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_ <그래도 학교가 희망이다>(세상의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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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12-06 13:58 조회 12,969회 댓글 52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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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학교가 희망이다
▪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학교의 현실
▪ 교직 생활 30년의 변화와 성장
▪ 단 한 명의 아이도 잠들지 않게 하는 교육 실험
습관적으로 손목을 긋는 아이가 있고 우울증 진단을 받아 정신과 약을 먹는 아이도 있다. 무기력과 나태의 관성을 이겨내지 못해 지각 결석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수업이 지루하다고 필통을 던져 유리창을 깨는 아이도 있다. 더러 어떤 아이들은 대장의 명령에 따라 교실을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 시장통 같은 교실 한쪽에는 또 지적 갈증으로 학구열에 불타는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교사를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의 학습 압박에 하루아침에 문제아가 되어가는 모범생, 부모의 권위적 훈육에 학교 밖으로 폭주하는 아이들, 몸은 고등학생인데 정신은 유치원생보다 못해 하나하나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섞여 하루 8시간을 생활하고 있다. 먼지를 뒤집어쓴 운동화 대신 실내화를 신고 급식실에 들어가게 하는 일로 교사들은 진을 빼고, 아이들은 식탁 위에 먹다 남은 뼈를 산처럼 쌓아 두고 식판만 들고 가기 일쑤다.
이러니 학교는 어느 순간 교육보다는 돌봄의 기능이 강화되었고 복도와 교실은 늘 평온함과 위태로움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여 있다. 그 경계 이쪽저쪽에서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혼자만의 토굴에 자신을 가두고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밥조차 혼자 먹는다.
게다가 학생부 종합전형과 격화된 경쟁은 몇몇 아이를 괴물로 만들었다. 교무실까지 쫓아다니며 악착같이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는 괴물은 당황해하는 교사에게 경멸의 웃음을 흘린다. 온갖 대회의 스펙을 쌓기 위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선생을 논쟁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더러 수행평가 하나로 온 학교가 전쟁터가 되고 시험 문제 하나에 목숨을 건다.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학교의 현실
고등학교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중3 학부모들의 관심은 온통 상위 10% 대학뿐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겪는 아이들의 변화와 학교생활 자체에 대해서는 질문조차 없다. 고등학교 3년을 대학 입학을 위한 통과의례로만 여기는 이 같은 학부모들이 비가 오면 “선생님, 비가 오니 우리 아이 우산 좀 구해서 씌어 주세요.”라고 전화를 한다. 당황스러운 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시로 전화를 걸어 “선생님, 왜 우리 아이가 열심히 했는데 금상이 아니고 동상인 거죠?”라고 따진다. 어쩌면 이런 학부모들과 세상이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더러는 괴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교육 당국은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온갖 지침과 규정을 만들어 교사의 손발을 옭아맨다. 지침이 또 다른 규정을 만들고, 나아가 규정을 지키기 위한 규정까지 만든다. 교사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갉아먹는 이러한 현실을 보며 저자는 서대문형무소에 본 ‘벽관’을 떠올린다.
사람들은 학교가 늘 한 걸음 뒤에 선 그림자처럼 세상이 변한 만큼 변해 왔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학교가 아무리 삭막하기로 이미 지옥이자 거친 정글로 변한 학교 밖 세상에 댈까. 아이들이 아무리 거칠어졌다 해도 어른들보다는 건강하고 순수하지 않은가. 학교는 여전히 세상의 거울이자 축소판일 뿐이다.
교직 생활 30년의 변화와 성장
이 책은 학교 안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부딪히며 만든 가지가지 사연과 일상들을 촘촘한 그물로 건져 올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 이 책은 단지 교육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침통한 질문을 던진다. 이대로 괜찮은가. 이렇게 내일이 오고 10년이 지나도 되는가 하고. 학교와 아이들 일상으로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묵직하고 아프다.
그런데 이 책의 미덕은 학교 현실에 대한 고발과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저자 자신의 변화와 성장이다. 비판의 시선을 밖이 아닌 자기 안으로도 갈무리한 저자는 선배와 동료 교사, 그리고 아이들을 보면서 달라진다.
초임 시절 저자는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교사, 아이들의 공부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교사를 증오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들의 자활을 위해 사비를 털어 심부름 교육을 하는 J선생님을 보며 학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체벌이 예사롭게 여겨지던 때 회초리 없이도 한편의 마법 같은 수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배를 보고 또 다른 교육에 눈을 뜬다.
저자는 또 아이들에게서도 배운다. 소녀 가장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두 동생을 지키는 어린 학생의 집을 다녀온 뒤 ‘공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저자는 “P의 집을 다녀온 이후 나는 아이들 앞에서 습관처럼 하던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워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깐깐하고 원칙적이기만 하던 저자는 또 두 아들의 질풍노도를 겪으며 성장기 아이들의 일탈과 좌충우돌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진다. ‘아이들은 크면서 백번도 더 변한다’고 믿게 된 학부모의 넉넉한 시선까지 얻게 된 것이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교육의 토대로 삼은 것도 놀랍다. 저자는 ‘교사에게 버릴 경험은 없다’며 삶 전체로 아이들을 만난다.
자는 아이들은 어차피 대학 못 간다는 동료들의 위로 아닌 위로 속에서도 저자는 단 한 명의 아이들도 잠들지 않게 하려고 혁신적인 기획을 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티칭’을 버리고 ‘코칭’으로 수업을 바꾼 것이다. 저자는 50분 수업을 10분이나 15분으로 나눠 과제를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한 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재구성하고 교재도 새로 만들었다. 능력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옆에 가서 개인지도를 하는 방법으로 참여도도 높였다. 빨리 해결할 수 있는 학생들은 늦은 학생을 도와주게 했다. 교육이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미친 교육으로 퇴행하던 2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 저자의 교실에서 자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급우들 간의 소통과 교감의 시간을 만드는 강강술래 수업, 일명 ‘워킹’ 수업 또한 주목을 끈다. 자는 아이들을 깨우기 위한 고육책이었던 시도가 뜻밖의 소통 기적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이 같은 교육 실험과 다른 동료 교사들의 치열한 노력을 보며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엄마와의 갈등으로 자퇴를 결심하는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사, 지각 결석을 줄이기 위한 동료 교사들의 ‘행복 프로젝트’ 추진들을 보면서 그래도 학교가 희망이다고 단언한다. 또한 저자는 선생과 학생 관계가 아니라 실험실 동료로 1년간 학생의 연구 실험과 논문 지도를 하며 학생이 과학자로 성장해 가는 것을 지켜보며 교사로서 사는 감격과 교육의 무한한 희망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 책은 성실한 기록으로 학교의 민낯을 드러낸 정직한 보고서이자 비판서이면서 동료이자 스승이었던 선생님들을 보며 변화한 저자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 이 책은 언론의 과장과 왜곡이 만든 무형의 ‘벽관’에 갇혀 신음하면서도 선생이면서 상담사이고 심리 치료사이자 행정가였던 동료 교사들에게 바치는 가슴 저린 헌사다. 학교가 병들고 죽어간다면 세상은 그보다 빨리 병들고 죽어간다.
한국교원대학교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인하대학교 대학원 생물공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인천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필자는 성장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윤선생이나 윤박사보다는 후배들에게 ‘영실 언니’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필자는 한국교원대학교 1회 졸업생으로서 맏이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교실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은 교사다’라는 신념을 실천하려고 애를 썼다. 2011년 교육개발원과 SBS가 공동 주최한 ‘미래학교’에 공모할 보고서를 쓰면서 교육이 만드는 숲을 비로소 보게 되었고 이 책은 그 고민의 결실이다. https://blog.naver.com/lloveincheon
차례
초임지의 J선생님
“선생님이 너한테 잘못했구나!”
학교의 3월
수업을 버린 후 비로소 교사가 되었다
“엄마가 없으면 이런 짓 해도 되는 거야?”
할머니의 심부름 교육
20세기 학교는 없다
꿈이 없는 자유
미추홀의 사계
어바우트 타임
아들을 키우며
2부 길을 잃은 학교
벽관에 갇힌 교사들
스펙으로 무장한 수재
SKY캐슬에 갇힌 부모
교사가 될 수 없는 교사
심리적 심정지를 겪는 아이들
공존을 거부하는 교실
베테랑이 될 수 없는 교사
유리창을 깨는 아이
협박당하는 교사
예비 학부모와 늙은 호박
길을 잃은 아이들
말하는 이기심과 말하지 않는 이기심
학교는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잡무도 교육이다
행복 프로젝트
H의 졸업식
노래도 가르쳐야 한다
후배가 배운다
서성거림의 교육
창영동 마음 충전소
인재를 키우는 기쁨
교실의 작은 희망, 강강술래
수업 속의 작은 수업
꿈엔들 차마 잊힐리야
아이들이 희망이다
상생과 공존의 수업
작은 거인
정 떨어지는 마녀선생
입학설명회
죽음을 가르칩니다
동료를 넘어선 스승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서
행복한 교육
교실의 실내화
작은 희망
학력 격차 속에서 본 별빛
“워~킹!”
앉아 있는 아이들은 일어서며 잠자는 아이들을 깨운다. 수업 준비가 되었든, 안 되었든, 엎드려 잠을 자던 학생이든, 떠들던 학생이든 교실 둘레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눈에 생기가 돌 때쯤 나는 들어가야 할 조건을 붙인다. 어수선한 교실 속에서 난데없는 강강술래가 시작되었다.
“지난 설에 사촌을 만난 사람 들어가라”
30명 중 서너 명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들어간다.