런 책들처럼 고전의 대체재로만 소비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금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고전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책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고전에 대해 아무리 잘 해설해 놓은 책이라도 여전히 간접 경험일 뿐이다. 그런 간접 경험이 백 번 쌓인다고 해서 직접 경험 한 번과 겨룰 수 없는 노릇이다.
내 나름으로는 기존 고전 관련 서적들과 달리 넓이와 깊이 모두를 아우르는 고전 읽기를 시도하려 노력했지만, 그 시도가 성공했는지의 여부는 오직 독자 여러분이 결정할 것이다. 오랜 시간 미뤄왔던 숙제 하나를 끝낸 것처럼 후련하면서도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들을 제대로 담아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다만 책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라는 말에 기대어 여러분이 이 책의 여러 부족함을 채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완성해주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2019년 여름
관악산 끝자락에서 박상훈
│차 례│
작품 속으로 들어가며
1장 『프랑켄슈타인』 : 인간의 조건을 묻다
1. 작품 속으로
2. 한 걸음 더 들어가기
3. 한 번 더 생각해보기
2장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내 안의 또 다른 나
1. 작품 속으로
2. 한 걸음 더 들어가기
3. 한 번 더 생각해보기
3장 『드라큘라』 : 공포와 욕망의 미묘한 뒤섞임
1. 작품 속으로
2. 한 걸음 더 들어가기
3. 한 번 더 생각해보기
4장 『걸리버 여행기』 : 사실보다 의미 있는 진실
1. 작품 속으로
첫 번째 이야기: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두 번째 이야기: 모든 비교는 상대적이다
세 번째 이야기: 이상한 세계로의 초대
네 번째 이야기: 인식의 대전환
2. 한 걸음 더 들어가기
3. 한 번 더 생각해보기
작품 밖으로 나오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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